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인용하면 아시아나 매각 무산
산은, 3자연합 달래며 "조원태 회장 경영성과 미흡땐 퇴진" 강조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뒤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뒤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법원이 '3자 연합'의 KCGI가 낸 한진칼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이 시작부터 거대 암초를 만났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경영권 분쟁 중에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자금을 수혈해 통합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기존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신주 발행은 위법'으로 법원이 이 판례를 적용해 판결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은 좌초된다.

산은도 "법원이 KCGI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 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대안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3자연합 달래기' 나선 산은

산은은 먼저 "경영권 분쟁 과정 누구의 편도 들지 않겠다"며 3자연합을 달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강성부 KCGI 대표 등 3자연합이 생산적인 제안을 한다면 협의할 용의가 있다"며 "언제든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산은이 10%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 편도 들지 않는 중립적 위치에서 양자를 견제할 것"이라며 "산은은 중립적인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제3자 유상증자를 하는 것이 조원태 한진칼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한 셈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도 "(KCGI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다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이나 인용 여부를 검토했다"면서도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는데 매각이 무산된다면 기존 계획대로의 (채권단) 관리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행장은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을 통해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대한항공이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고 한진칼 대신 산은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은 20% 미만이 돼 지주사 요건을 위반한다.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 및 위반상태 해소 명령 조치가 내려지게 된다"며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공정위로부터 위반 상태 해소 명령이 내려지고 사실상 지주회사 체제가 붕괴되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주제로 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주제로 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합병 무산땐 '플랜B' 있나

법원이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에 신주 발행을 하는 것을 문제 삼아 3자연합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산은은 '플랜B'로 가야 한다.

실제 대법원은 2009년과 2015년,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신주발행은 무효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최 부행장은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차선의 방안을 추진해 항공산업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대상과 관리, 원가 절감 등을 외부에서 컨설팅 받고 있는데 기존에 갖고 있던 관리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또 다른 매각 주체를 찾는 방안과 전환우선주 형태로 한진칼에 유상증자를 하는 방안, 의결권 제한이 있는 주식발행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만약 기존 계획대로 채권단 산하에서 정상화 절차를 밟게 될 경우 아시아나에 이미 투입된 3조6000억원 외에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에 내년에도 1조1700억원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해 차입금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정상화 실패시 과거 사례처럼 막대한 금융기관 손실, 대량 해고, 국가 항공운송체계 붕괴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 상황의 긴급성을 인정해 법원이 산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크다.

최 부행장은 "국책은행으로서 법률적 이슈 검토 절차를 진행하는 데 다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 검토를 했다"며 "본건 거래 취지와 중요성, 시급성, 코로나 장기화를 감안해 준비된 일정과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제는 조원태?...산은 "경영성과 미흡땐 퇴진시키겠다"

산은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분쟁 과정과 그동안의 행태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에도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조 회장에 대해 '7대 의무' 부여 등으로 견제장치를 마련하고, 산은이 이에 대한 이행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 부행장은 "조원태 회장은 담보 가치 1700억원인 한진칼 지분 전체를 담보로 제공했다"며 "산은은 경영평가를 통해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담보를 처분하고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등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부여했다"고 했다.

산은은 8000억원을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투입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전체가 담보로 잡았고, 윤리경영을 위한 7대 의무 조항을 부여했다.

산은은 한진칼 및 계열주(오너)에 대한 견제 장치로 '계열주 일가의 한진칼·항공 계열사 경영 배제' 방안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최 부행장은 산은이 취득하는 한진칼 보통주에 대해선 "단기적인 회수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 위기가 종식되고 영업 상황이 회복되면 매각하거나 자사주로 매입하도록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