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창립 70주년 맞이 최종현·최종건 어록집 발간
사업보국·사람·미래 초점 둔 경영철학 전개
최태원 회장 "선대가 남긴 SK만의 DNA로 미래 디자인할 것"

1969년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최종건 SK 창업회장(오른쪽 세 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오른쪽 두 번째) [사진=SK]
1969년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최종건 SK 창업회장(오른쪽 세 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오른쪽 두 번째) [사진=SK]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 "남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경쟁이 안 된다." (최종건 SK 창업회장, 1954년 국내 최초 세탁해도 줄지 않는 '닭표 안감' 개발 과정에서)

# "창조적인 노력으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성공한다." (최종현 SK 선대회장, 1982년 신제품 개발 중요성을 강조하며)

SK그룹이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어록집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를 발간했다. 이달 8일 창립 70주년을 맞아 그룹의 근간이 된 경영 철학을 소개한다는 취지다. 

6일 공개된 이 책은 약 250개 대표 어록을 일화와 함께 다룬다. SK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두 회장의 뜻이 어떻게 계승되었는지 보여준다.

1967년 아세테이트 원사 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최종건 창업회장(왼쪽 다섯 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여섯 번째) [사진=SK]
1967년 아세테이트 원사 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최종건 창업회장(왼쪽 다섯 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여섯 번째) [사진=SK]

◇ '한국을 경제 선진국으로 만들겠다'...최종건의 뚝심

SK그룹의 역사는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버려진 직기를 재조립해 '선경직물'을 창업한 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새겨진 인견 직물을 최초로 수출했다.

어록집은 당시 그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공장에서 부품을 주워 재조립하며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라고 말한 점을 소개했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차별화된 관점으로 사업을 펼쳐야 한다는 것 외에도, 최빈국이던 한국을 경제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사명감을 강조했다.

그는 평소 "회사의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라며 본인 세대의 노력이 후대를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1969년 신풍소학교 동창 모임에서 "내가 기업을 하고 있지만 저 공장과 재산은 제 개인의 것이 아닌 국민의 것이다"라고 말하며, 사업보국과 지역사회 발전에 대해 의지를 표했다.

'사람'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한국전쟁 후 악화된 전력 사정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날이 이어지던 상황 속, 최종건 창업회장은 촛불을 켠 채 초등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들에게 직접 한글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기업을 일으키는 데 있어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사람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며 "마음을 주고 사람을 사면, 그 기업을 위해 온몸을 바친다"라고 말했다. 구성원의 복지 향상에 힘쓰기도 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왼쪽)이 1981년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가운데)를 만난 모습. 2차 석유 파동 당시 최종현 선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장기 원유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위기를 돌파했다. [사진=SK]
최종현 선대회장(왼쪽)이 1981년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가운데)를 만난 모습. 2차 석유 파동 당시 최종현 선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장기 원유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위기를 돌파했다. [사진=SK]

◇ 형의 뜻 이어받은 아우...미래 먹거리 향해 '성큼'

최종현 선대회장은 1973년 창업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았다. 그는 미국에서 수학한 지식을 기반으로 '시카고학파'의 시장경제 논리를 한국식 경영에 접목시킨 기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창업회장의 경영철학을 한 단계 발전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서양의 합리적 경영이론과 동양의 인간 중심 사상을 결합해, SK 고유 경영관리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을 정립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유(You)가 알아서 해"라는 어록을 남기며 자율성에 기반한 위임을 실천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 기업 연수원인 '선경연수원' 개원, 회장 결재 칸과 출퇴근 카드 폐지, 해외 MBA 프로그램 도입 등 파격 행보를 보이며 SK만의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겠다는 뜻도 이어갔다. 그는 "자율, 창의, 경쟁을 바탕으로 한 시장 경제의 원리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경제를 정상적으로 키우고 나라를 살찌우는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창업회장과 같이 '사람'의 중요성에도 주목했다.

그는 1980년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연에서 "기업 경영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영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인간 위주의 경영이며, 이를 위해 사람을 사람답게 다룬다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했을 당시 비싼 값에 샀다는 여론이 일자 "우리는 회사가 아닌 미래를 샀다"라며 향후 먹거리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앞서 두 번의 오일쇼크를 겪었을 때에는 국가의 에너지 자립을 절감하며 '유공' 인수 후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석유개발에 막대한 자본이 들고 성공률이 낮아 당시 주변의 만류가 심했다고 전해진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9년 미얀마 석유 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한 이후에도 "장사꾼과 기업가의 차이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라며 "개인적인 나라 경제에 대한 공헌을 우선시해야 한다, 우리는 인더스트리얼리스트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과 오찬 간담회를 위해 이동하며 부산엑스포 서포터즈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과 오찬 간담회를 위해 이동하며 부산엑스포 서포터즈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은 이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2021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추대됐을 당시 "국가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그룹 경영뿐만 아니라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과 글로벌 경제 협력에 전력을 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어록집의 발간사를 통해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삶과 철학은 단지 기업의 발전에 머무르지 않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향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두 분이 남긴 SK만의 DNA를 동력으로 삼아 미래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라며 "SK그룹은 앞으로도 '패기와 지성'을 되새기며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발전해 나가는 기업이 될 것을 약속한다"라고 강조했다.

어록집은 비매품으로, 대학·국공립 도서관과 SK 홈페이지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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