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미 FDA에 조사 청원 넣을 것" 메디톡스 "환영"
6년째 계속되는 분쟁에 '경쟁력 상실' 우려...업계 신뢰성 제고해야

대웅제약은 29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이노톡스'의 안정성 자료 조작 행위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미국식품의약국(FDA) 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6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의 '보톡스 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이노톡스'의 안정성 자료 조작 행위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기로 하면서다.

29일 대웅제약은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며 "지난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결정이 명백한 오판이라는 것을 향후 한국과 미국의 사법기관에서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은 즉시 FDA에 청원을 제출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양사의 갈등은 지난 2016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톡스 균주 정보를 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당시 대웅제약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기술이라고 반박하며 시작됐다.

이에 메디톡스는 2019년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인 '나보타'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해달라"고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당시 메디톡스는 자사의 '이노톡스'가 미국 기업 엘러간을 통해 미국 내 시판될 제품이기 때문에 미국 당국이 이를 도용한 '나보타' 제품 수입을 허용하면 자국 기업의 이익을 해치지 않겠냐는 논리였다.

하지만 지난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정한 방법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이노톡스의 판매를 금지한다"며 "메디톡스는 유통 중인 제품을 전량 회수·폐기하라"고 결정하며 상황이 뒤집혀졌다.

앞서 식약처는 검찰로부터 메디톡스가 이노톡스의 허가 신청 과정에서 제출한 안정성 시험자료를 위조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은 식약처의 결정에 힘 입어 FDA에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지난 ITC의 결정을 뒤집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웅제약은 이노톡스 안정성시험자료 조작 시기와, 국내 식약처에 제출한 허위 자료를 미국 FDA에도 제출했는지 등을 묻는 공식 질의서를 메디톡스 측에 보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후 메디톡스의 답변을 정리해 FDA에 정식으로 조사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질의와 관련해 메디톡스 측은 아직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명 주보)'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사진=각 사 제공]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명 주보)'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사진=각 사 제공]

한편 일각에선 관련 갈등이 너무 장기화되고 있다며 자칫하면 양사 모두가 시장 경쟁력을 잃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품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다 분쟁이 시작됐던 2016년을 기점으로 휴젤에게 왕좌를 내어줬다.

또한 메디톡스는 지난 2018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중국 시장에 허가신청을 냈지만 식약처의 결정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공급 결정이 지연된 상태다.

대웅제약도 지난 ITC 분쟁에서 사실상 패소하며 미국시장 내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추후 이루어질 FDA 조사로 다시 반등할 순 있겠지만, 이미 미국 업계 내의 신뢰성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양사가 지난 ITC 판결문을 두고도 서로 “증거를 내놓아라”고 각축전을 벌인 것과 관련해서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국내외 병원 입장에서 해당 제품 사용을 꺼릴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제약업계의 신뢰성이 달린 문제"라며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게 조속히 분쟁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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