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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일푼으로 '롯데' 일군 신격호…하지만 쓸쓸했던 '마지막 길'
무일푼으로 '롯데' 일군 신격호…하지만 쓸쓸했던 '마지막 길'
  • 김동호 기자
  • 승인 2020.01.20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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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신동주-동빈 경영권 분쟁에 우울한 노후…경영비리 혐의 등으로 실형 선고 받기도
지난 19일 지병으로 별세한 故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사진=롯데그룹]
지난 19일 지병으로 별세한 故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사진=롯데그룹]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99세.

롯데그룹은 지난 19일 "신 명예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알렸다. 신 명예회장은 전날 밤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1921년 경남 울산군 삼남면(현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에서 5남 5녀 중 맏이로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무일푼으로 일본에 건너간 뒤 수십년간 탁월한 사업 능력을 발휘하며 롯데그룹을 창업하고 국내 재계 서열 5위까지 올려놓는 등 수 많은 업적을 남겼다.

신 명예회장은 특히 롯데그룹 회장 재임 기간 동안 90여개 계열사와 매출 100조원에 달하는 실적을 달성했으며, 서울 강남 한복판에 123층짜리 랜드마크 빌딩의 기초를 다지는 등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말년 장남 신동주 광윤사 대표와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을 지켜보게 되고, 자신은 경영비리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의 형을 확정 받는 등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 '불굴의 의지'로 일어선 신격호

신 명예회장은 울산농고를 마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 후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신 명예회장은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일본에서 커팅오일 사업을 시작했지만 폭격으로 인해 공장이 모두 파괴되면서 실패를 맞봤다.

그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와신상담 또 다시 사업을 준비하게 된다. 또 다시 일본행을 선택한 그는 1948년 본격적인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

세탁비누, 포마드 크림 등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한 그는 1년여만에 사업이 크게 번창하며 그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졌던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고 한다.

◇ '껌'으로 시작해 재계 5위 대기업으로 일궈

그는 이에 멈추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현재 롯데의 시작이 된 '껌'이다.

그는 당시 시중에 판매되는 껌들을 모두 사서 분석한 뒤 그들의 장단점을 파악,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가 만들어낸 껌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성공시대를 예고했다.

‘롯데’라는 이름도 이때 탄생했다.

그는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여주인공 '로테'에서 착안해 현재의 '롯데(LOTTE)'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생전 남긴 저서에도 "롯데라는 이름이 떠올랐을 때 충격과 희열을 느꼈다"며 "내 일생일대 최대의 수확이자, 걸작의 아이디어"라고 회고했다.

그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1966년부터는 동방아루미공업(현 롯데알미늄)으로 국내에도 진출한다.

이후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롯데관광(1971년), 호텔롯데(1973년), 칠성한미음료(1974년·현 롯데칠성음료), 호남석유화학(1976년·현 롯데케미칼), 삼강산업(1977년·현 롯데푸드), 롯데건설(1979년)을 설립 및 인수하는 등 기업 규모를 더욱 키워갔다.

특히 지난 1973년 문을 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지하 3층, 지상 38층 규모로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초고층빌딩으로 '한국의 마천루'라는 칭호가 붙기도 했다.

롯데쇼핑과 롯데관광은 당시 우리나라 경제규모 등으로 볼 때 다소 무리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한 단계 앞선 안목으로 시장을 선점, 현재도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 잠실 한복판에 올라선 ‘제2 롯데월드타워’

롯데의 상징물로 대변되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제2 롯데월드타워’도 신 명예회장의 작품이다.

지난 1989년 주변의 반대에도 잠실에 롯데월드를 세운 신 명예회장은 2010년 그의 마지막 꿈이라던 '제2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추진한다.

지상 123층, 높이 555m의 제2 롯데월드타워는 지난 2017년 완공,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우울한 노후'로 말년 마감

이 같은 업적에도 신 명예회장은 말년을 불행하게 마무리했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 2015년 시작된 차남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간 이른바 '왕자의 난' 속에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가, 법정 분쟁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패소하면서 고난이 시작된다. 

그는 또 2016년에는 경영비리와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다만 고령인 점과 지병 등을 이유로 실제 수감되지는 않았다. 

한편,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1년 3개월여만에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아버지의 별세로 그 동안 남보다 더 멀게 지냈던 형제들이 화해를 하게 될지, 아니면 더 상황이 악화될지도 주목된다.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22일 오전 6시, 영결식은 같은날 오전 7시 서울 롯데월드몰 롯데콘서트홀에서 치러진다. 장지는 울산 울주군 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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