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점유율 33.1%로 1위 장점...테슬라 등 완성업체는 자체배터리 개발에 몸살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자들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에 주목하고 있다며 LG그룹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를 살펴보는 LG화학 직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글로벌 투자사들이 배터리 산업에 눈을 돌리면서 특히 LG그룹을 콕 집었다. 

테슬라 등 거대 전기차 제조사들의 가치가 과대 평가되고 있다며, 장기적인 차원에선 배터리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수많은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을 거론한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전기차(EV) 산업을 둘러싼 주식 시장의 열풍이 뜨거워지면서 투자자들이 배터리 제조업체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며 특히 이목을 이끌고 있는 업체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를 꼽았다. 

◇ TOP5에 든 LG...거대 고객사 장악해 경쟁력 '증명'

글로벌 투자자들은 모두 LG의 미래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유정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 투자 이사는 "LG화학은 세계 5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며 "전기체 제조업체보다 더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애버딘은 글로벌 자산으로 약 5300억달러(585조703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거대 자산운용사로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다른 투자자들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기업)이 내일의 별이 될 수 있다”며 LG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터리 제조를 핵심 사업으로 전개하는 이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데엔 최근 LG가 선보인 높은 성적이 긍적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화학에서 2020년 12월 물적분할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은 무서운 기세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에너지는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33.1%로 왕좌를 차지한 것이다.

국내 경쟁 기업들과의 격차를 공고히 한 것도 눈 여겨 볼 만 하다. 3·4위를 기록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10.1%, 9.7%를 기록하며 LG에너지보다 20% 이상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는 현재 테슬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포드, 독일 다임러,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스웨덴 볼보, 영국 재규어, 프랑스 르노 등 거대 자동차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여기에 LG전자와 마그나 간의 전기차 협력 소식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외신들은 LG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10억달러(1조1094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에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LG전자는 신규 합작법인 지분의 51%, 마그나인터내셔널은 49%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그룹 제공/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 제공/연합뉴스]

◇ 장기적 투자는 '배터리'지 '테슬라'가 아니다

반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테슬라 등 최근 주식시장 급등세를 이끌고 있는 전기차 제조사들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볼 때, 전기차의 핵심축인 배터리를 만드는 기업의 시장 경쟁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는 르노·GM·포드 등 굵직한 자동차업체들이 연달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프랑스 완성차 제조사 르노는 테슬라의 강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체적으로 '저렴한 배터리'를 개발해 배터리부터 완청사까지 모두 만드는 공룡기업이 되겠다고 선포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향후 5년 안에 자체적인 배터리를 제작해 관련 사업의 불필요한 비용을 낮추겠다고 선언했지만 LG와 중국 CATL 등으로부터 여전히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는 소형 순수전기차 ‘르노5’ 신형 생산을 예고하며 ‘리튬·인산·철(LFP)’ 등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는 자재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는 니켈·망간·코발트 등 고가의 자재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르노가 빠른 시일 내에 배터리를 상용화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르노가 자체적 배터리를 내놓겠다 공언한 시기는 약 10년 후인 2030년 쯤이다.

이에 미국 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마이클 버리 사이온 자산운용 창업자는 “테슬라 주가가 90% 이상 폭락할 수 있다”며 “올해 말까지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비판했다.

버리 창업자는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한 주역으로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다.

EV세일즈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전기차 49만대를 판매하며 20%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외부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사실상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 앞으로 테슬라가 아닌 배터리 제조사들을 향한 주식시장의 인기가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프만 인베스트먼트는 “주가가 언제 어떻게 정점을 찍을 진 알 수 없지만, 어느 시점에 주가가 하락할 지는 예측할 수 있다”며 “테슬라는 ‘컬트 주식’(cult stock)”이 됐다고 꼬집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인용한 자산운용사들도 "배터리 산업의 발전은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LG는 최근 자사가 만든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시장 경쟁력을 견고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15일 경남 창원에선 LG에너지가 개발한 배터리로 움직이는 현대차 전기 시내버스와 코나EV에서 불이 나면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화두가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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