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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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코로나 블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가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일상생활이 변화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됨에 따라 정신적‧심리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어 불안, 분노, 우울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을 말한다.

굳이 코로나 블루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최근 들어 우리는 국민 개개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조금씩 헤쳐나가던 환경을 누군가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말미암아 한순간에 무너져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극도의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 꽤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럼, 우리는 분노를 느꼈을 때, 분노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분노를 가라앉히고 일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겠지만 행동경제학 관점에서는 분노했을 때, 다음에 선택하는 행동들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 것인가?

아니면 분노의 감정으로 인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택할 여지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데에 보다 큰 관심을 둔다.

즉 우리의 감정이 앞으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지가 궁금하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행동경제학 관련 국내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책이 소개되고 있는 댄 애리얼리 교수의 실험을 통해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실험 소개에 앞서 댄 애리얼리의 교수의 얘기를 바탕으로 내 얘기를 조금 풀어볼까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프로스포츠 경기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고 특정 팀을 열렬히 지지하는데, 특히 NBA의 골든스테이트워리어스의 팬이다.

NBA 2017-1018 시즌의 파이널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에서 클리블랜드를 물리치고 우승한 날, (아마도 2018년 6월 어느 날) 그 흥을 주체하지 못해 아무 기념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위해 꽤나 유명한 빵집의 케이크를 사가지고 들어갔다.

그 이후에는 우승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야구팀이 이기거나 혹은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기라도 하면 으레 그 빵집에 가서 케이크를 사가지고 가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즉, 순간적인 감정에서 행했던 행동이 이후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다시 댄 애리얼리의 실험을 통해 이 얘기를 조금은 깊게 들여다 보자.

우선 실험에서는 최후통첩게임을 제안한다.

최후통첩게임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에게 돈을 주고 이 돈을 나머지 사람과 임의로 나누도록 한다.

이 때, 돈을 나눠주는 사람이 몇 대 몇으로 나눌지 정해서 통보했을 때, 받는 사람이 받아들이면 둘 다 돈을 가져가게 되고, 받는 사람이 거절하면 둘 다 돈을 못 가져가게 된다.

예를 들면 만원이 주어진 상황에서 나눠주는 사람이 본인이 9000원을 갖고 1000원을 나머지 사람에게 나눠준다고 했을 때, 받는 사람이 불공정하다고 거절하면 둘 다 못 가져가게 된다.

일반적인 경제학적 관점에서 아예 없는 것보다 1000원 이라도 공짜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택해야만 한다는 것이 결론을 도출되지만 공정하지 못하다는 심리적 감정이 개입하게 되어 일정 수준까지는 거부한다는 것이 실제 실험 결과로 나오기 때문에 행동경제학 내용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인용된다. (평균 6:4 정도로 나눠지게 된다)

다시 실험으로 돌아가 한 집단은 매우 억울하고 슬픈 영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경험을 했는지 써서 제출하게 한다. 그 후 최후통첩게임을 진행하면 집단의 대부분은 평균보다 훨씬 더 높은 금액을 거부하게 된다.

또 다른 집단에게는 매우 유쾌하고 기분 좋은 영화장면을 보여준다.

역시 유사한 경험을 글로 써서 제출하게 하고 최후통첩게임을 진행한다.

진행 결과는 예상하다시피, 행복한 집단 사람들의 대부분은 평균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제안 받았을 때에도 받아들이게 된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아주 간단한 실험이지만, 우리의 감정 자체가 다음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얘기하는 것은 평상시와 다른 감정의 상태라면 가급적 의사결정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내린 의사결정은 매우 비합리적일 수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 연쇄작용을 일으켜 지속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 모두 불안과 분노에 사로잡혀 있을 듯하다.

당분간 중요한 의사결정은 뒤로 미루던가 아니면 마음을 충분히 다스린 상태나 기분 좋은 글이나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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