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동월대비 5.4% 상승...근원지수도 4.5% 급등하며 30년 만에 최대폭 증가
중고차·에너지·여행 회복 영향...테이퍼링 시행·인플레 여부 두고 의견 분분

명품 매장이 밀집한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5번 애비뉴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에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가파른 경기 회복세를 보였다.

이에 현지 증권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 상황을 인플레이션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해 우려를 잠식시켜야 할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보다 0.9%, 전년 동월보다 5.4% 각각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의 최대 상승폭으로, 지난 5월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5월 C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5.0% 각각 증가했다.

6월 CPI 상승률은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를 크게 웃돌기도 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전월 대비 상승률 0.5%,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4.9%를 예상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전월보다 0.9%, 전년 동월보다 4.5% 급등했다. 이는 1991년 11월 이후 30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이 또한 전월보다 0.5%, 전년 동월보다 3.8% 각각 오를 것이라던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수치다.

이러한 깜짝 지표는 경제활동 재개로 호텔과 항공, 자동차 렌트, 의류, 에너지 등의 물가가 크게 오른 게 영향을 줬다.

특히 중고차 가격은 소비자물가 상승분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급등세를 보였다. 중고차가는 전월보다 10.5%, 전년 동월보다 45.2% 증가했다.

휘발유 가격 지수도 전월보다 2.5%, 전년 동월보다 45.1% 급증하며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NBC 방송에서 "(소비자물가 수치가 크게 오른 게) 놀랍지 않다"라며 "연방준비은행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작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준이 인플레이션 공포에 대비해 초완화적 통화 정책의 종료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테이퍼링 등의 조치가 내년 초에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지표가 속속 공개되면서 연준이 일찍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 소비자물가가 급등하는 것은 일시적 현상에 그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해리스파이낸셜그룹의 운영파트너 제이미 콕스는 CNBC방송에 "CPI 상승분의 3분의 1이 중고차 가격이라는 점을 보면 물가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이 특정 분야에 쏠렸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분야의 수급 불일치 현상만 해소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중고차의 가격은 여행 수요가 회복된 것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맞물리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일시적인 공급망 병목 상태가 사라지면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장기 목표치(2%)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의 헤더 부셰이 위원도 이날 트위터에 "물가가 올랐지만 그 아래 숨은 내용을 잘 봐야 한다"라며 "중고차, 신차, 차 부품, 차 렌트 등 자동차 관련이 전월 대비 상승분의 60%를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서면 자료를 통해 ""근 몇 개월 동안 인플레이션 압력 역시 뚜렷하게 높아진 것을 사실"이라며 "(다만) 지난해 물가하락으로 인한 기저효과와 높은 휘발유 가격, 경제 재개에 따른 소비 확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AP/연합뉴스]

한편 백악관은 현 상황을 인플레이션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물가 완화 시점에 대해서는 '미지수'라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백악관 고위 관리는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기는 공급망 압력은 머지않은 미래에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정확히 언제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주 단위로 데이터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라며 "(자동차 공급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 공급업체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현지시간 기준 14일과 15일 각각 미 하원 금융위원회와 상원 은행위원위의 반기 통화정책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날 파월 의장은 시장 예상치를 웃돈 경제지표에 대한 입장과 진단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인내심이 여전히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닐 두타 경제 헤드도 "지난 물가 지표가 피월의 견해를 바꾸지 못한 것을 봤을 때 이번에도 큰 입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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