업권 전문성 기반한 인사로 위기 관리 대응 나서는 금융권
‘안정’의 KB... 신한, 주요 계열사에 전문 인재 배치해 ‘리딩금융’ 굳히기
하나는 ‘통합’... 농협은 ‘변화’, 우리금융 1월 논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거취, 초미의 관심사

순서대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진옥동 차기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사진=KB금융그룹·KB국민은행·신한금융그룹·신한은행/편집=남지연 기자]
순서대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진옥동 차기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사진=KB금융그룹·KB국민은행·신한금융그룹·신한은행/편집=남지연 기자]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KB·신한·하나·농협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과 산하 핵심 계열사 인사가 연일 이어지면서 금융권 수장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전문성에 기반을 둔 인물을 선임,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주별로 색깔이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는 내달께 결정될 손태승 회장의 거취에 따라 계열사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안정’의 KB, '리딩 금융 굳히기' 신한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신한·하나·농협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과 주요 계열사 인선이 마무리 됐다.

이들 금융지주사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위기 관리’에 무게 중심을 뒀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 경기 둔화 등 내년 경제 전망이 더 좋지 않다보니 ‘리스크 관리’를 위해 경영과 영업 환경에서 성과를 내는 등 전문성에 입각해 주로 인선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지주별로 전략적 위기 관리를 위한 전략이 달라 각 지주는 인사 키워드에서 차이를 보였다.

우선, KB금융지주의 계열사 임원 인사 키워드는 ‘안정’이다.

최근 KB금융지주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KB증권 등 8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그 결과 KB증권·KB손해보험·KB자산운용·KB캐피탈·KB부동산신탁·KB인베스트먼트·KB신용정보 등 7개 계열사 대표가 유임됐다.

금리 인상, 경기 둔화 등 현재의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에 방점을 두고 7개 계열사 현 대표이사들의 연임이 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현재의 경영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내실을 다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연말께 임기가 만료되는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후보에 현 대표이사들을 재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변화를 꾀해 ‘리딩금융·뱅크’ 굳히기 전략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현재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3154억원으로 KB금융(4조279억원)보다 2875억원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 약 400억원 앞서 리딩뱅크 자리 탈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신한은행이 4분기까지 격차를 유지할 경우 진옥동 체제 마지막 해에 처음으로 1위를 탈환하게 된다.

이 가운데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에 ‘영업통’으로 꼽히는 한용구 현 신한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한 부행장은 1966년생으로, 장암지점장과 청주터미널지점장, 퇴직연금사업부장,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등을 거친 '영업통'으로 통한다.

차기 신한은행장에 영업통인 한 부행장을 배치해 리딩뱅크 입지를 굳히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변화가 많아보일 수도 있으나 은행, 카드 수장의 변화는 대부분 예견돼 있던 상황이었다”면서 “신한라이프 사장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의 경우도 대부분 연임을 이어가며 안정에 기반을 둔 인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동권 신임 신한카드 사장의 경우 2009년 통합 이후 내부 직원의 첫 승진 사례”라면서 “업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위한 인사였다”고 평가했다.

순서대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이석준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농협금융지주/편집=남지연 기자]
순서대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이석준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농협금융지주/편집=남지연 기자]

◇ 하나 인사 키워드는 ‘통합’, 농협은 ‘변화’

하나금융은 ‘통합’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하나생명 인사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신임 대표의 출신 은행이다.

하나은행장 자리에는 이승열 하나생명 대표가 신임 행장 후보로 내정되면서 외환은행 출신 몫으로 돌아갔다. 이로써 이 대표는 최초의 외환은행 출신 하나은행장이 됐다.

또한, 하나생명 대표 자리에는 임영호 현 하나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

그간 하나생명 대표에는 외환은행 출신인 권오훈 전 대표, 주재중 전 대표, 김인석 전 대표, 이승열 대표가 역임한 바 있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이승열 하나생명 대표가 신임 은행장 후보로 내정됐다”면서 “(최초의 외환은행 출신 하나은행장이 선임된 점은) 외환은행 통합의 마무리 차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차기 회장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정이 내정된 가운데 전날(22일) 은행장과 주요 계열사인 농협생명의 CEO 자리 모두 교체를 선택했다.

농협은행장에는 이석용 현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이 추천됐고, 차기 농협생명을 이끌 수장에는 윤해진 현 농협은행 신탁부문장이 내정됐다.

두 내정자는 농협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양한 근무 경력을 가지고 있어 관련 업무 전반을 두루 섭렵한 적임자로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농협캐피탈, NH벤처투자 대표도 새롭게 내정돼 농협금융의 인선은 변화와 쇄신을 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편집=남지연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편집=남지연 기자]

◇ 우리금융의 향방은?... 손태승 회장 거취, 초미의 관심사

금융권에서는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지주만 지주사 회장과, 계열사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금융당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며 법적 리스크를 떨쳐냈다.

다만, 손 회장은 지난 9일 라임펀드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손 회장의 거취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손 회장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3년 3월 정기주총까지로,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해 1월 말께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박상용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지난 16일 “손 회장 거취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논의하지 않았고 연말까지도 계획이 없다”며 “1월께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인사는 손 회장의 거취에 따라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 말 임기 종료를 앞둔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된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최근 사외이사들도 현재까지 거취가 논의된건 없다고 이야기했다”면서 “1월 중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이사회에서 이야기됐다고 한걸로 봐 그때로 예정돼 있다고 보면 된다. 계열사 인사도 통상 지주 회장 거취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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