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시총, GM+포드 보다도 많아...양산경험 없는 기업도 수백억달러 가치
글로벌 투자은행 등 "나쁜게 끝나는 것이 당연하다" 과열 경고

테슬라의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세계 주요국들이 잇따라 친환경 정책을 내놓으면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시장을 꼽으라면 단연 '전기자동차' 분야다.

미국 테슬라를 필두로 현대차를 비롯해 제네럴모터스(GM),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까지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올해도 상승세는 계속될 모양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테슬라 등 대형 전기차 기업의 주가가 최근 눈에 띄게 과대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테슬라에 대적하겠다'며 출범한 일부 기업들의 가치도 고평가되면서 현재 전기차를 만든다는 기업들의 주가는 그야말로 과열 상태다. 

◇ 테슬라, 자동차 점유율 1~2%...시총은 완성차 강자들보다 높다

성적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은 곳은 단연 테슬라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다만 시가총액은 자동차 업계를 통 틀어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4일 오후 기준 나스닥에 따르면 테슬라의 시총액은 약 62만7000달러(한화 약 705조6618억원) 수준이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시총액을 합한 값보다도 큰 규모다. 같은 시간 포드의 시총은 4만7558달러(53조5270억원), GM은 7만5893달러(85조4174억원)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진입하고 주식을 분할하면서 올해에만 약 700% 가량의 급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들 앞에서 혁신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투자자들이 테슬라에 대한 '미래 가치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워렌 버핏의 동업자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와 비트코인의 가격 중 어떤 것이 더 투자 가치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며 테슬라의 가치가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국 전기차 회사 루시드모터스는 다가오는 2024~2025년까지 테슬라의 모델3와 경쟁할 차량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루시드모터스의 전기차 모델 '루시드 에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전기차 양산한 적 없어도...시장 반사이익에 '테슬라 주니어' 가치도 훌쩍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테슬라를 따라잡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도 자사의 성적보다 높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최근 외신들이 '제2의 테슬라'라고 보도했던 루시드모터스의 기업 가치는 수백억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루시드모터스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처칠캐피탈IV와의 합병논의를 마무리하며 240억달러라는 가치를 평가 받았다.

루시드는 아직까지 한 번도 전기차를 양산한 적이 없는 기업이지만, 테슬라 수석 엔지니어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대폭 영입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모았다.

이밖에 한 차례 파산 위기를 직면한 적이 있는 중국의 바이톤도 대만 폭스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조만간 SPAC을 통한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 폭스콘은 바이톤에 2억달러(약2249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달 말까지 급등세를 보이다 최근엔 대형주 하락과 함께 급락세를 타고 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자금이 과도하게 전기차 시장에 쏠린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레이먼드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 애널리스트는 "매출이 전혀 없는 기업이 높은 밸류에이션(가치)으로 상장하는 모든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콜라노비치 JP모건 대표도 최근 "전기차 부문에서 과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들은 성장 가능성만을 보고 리스크가 높은 주식들에 투자했다”며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산업이 과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JP모건 캡처]

때문에 전기차 시장에 무분별하게 자금이 투입될 경우 제2의 닷컴버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닷컴버블은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 관련 분야가 급성장하면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한 후 빠른 속도로 급락했던 사건이다.

일각에선 전기차 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닷컴버블 당시 기술기업들의 기업공개(IPO)를 담당했던 데이비드 에릭슨 펜실베이나대 선임연구원은 "전기차는 매우 거품이 낀 시장"이라며 "나쁘게 끝나는 것은 당연하다. 단지 언제, 어떻게 끝나느냐의 문제"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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