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한국투자·삼성, 인하 나서지만... 증권사, 대부분 9%대 이자율
매년 고금리 신용융자로 수천억원 벌어들여... 은행권 예대마진의 6배
“‘이중 수익’ 신용융자로 9%대 고금리 취득... 부적절·과도” 비판 잇달아

신용융자 금리에 10%를 넘던 이자를 적용하던 증권사들이 뒤늦게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증권사의 신용융자를 향한 따가운 눈총은 짙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용융자 금리에 10%를 넘던 이자를 적용하던 증권사들이 뒤늦게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증권사의 신용융자를 향한 따가운 눈총은 짙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투자자들을 상대로 신용융자에 10%를 넘게 금리를 적용하던 증권사들이 뒤늦게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이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연일 이자장사 논란이 커지자 이를 의식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이 여전히 9% 수준의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고리대 장사’를 향한 따가운 눈총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20일 KB증권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오는 1일부터 최고 금리 0.3%포인트 인하에 나선다. 이에 따라 KB증권의 신용융자 이자율 최고금리는 현행 연 9.8%에서 연 9.5%로 낮아지게 된다.

앞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신용융자 이자율을 최고 0.4%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증권사들이 최근 신용융자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는 추세임에도 투자자들의 불만은 크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공시하는 29개 증권사 가운데 최근 이자율을 내린 증권사는 아직 소수인 데다 신용융자로 9%가 넘는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과도한 취득이라는 지적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른 증권사 이자율(최고금리 기준)을 살펴보면 DB금융투자는 10.2%,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은 10.1%, 신한투자증권은 10% 등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 밖에 NH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9%대 이상의 금리를 적용 중에 있다.

이에 신용융자는 만기 미상환시 반대매매를 활용해 원금 회수가 정상적으로 가능해 신용위험이 낮은 편인 데도 증권사가 과도하게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현황 [자료=금융투자협회/표=남지연 기자]
증권사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현황 [자료=금융투자협회/표=남지연 기자]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보면, 29개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융자받는 금리는 3.02%에 달한다.

같은 기간 고객에 대출해주는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신용공여기간에 따라 최저 5.55%에서 최고 8.92%로, 금리 차가 최소 2.53%포인트에서 최대 5.90%포인트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등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대마진이 0.97~1.83%포인트였던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의 수익이 최대 6배 높은 것이다. ‘고리대(부당하게 비싼 이자를 받는 돈놀이) 장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높은 신용융자 금리로 최근 주식시장 전체 신용융자 잔고는 1월 말 16조944억원에서 이달 15일 기준 17조1423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약 2주만에 1조479억원 늘어난 셈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투자자가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을 말한다.

증권사들도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뒤 고객에게 높은 이자를 받아 매년 수천억원의 수익을 매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에서 조달한 7조6852억원을 기준으로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차가 최저치인 2.53% 포인트일 때 연간 수익은 1944억원으로 추산된다.

최대 금리차인 5.90% 포인트를 적용할 경우, 4534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용거래융자가 가장 많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2조6489억원)이었으며 삼성증권(2조5967억원)과 키움증권(2조4434억원) 등이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증권사는 신용융자를 통해 빌려준 돈으로 고객이 주식을 사면 수수료까지 취득하는 이중 수익구조”라면서 “증권사의 조달금리 대비 이자율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개미들이 ‘존버’를 하는 이유는 종목이 떨어지니까 1년 이상 등 장기간 가지고 있는 것인데, 신용융자는 기간이 길면 이자율이 늘어나는 구조다 보니 구조 자체부터 증권사 고객에게 불합리한 구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포함한 금융투자 상품 거래와 관련한 이자 및 수수료율 지급·부과 관행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사가 예탁금 이용료율 및 신용융자 이자율을 산정하면서 기준금리 등 시장 상황 변동을 반영하지 않거나 주식대여 수수료율이 공시되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취약해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달부터 유관기관과 함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점검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개인투자자의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관련한 이자 및 수수료율이 합리적으로 산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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