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이어 대통령, 국회까지 은행의 사회적 책임 강화 강조
정유사 횡재세에 대한 찬반 의견 엇갈리면서 도입 가능성 낮아
금융당국에 협조 이어왔지만 비판만 쇄도…오락가락 정책에 당혹감도

4대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3~4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당국, 대통령, 국회 등에서 금융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3~4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당국, 대통령, 국회 등에서 금융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사와 정유사가 작년 한 해 동안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둘 다 수조원에 이르는 이익을 거두었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연일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 내부에서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를 따라왔는데 왜 우리만 비판 대상이 돼야 하는가”라는 하소연이 새어나오고 있다.

◇ 3~4조원 순이익 거둔 금융지주사에 ‘싸늘한’ 시선들

이달 중순 연이어 발표된 4대 금융지주사의 작년 실적을 보면 금리상승기를 맞아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신한금융지주(4조 6423억원)이 가장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KB금융지주(4조 4133억원), 하나금융지주(3조 6257억원), 우리금융지주(3조 1693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각 지주사의 맏형격인 시중 은행들은 300~400%에 이르는 성과급과 희망퇴직자 1인당 수억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책정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적인 여론이 쇄도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은행 고금리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이 크다”는 언급으로 금융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동안 꾸준히 은행의 사회적 책임 역할을 강조해 온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바로 다음날 임원 회의를 열고 “은행이 국민들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원장은 “생색내기 식으로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압박이 이어졌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 지급 현황을 공개하며 국민들의 이자 부담 경감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2021년 1조 70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의 경우 아직 최종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보다 더 큰 규모가 책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양정숙 의원은 “시중은행들은 거둔 이익을 임직원 성과급 지급에 대거 소진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영업이익 2배 늘어난 정유사들…성과급 1000% 지급 사례도

국내 주요 정유사들도 지난해 최고의 성과를 거두며 영업이익이 크게 급증했다.

SK이노베이션(3조 9988억원)을 선두로 GS칼텍스(3조 9795억원), 에쓰오일(3조 4081억원), 현대오일뱅크(2조 7898억)을 기록했다.

2021년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SK이노베이션 129.6%, GS칼텍스 97%, 에쓰오일 59.2%, 현대오일뱅크 155.1%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오일뱅크는 기본급의 1000%를, GS칼텍스는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각각 책정하면서 정유사도 ‘돈 잔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유사 횡제세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연합뉴스]
정유사 횡제세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연합뉴스]

정유사를 대상으로 이른바 ‘횡재세’라는 명목의 추가 세금을 거두자는 의견이 야당을 중심으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고유가로 자영업자·화물노동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을 때 정유사들은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횡재세에 국민 과반이 찬성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횡재세 부과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누진적 법인세를 내는 방안으로 정유사들이 정부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낸다고 해서 횡재세를 거두는 것은 맞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즉, 똑같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지만 금융지주사와 달리 정유사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이 보는 시각이 정반대인 셈이다.

여기에 추가로 고객 이자로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한 금융지주사와 달리 정유사는 정제 마진을 통한 수출 등으로 상당 부분 수익을 내기 때문에 객관적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횡재세 도입에 대한 찬반 여론을 의식한 정유사들은 총합계 360억원에 이르는 사회공헌기금을 각 사별로 내놓으면서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 은행권 “예대금리차? 금리 결정권은 우리에게 없어”

현재 금융권이 ‘이자장사’와 같은 논란에 답답한 이유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발맞춰 금리를 결정하고 있는데 마치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설정한 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수준을 정하게 되는데 여기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격차를 은행에게 따지는 경우가 있는데 금리는 사실 금융당국 기조에 맞춰 설정하는 것이지 은행이 혼자 결정하는 기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올라간 것은 국내외 경제 상황에 따른 한국은행의 조치일 뿐 시중은행의 의견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는가”라며 “여기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가 상당한 듯 싶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엇박자 정책 기조에 혼란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B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은 계속되는 가운데 시중은행에 돈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국회까지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업에 행하는 영향력은 상당히 막강하다”며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금융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조치가 새롭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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