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삼성·LG와 기가팩토리 논의 가시화...스페인·인니도 자국 내 공장 유치 속도전
ESG·성능·안전성 충족한 국내 배터리 인정받는 분위기..."주요국의 관심 더 커질 것"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에 삼성SDI 배터리 제품이 전시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 세계에 전기차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K-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삼성과 LG, SK 등 국내 기업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공장 유치 요청에 대규모 현지 투자로 화답하자, 영국과 스페인 등 주요국들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정부가 자국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한국의 삼성, LG와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회사명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배터리 사업을 운영하는 삼성SDI과 LG에너지솔루션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대변인은 "영국 정부는 기가팩토리(대량생산용 리튬이온 전지공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전기차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에 나선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낸 것처럼 영국도 신규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취임 이래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주요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다시 재편하고 있다.

백악관은 최근 공개한 전략 보고서에서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을 74차례, '삼성'을 35차례, 'LG' 등 한국 기업 이름을 50차례 언급했다. 

국내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미국에 화답한 상황이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총 15조7000억원에 달하는 현지 배터리 공장 건설을 예고했고, 삼성SDI도 미국 진출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성공 사례에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한국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제조강국으로 잘 알려진 스페인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열린 '한-스페인 그린·디지털 비즈니스 포럼'에서 현지 투자 유치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페인에는 8개 전기차 제조사가 공장 15개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포럼에 참석한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스페인은 리튬 광산을 보유하고 있고 주요 자동차 공장도 많아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시장으로서 큰 매력이 있는 곳"이라며 투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도네시아도 니켈과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자재가 풍부한 현지 환경을 앞세우며 국내 기업과 맞손을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 국영 배터리 코퍼레이션(IBC)과 12억달러(약 1조3590억원)를 투입해 현지에 10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착공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열린 '한-스페인 그린·디지털 비즈니스 포럼'에서 한국과 스페인 대표들은 배터리와 그린에너지, ICT(정보통신기술) 등의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페드로 산체스 총리(앞줄 왼쪽 세번째),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박용만 경협위원장(앞줄 오른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한편 업계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개발·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가 강화되면서 배터리 제조사들 사이에서 그 기준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라며 "우수한 기술력과 지속가능한 가치를 자랑하는 국내 기업은 견조한 점유율과 판매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분석한 지난 1~4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현황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2위(21.5%), 삼성SDI는 5위(5.4%), SK이노베이션은 6위(5.1%)에 이름을 올렸다.

1위를 기록한 중국 CATL 점유율(32.5%)의 대부분이 내수용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국내 3사의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히 압도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기세에 배터리 3사는 기술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에서 성능과 안전성 등 두 토끼를 잡은 제품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업계 최초 알루미늄을 첨가한 4원계 배터리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을, 삼성 SDI는 1회 충전에 6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젠5(Gen5)를 선보였다.

SK이노베이션도 니켈 비중을 90%까지 높인 배터리 'NCM9'를 소개했다. 해당 배터리는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에 탑재되며 안전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더 좋은 배터리를 확보해야만 전기차 산업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전 세계 업계의 중론"이라며 "국내 기업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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