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인사서 여성 중용 뜨거운 화제...'최초' 타이틀 잇따라
예년처럼 '이례적' 평가...세계서 약진하는 리더도 드물어
일부 직원들 "보수적인 분위기 여전"...기업들 노력 숙성돼야

삼성전자의 2023년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한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이영희 사장. 로레알 마케팅 출신인 이 사장은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갤럭시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만든 인물로 꼽힌다.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새해를 한 달 앞두고 주요 기업들의 2023년도 인사가 막바지에 돌입했다.

이번 인사에서 유독 주목을 받은 키워드는 '여성 임원'이다.

승진자 명단에 여성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유리천장이 깨졌다" 혹은 "얇아졌다"와 같은 평가가 쏟아졌다.

뜨거운 관심의 중심에 선 주인공은 삼성전자에서 첫 '여성 사장' 타이틀을 거머쥔 이영희 사장과, LG생활건강을 새로 이끌게 된 이정애 사장이었다. 이정애 사장은 그룹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 사장이다.

기업들 또한 이 부분을 내세우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에서 "역량을 갖춘 여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여성 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정기 인사에서도 여성 승진에 대해 "다양성과 포용성에 기반한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 및 외국인 발탁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LG도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중용해 다양성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의 여성 임원의 수는 2018년 29명에서 64명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국내에서 여성이 임원 혹은 고위 경영진 라인에 오르는 것은 늘 이례적이고 특별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과 비교했을 때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포브스가 발표한 '2022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을 살펴보면, 선정된 이들 중 다수는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급에 속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85위)이 유일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의 매리 바라, CVS헬스의 카렌 린치, 액센츄어의 줄리 스위트 등은 상위권에 올라 쟁쟁한 정치 및 금융권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쉬우면서도 씁쓸한 대목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트스트가 올 초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10년째 꼴찌를 면하지 못했다. 고위직 여성의 비율과 육아휴직 현황, 소득 격차 등의 지표를 종합 산출한 결과다.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여성이 가족과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여성이 결혼을 하면 일을 그만두거나 쉬는 경우가 많아서, 임원 라인에 중용하고 싶어도 실제 그만큼 실력을 쌓은 인재 풀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현시점에서 성별과 국적을 막론하고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는 게 중요해진 이유"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소통 창구·육성 프로그램 등 성별 차별 없이 모두가 자신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육아휴직에 대한 부담이 과거보다 덜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유리천장이 깨질 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었는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A그룹 계열사의 30대 직원은 "같은 조건이라면 연봉 테이블이 동일하고, 오히려 일을 잘하는 여성이 연봉이 더 높은 경우도 많아 유리천장 혹은 유리바닥이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육아휴직도 남녀불문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반면 다른 40대 직원은 "높은 위치에 올라선 여성 상사나 동료 중 다수는 결혼을 안 했거나 자녀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B그룹 계열사의 한 20대 직원은 "'업무 특성'을 이유로 채용 단계부터 여성을 뽑지 않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노력과 변화가 더 숙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성별 다양성은 어떤 기업에서나 더 적극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다양한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모여야 기업이 미래 비전과 위기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에 한국의 수많은 여성 리더들이 오르는 날, 여성의 승진 소식에 재계가 들썩이지 않아도 되는 날이 머지않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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