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연기 최근 3년간 361건, 6조원 넘어...9개펀드 투자자 피해 우려
2015년 규제 완화되며 대거조성...최근 만기 돌아오며 부실 민낮 들어나
박광온 "금융소비자법에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도입해야"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라임과 옵티머스 자산운용 등의 사모펀드 사기가 정치권 로비의혹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부실 사모펀드가 대기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 투자 하한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운용사 설립을 인가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등 규제완화 이후 대거 조성된 사모펀드들이 최근 만기가 돌아오면서 투자 부실 등 민낮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라임 사태 이후 지금까지 부실이 드러난 사모펀드 규모는 8월말 기준으로 모두 6조589억원에 달한다. 지난 4월 말 4조원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4개월 새 2조원이 넘게 증가한 수치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사모펀드 환매연기 최근 3년간 361건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사모펀드 환매 연기 건수는 모두 361건이었다.

이는 2011년부터 10년간의 사례를 살펴본 것인데, 2017년까지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감안하면 모두 2018년 이후 발생한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10건 뿐이었고, 2019년 187건, 올해는 8월말 기준으로 164건의 환매 연기가 발생해 이미 작년 한 해 수치에 도달했다.

이는 지난 2015년 규제 완화 이후 조성된 부실 사모펀드들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환매 연기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15년 사모펀드 투자 하한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고, 이른바 서울 강남의 '큰 손'들이 본격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운용사들이 워낙 높은 수익률을 제시했기에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는 의미다.

또 운용사의 설립도 쉬워졌다. 인가에서 등록제로 바꿨고 펀드 설립을 사전 등록에서 사후 보고로 간소화하는 등 각종 의무도 축소됐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200조4307억원에서 올해 10월 현재 428조6693억원으로 2배 이상 수준으로 성장했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부른 라임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 등의 펀드도 모두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조성됐다.

◇ 어떻게 만들어지고 판매되나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에는 사모펀드와 공모펀드가 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를 49명 이하로 비공개 모집하고, 공모펀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50명 이상의 투자자를 공개 모집한다.

사모펀드는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시현하는 경영참여형과 주식·채권·부동산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전문투자형이 있다.

특히 공모펀드는 한 종목에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할 수 없는 등 규제가 촘촘하지만 사모펀드는 그럴 의무가 없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구조다.

그 만큼 사고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하는 주체는 자산운용사다.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공모운용사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전문사모운용사로 나뉜다.

이번에 사고가 터진 옵티머스, 라임 등은 모두 전문사모운용사다. 대개 직원이 10명 안팎으로 작고 영세해 전국에 자산가 네트워크를 둔 은행과 증권사에 판매를 맡긴다.

이런 구조를 잘 모르는 투자자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 대형 금융사 직원의 권유로 가입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긴 뒤에 자산운용사 상품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투자 피해자들이 "은행 상품인 줄 알았다. 증권사 직원 추천으로 가입했다"고 항의하는 이유다.

◇ 환매중단 규모 9개 펀드 6조원 넘어

금감원이 최근 사모펀드 51개 운용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환매중단 펀드의 규모는 6조589억원이다.

앞으로 환매 중단 가능성이 있는 펀드 규모도 7263억원으로 추산됐다.

이중 환매연기 주요 펀드는 9곳으로 집계됐다.

최근 부실과 사기 등으로 문제가 된 라임과 옵티머스를 비롯해 디스커버리·알펜루트·젠투(GEN2)·팝펀딩·헤리티지·헬스케어·호주부동산펀드 등이다.

이들 9개 펀드 대부분의 환매 중단 사유는 자산 부실화다. 

라임과 디스커버리, 젠투, 헤리티지, 헬스케어 관련 펀드는 투자처의 부실화와 자산가치 하락 등이 환매 연기 원인으로 작용했다.

옵티머스와 팝펀딩, 호주부동산은 펀드 관계자들의 사기와 위조 혐의가 자산 부실화를 초래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 중 옵티머스는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관련 문서를 위조해 당국-판매사-수탁회사-사무관리회사에 걸친 감시망을 피해갔다.

이밖에 알펜루트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의 유동성 지원이 중단되면서 환매중단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지난 8월부터 1만 개가 넘는 전체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사모펀드 자산 부실화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 펀드 종류도 무역금융, 메자닌(주식으로 전환가능한 채권) 등에서 원자재와 재간접, 해외부동산 등으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수익성 만큼 리스크도 따라온다는 것을 감안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온 의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후진적 금융시장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내년에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집단분쟁 조정제,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소비자를 위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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