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본입찰 연기 가능성 솔솔...오픈마켓 성장성 우려 때문
쿠팡·마켓컬리·네이버 치고 올라오는데...배송 확대·상품 다양성 등 고객확보 전략에 밀려

미국 캘리포니아 이베이 본사 입구. [사진=이베이]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올 초 유통업계를 뒤흔들었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열기가 최근 들어 사그라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수 후보자들이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G마켓과 옥션, G9 등의 성장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16년 연속 흑자를 낸 기업이라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보유하고 있는 오픈마켓들의 경쟁력이 쿠팡과 마켓컬리 등 신흥 강자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당초 5월 초에 발표하기로 했던 이베이코리아의 최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베이 측이 입찰 후보자들이 요청한 일부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게 주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본입찰 일정도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앞서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본입찰 날짜로 오는 14일을 낙점했지만, 실사 작업에 차질이 일어나면서 빨라야 이달 말에 입찰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부터 본입찰까지 삐거덕거리고 있는 배경에는 인수 후보자들의 강한 우려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보자들은 거대 자금 투입에 앞서 이베이의 오픈마켓이 쿠팡과 같은 기업에 견줄 만큼 경쟁력이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매각 소식이 공개됐을 당시 시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최대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신세계와 롯데, SK텔레콤, MBK파트너스다.

스마일배송을 준비하는 이베이코리아 직원들. [사진=이베이코리아]

현재 이베이코리아의 주요 경쟁사들은 이용자의 편의성과 상품의 특성을 적극 반영하며 이커머스 시장의 변화를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먼저 쿠팡은 로켓배송 및 로켓와우 등 빠른 배송 전략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부터는 '로켓배송 배송비 0원' 행사를 진행하며 체험을 통해 평생 고객을 얻는 록인(Lock-in·고객 묶어두기) 전략에 본격 돌입한 상황이다.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최근 마켓컬리의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켓컬리가 경쟁사와 겨루기 위해 앞으로도 식품 분야에 주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매체는 현재 마켓컬리의 기업가치가 8억8000만달러(약 9895억원)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네이버도 네이버 쇼핑을 통해 싸고 다양한 상품을 내세우며 압도적인 거래량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자사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에 '선물샵' 탭을 신설해 이용자들의 성별과 연령 등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거나, 트렌드를 분석해 맞춤 제품을 추천해 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주요 경쟁사인 카카오가 '선물하기' 기능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젊은 소비층을 잡는 데 성공하자, 이에 질 수 없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이다.

임준현 네이버 선물하기 리더는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상품과 브랜드, 네이버페이 포인트 선물 등 일상 속에서 편리하게 선물을 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서비스가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패션업계의 이커머스 주도권도 최근 들어 무신사와 W컨셉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온라인 편집샵들에게 기울고 있다.

지난 4일 네이버는 '선물샵' 주제판을 열고 다양한 선물 콘텐츠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용자는 상황별 선물을 추천하는 '테마별 선물 편집샵'과 중소상공인·창작자 작품을 선별한 '컬처샵', '아뜰리에샵'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네이버/연합뉴스]

반면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오픈마켓들은 다소 뒤처진 모습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마일클럽'과 같은 유료화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배송과 할인 등 고객 확보에 필수적인 전략을 새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이베이는 공산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잡화점의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공략'이라는 유통업계의 숙제를 풀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앞서 인수전에서 발을 뺀 카카오도 비슷한 이유로 이베이코리아 대신 여성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를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때문에 당초 5조원 규모로 알려진 M&A 가격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라며 "신세계와 롯데 등 인수 후보자들 간의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베이코리아는 매년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행사인 '빅스마일데이'를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하며 막판 몸값 올리기에 나섰다.

이베이는 행사 기간 동안 평소 쉽게 구매할 수 없었거나 가격이 부담스러운 제품을 엄선해, 추첨식으로 당첨된 고객에게 해당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상품을 구매할 때 재미를 추구하는 '펀 슈머'(Fun+Consumer) 성향이 짙은 젊은 소비층을 본격 공략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빅스마일데이 행사 오픈 첫날인 10일 하루 동안 G마켓과 옥션, G9에서 총 287만5718개의 상품이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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