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 전 세계 주요 17개국 DSR 등 비교·분석
호주 제외하면 DSR 수준·증가 속도 모두 가장 높아
한국은행, 가계부채 증가에 ‘정교한 대책’ 마련 의지 밝혀

국제결제은행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증가 속도 모두 전 세계 주요 국가 17개 중 호주에 이어 두번째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문이 써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제결제은행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증가 속도 모두 전 세계 주요 국가 17개 중 호주에 이어 두번째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문이 써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경기불황과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요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 가계 빚 부담이 꽤 높고, 대출 원리금 상환액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한국은행이 4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s)은 13.6%로 분석됐다.

BIS는 국민계정을 활용해 산출한 전 세계 주요 17개국의 DSR을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이 기록한 수치는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DSR은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를 뜻하며, DSR이 높으면 소득에 비해 빚 상환 부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DSR이 10%가 넘은 국가는 호주, 한국을 포함해 캐나다(13.3%), 네덜란드(13.1%), 노르웨이(12.8%), 덴마크(12.6%), 스웨덴(12.2%) 등이었다.

그 뒤를 이어 영국(8.5%), 미국(7.6%), 일본(7.5%), 핀란드(7.5%), 벨기에(7.3%), 프랑스(6.5%), 포르투갈(6.2%), 독일(6.0%), 스페인(5.8%), 이탈리아(4.3%) 순이었다.

한국은 DSR 증가 속도 역시 조사 대상 국가 중 두 번째로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2022년 한국의 DSR은 2021년(12.8%)보다 0.8%포인트 올랐는데, 호주(1.2%포인트·13.5→14.7%)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캐나다 0.7%포인트(12.6→13.3%), 미국 0.4%포인트(7.2→7.6%), 핀란드 0.3%포인트(7.2→7.5%), 일본 0.1%포인트(7.4→7.5%), 스웨덴 0.1%포인트(12.1→12.2%), 포르투갈 0.1%포인트(6.1→6.2%) 등도 원리금 상환 부담이 1년 전보다 더 커졌다.

나머지 9개국의 경우 지난해 DSR이 1년 전보다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DSR 추이 변화를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확대해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DSR 상승폭(2019년 말 대비)이 1.4%포인트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컸다.

이처럼 한국의 DSR 수준이나 증가 속도가 호주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이유는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예금은행 가계대출금리(잔액 기준)는 2021년 연 3.01%에서 지난해 연 4.66%로 높아졌다.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이미 빚을 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나게 되면서 더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그동안 주춤하던 가계대출이 최근 증가세로 전환해 DSR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062조 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 이후 계속 증가했고, 은행권·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도 지난달 3조 5000억원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예금은행 가계대출금리(잔액 기준) 역시 ▲2022년 1분기 3.25% ▲2분기 3.52% ▲3분기 3.98% ▲4분기 4.66%에 이어 2023년 1분기 5.01%까지 올랐다.

일각에서는 가계대출 규모가 계속 늘고, 대출금리까지 상승세를 보이면서 당분간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이러한 부분을 우려하면서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며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중순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러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사실 이 문제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난다면 우리 경제에 큰 불안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더 키울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뚜렷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계부채가 이미 늘어난 상황이지만,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가계부채를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조정하려고 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크게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최근 불거진 부동산 PF 문제,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 등을 제시했다.

이창용 총재는 “앞으로 한국은행은 정부와 함께 시장의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가 완만한 하락세를 갖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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