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에 핵심 인프라 데이터센터(DC) 증설 경쟁 치열
원활한 서버 운용 위해 '열 관리 솔루션' 필수
센터 1곳 연 사용량이 가구 6천세대 사용 수준
전력 소비량 80% 줄여주는 '액침냉각' 기술 주목

구글 데이터센터 [사진=구글 데이터센터 유튜브 영상 갈무리]
구글 데이터센터 [사진=구글 데이터센터 유튜브 영상 갈무리]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이 부는 가운데 국내 통신·건설·정유업계가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열 잡기'에 나서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열 관리를 위해 일반가구 대비 수천배에 달하는 전력과 물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기업들의 '열 관리 솔루션'은 AI 시대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AI의 '챗GPT', '소라'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 광풍이 불면서 이들의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하는 물리적 시설 '데이터센터' 건설도 증가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적으로 8000개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센터 크기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 거대 등으로 분류되는데 거대 데이터센터는 면적 7500~2만2500㎡(약 2270~6800평) 수준이다. 데이터 서버를 수십만대 운용하는 센터의 경우 축구장 12개 크기(13만2229㎡, 4만평)에 달하기도 한다.

용인에 위치한 한화시스템 ICT 부문 죽전 데이터센터 및 신한금융그룹 데이터센터. [한화 건설부문 제공=뉴스퀘스트]
용인에 위치한 한화시스템 ICT 부문 죽전 데이터센터 및 신한금융그룹 데이터센터. [한화 건설부문 제공=뉴스퀘스트]

테이터센터는 특성상 서버 운용이 24시간 이뤄진다. 서버 부품이 작동되면서 30도가 넘는 열이 발생하는데 부품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온도를 20~25도까지 낮춰야 한다. 

열 감축을 위한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물 소비는 일반 가구 대비 수천배에 달한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1개소당 평균 연간 전력사용량은 25기가와트시(GWh)로 4인가구 6000세대가 사용하는 전력량 수준이다. 

물 소비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한해 소비하는 물양은 52억갤런(2022년 기준)에 달한다. 이는 성인 100만명이 하루 2리터씩 한달동안 마실 수 있는 양과 같다.

특히 최근 AI, AGI(인공일반지능) 등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증축에 나섰고, 이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전력 및 물 사용량은 더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 2022년 1762메가와트(MW)에서 오는 2029년 4만9397MW로 폭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20MW의 연간 발전량이 약 75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 가정하면, 오는 2029년에는 대략 1837만5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게 된다.

◇SK텔레콤·삼성물산도 나서는 '액침냉각' 기술...기존 대비 전력 소비량 80% 줄어

SK텔레콤 직원들이 액침냉각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뉴스퀘스트]
SK텔레콤 직원들이 액침냉각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뉴스퀘스트]

이에 데이터센터의 전력 및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신기술 연구가 잇달아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통신업계를 비롯해 건설, 정유업계가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SK엔무브, 글로벌 액체냉각 전문기업 '아이소톱'과 협업을 맺어 차세대 냉각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액침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유를 활용해 센터 내 서버를 식히는 방식이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보다 전력 소모 및 운영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어 새로운 열관리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 내부 온도와 전력 부하 데이터를 비롯해 냉매 공급온도와 유량 등을 제어하는 AI 자동 냉각 제어시스템 개발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운용 시 가장 많은 전력이 투입되는 서버와 냉방·냉각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미래 AI 데이터센터 운용의 핵심 노하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국내 냉각기술 전문기업 '데이터빈'과 협업해 데이터센터 필수 설비인 차세대 냉각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물산 제공=뉴스퀘스트]
삼성물산은 국내 냉각기술 전문기업 '데이터빈'과 협업해 데이터센터 필수 설비인 차세대 냉각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물산 제공=뉴스퀘스트]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데이터센터의 액침냉각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국내 냉각기술 전문기업 '데이터빈'과 협업해 데이터센터 필수 설비인 차세대 냉각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국산화한 기술로 글로벌 표준 OCP에 부합하는 결과를 확보하면서 상용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기존 공랭식과 비교해 전력 소비량이 8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으며 특히 전력효율지수 1.02를 기록해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전력효율지수는 정보기술(IT)시설 가동에 필요한 전력량 대비 총 필요 전력량을 나타낸 수치로 1에 가까울수록 효율이 높다.

박준호 삼성물산 데이터센터 팀장은 “전문기업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 기술을 개발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향후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 개선 및 탄소배출량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관련 기술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업계, 미래 먹거리로 '열관리 사업' 낙점...액침냉각유 제품 개발 협업 잇따라

GS칼텍스는 지난해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했다. [GS칼텍스 제공=뉴스퀘스트]
GS칼텍스는 지난해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했다. [GS칼텍스 제공=뉴스퀘스트]

액침냉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이에 사용되는 전용 냉각유 제품 개발에 정유업계가 나서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윤활유 브랜드 '킥스'와 협업해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미국보건재단(NSF)의 식품등급 인증과 생분해성을 보유한 합성 원료를 사용해 인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으며 협력 업체들과의 실증평가를 완료했다.

GS칼텍스 측은 "데이터센터 서버 뿐만 아니라 전기차용 배터리 및 급속 충전기,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열관리 시장에서 비중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엔무브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인 미국의 'GRC'에 2500만달러(약 322억8750만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SK엔무브 제공=뉴스퀘스트]
SK엔무브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인 미국의 'GRC'에 2500만달러(약 322억8750만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SK엔무브 제공=뉴스퀘스트]

SK엔무브도 앞다퉈 액침냉각유 사업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SK엔무브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인 미국의 'GRC'에 2500만달러(약 322억8750만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또 미국 IT 솔루션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와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엔무브는 장기적으로 프리미엄 윤활기유를 열관리 유체로 활용하는 열관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액체 기반 종합 열관리 솔루션 제공사로 성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수요가 늘어날수록 인프라 관련 기술 혁신도 따라오게 된다"며 "각 정부의 환경 규제와 기업들의 비용 효율화가 맞물리면서 열 관리 솔루션 사업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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