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31.7명당 임원 1명꼴...최근 10년 새 승진 확률 점차 낮아져
유통분야 승진 경쟁률 '320:1' 달해...조선·철강 등도 바늘구멍 좁아져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이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대기업에서 임원직에 오르려면 평균 131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 확률이 0.76%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바늘구멍은 최근 10년 새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유통, 조선·중공업, 철강 등은 다른 업종보다 더 임원 명함을 받아내기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2021년 100대 기업 직원의 임원 승진 가능성'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 기업은 상장사 매출액 기준으로 선정했으며, 각 기업이 제출한 반기보고서 내용을 반영했다. 대상은 사내 및 사외이사 등기임원을 제외한 미등기임원(이하 임원)으로 한정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00대 기업 전체 직원 수는 83만7715명으로, 지난해 84만7442명보다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등기임원도 6578명에서 6361명으로 줄어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직원과 임원 수는 모두 하락세를 이어갔다.

당시 100대 기업 직원과 임원 수는 각각 85만3970명과 6655명으로,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에 변수가 생기면서 2년 만에 직원은 1.9%, 임원은 4.4% 감소했다.

유니코써치는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대기업들이 매년 임원 수를 줄이고 있는데, 코로나19가 임원 자리 감축에 가속 페달을 밟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10년간 임원 승진 확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연도별 100대 기업의 임원 1명당 직원 수는 2011년 105.2명(임원 승진 확률 0.95%), 2015년 106.8명(0.94%), 2018년 124.5명(0.8%), 2019년 128.3명(0.78%), 2020년 128.8명(0.78%)로 점점 많아졌다.

올해는 131.7명까지 높아지며 임원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임원으로 승진하기 위한 경쟁률이 131 대 1 수준으로 어려워지면서 승진 확률이 0.76%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료=유니코써치]

업종 별로 임원 1명당 관리하는 직원 수도 큰 편차를 보였다.

증권업에 포함된 회사들은 올해 직원 52.3명당 1명꼴로 임원 자리에 올라섰다.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임원이 될 기회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 무역(64.9명), 석유화학(73.9명), 보험(77.5명) 업종도 직원 100명 미만 중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통 분야는 직원 320.5명당 한 명만 임원으로 등극하며 다른 업종보다 승진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매장 직원이 다수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일반 직원이 임원으로 등극할 확률이 낮은 편에 속한 것이다.

이외 조선·중공업(209명), 철강(202명), 항공·해운(199명), 건설(173.9명), 자동차(146.7명), 전기·전자(134.6명), IT·통신(119.3명) 업종도 100대 1이 넘는 임원 승진 경쟁률을 보였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4대 기업의 임원 1명당 직원 수도 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1.7명에서 올해 106.2명으로, LG전자는 127.7명에서 128.8명으로 많아졌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89.5명에서 189.1명으로, 현대자동차는 150.1명에서 147.8명으로 줄어들었다.

[자료=유니코써치]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이사는 "최근 대기업들은 사업 속도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임원 직급별 단계를 단순화하고 인원수도 줄이는 추세"라며 "때문에 일반 직원이 임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과거보다 점점 낮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 연말 인사는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경영 판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젊고 유능한 임원들을 전진 배치해 신사업을 선점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작년보다는 신임 임원 수가 다소 늘어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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