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급 전시회 평균 5~7톤 폐기물 배출
미술관들 전시폐기물 감축 위한 다양한 시도

【뉴스퀘스트=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 아름다운 예술작품 전시와 산더미 같은 전시 폐기물은 동전의 양면 같다. 국립현대미술관이 990∼1600m²(200~500평) 규모 전시장에서 개최하는 중대형급 전시에서 평균 5∼7톤의 폐기물이 배출된다.

대개 전시장 가벽에 쓰는 석고보드, 합판, 철골이나 전시 설명란을 만들 때 쓰는 플라스틱 등이다.[1] 예술기관들은 이러한 전시 폐기물을 줄이려는 노력에서 전시장 내 탄소량을 측정하는 등 다양한 탄소 감축 아이디어를 접목한 친환경 전시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대지의 시간' 전시회에는 가벽을 없애고 대신 구형의 반사체 '에어볼'을 놓아 폐기물을 최소화 했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
지난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대지의 시간' 전시회에는 가벽을 없애고 대신 구형의 반사체 '에어볼'을 놓아 폐기물을 최소화 했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

예술작품 전시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대지의 시간(2022)’은 가벽을 없앴다. 생태에 대한 메시지를 공간에 잘 담아낸 전시로 가벽 대신 구형의 반사체 11개를 놓았다.

국내외 작가 16명의 사진, 조각, 설치 등 35점이 출품됐었는데, 작품이나 동선을 구분하는 가벽이 없었다. 가벽 대신 놓였던 구형의 반사체는 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에어볼이다.

전시물 사이에 놓여 관객의 동선을 구분해 주었다.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에 사는 다른 생명체의 관점을 생각하고, 그들과 공존을 성찰하자는 전시 취지와도 어울렸다.

에어볼 안에는 공기압 자기 제어 장치가 들어 있다. 전시 기간 동안 스스로 공기량을 줄여 나간다. 전시가 끝난 후 에어볼의 공기를 빼면 가로세로, 높이 1.5m 크기의 상자 안에 모두 담길 정도로 크기가 줄어든다. 순회전을 하거나 다른 전시에서 필요할 때면 다시 에어볼을 부풀려 언제든 재사용이 가능하다.[2]

삼성문화재단의 리움미술관은 2022년 6월부터 가벽을 재활용이 가능한 모듈 파티션으로 바꿨다.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회에서도 모듈형 가벽을 설치했다.[사진=삼성문화재단 지속가능보고서]
삼성문화재단의 리움미술관은 2022년 6월부터 가벽을 재활용이 가능한 모듈 파티션으로 바꿨다.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회에서도 모듈형 가벽을 설치했다.[사진=삼성문화재단 지속가능보고서]

삼성문화재단의 리움미술관은 2022년 6월부터 전시에 사용되는 가벽을 재활용이 가능한 ‘모듈 파티션’으로 바꿔 폐기물 양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3] 리움의 가벽 재활용 정책은 삼성문화재단의 ESG경영 의지와 맞물렸다.

모듈형 파티션은 자재량을 예상하기 쉽고 공사와 철수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폐기물을 예상할 수 있어 실제로 폐기량 감소와 비용 절감 효과도 보았다.

삼성문화재재단 리움미술관의 전시폐기물 비교[그래픽=삼성문화재단 지속가능보고서]
삼성문화재재단 리움미술관의 전시폐기물 비교[그래픽=삼성문화재단 지속가능보고서]

모듈형 파티션을 도입하지 않은 〈인간, 일곱 개의 질문〉(2021)에서 27톤에 달했던 폐기물이 리움미술관이 모듈형 가벽을 도입한 〈아트스펙트럼 2022〉, 〈이안 쳉: 세계건설〉(2022) 전시에서는 9.2톤과 7.1톤으로 이전보다 60%~70% 이상 감소했다.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2023) 전시는 1부 전시장에 아예 가벽을 없애고 작품 배치만으로 연출을 완성했고 보다 친환경적인 LED 조명을 사용했다.[4]

아트선재센터는 ‘문경원&전준호: 서울 웨더 스테이션(2022년10월)’에서 전시장 내 탄소량을 측정하는 ‘로봇개(사족보행 로봇)’를 활용했다.[사진=아트선재센터]
아트선재센터는 ‘문경원&전준호: 서울 웨더 스테이션(2022년10월)’에서 전시장 내 탄소량을 측정하는 ‘로봇개(사족보행 로봇)’를 활용했다.[사진=아트선재센터]

월드웨더네트워크(World Weather Network: WWN)는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위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예술기관들이 모인 국제 이니셔티브이다. 2021년 결성된 WWN에 참여하는 28개국 28개 예술기관이 공동주체가 되어 각각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www.worldweathernetwork.org)에 서로의 프로젝트를 공유한다.

아트앤젤, 포고아일랜드아츠, 이흐메(IHME)헬싱키,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MCAD), 네온(NEON), 니콜레타피오루치재단, 낫씽겟츠오거나이즈드(NGO) & 풀(POOL), 사하(SAHA), 테투히 등과 한국의 아트선재센터가 참여한다. WWN는 2022년 6월 21일부터 2024년 6월 21일까지 각 지역 날씨에 대한 관찰, 이야기, 이미지를 공유하여 기후에 관한 목소리를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5]

아트선재센터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경원&전준호: 서울 웨더 스테이션(2022년10월)’에서 전시장 내 탄소량을 측정하는 ‘로봇개(사족보행 로봇)’를 이용했다. 로봇개는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 관람 동선을 안내하면서 전시장 내 탄소 수치를 포집한 후 실시간으로 작가들에게 데이터를 전송했다.[6]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탄소달력'[사진=아트선재센터 페이스북]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탄소달력'[사진=아트선재센터 페이스북]

문경원&전준호 작가는 매일 서울 각지의 시내 대기에서 포집한 탄소 치수로 달력을 만들었다. 달력의 시간은 탄소 치수가 높은 지역을 미래로, 반대로 오염량이 낮은 지역은 과거로 설정했다. 예를 들어, 평창과 같은 저탄소 도시를 2022년이라고 하면 인구밀도가 높고 고탄소 도시인 서울은 2050년으로 표현했다.[7]

예술이 근본적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예술활동의 탄소배출 감축을 통해 시민의 인식과 행동 전환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예술기관의 관심이 커지고 대응 방식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점이 반가운 이유다.

이윤진 ESG연구자 겸 운동가
이윤진 ESG연구자 겸 운동가

[1] 김태언. (2022.1.17.) 예술작품 ‘친환경 전시’ 가능성을 엿보다, 동아일보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20117/111273665/1

[2] 전과 같음.국립현대미술관. 2021.11.15~2022.3.27. 대지의시간

[3] 조상인. (2022.6.27.) 재활용 가벽, 친환경 LED…삼성문화재단의 ESG경영, 서울경제https://www.sedaily.com/NewsView/267EQFMIZD

[4] 윤솔희. (2023) 기후 위기 앞 전시 디자인의 별일- “ – 해봤다.” . 월간디자인. (2023년 4월호). 디자인하우스.

[5] 아트선재센터 홈페이지(www.artsonje.org)

[6] 문수경. (2022.10.8.) 미술계 기후대응…친환경 매뉴얼 만들고 재활용하고, 노컷뉴스 https://m.nocutnews.co.kr/news/5829925

[7] w. (2022.8.31.) 서울 웨더 스테이션, W Korea.https://www.wkorea.com/2022/08/31/%EC%84%9C%EC%9A%B8-%EC%9B%A8%EB%8D%94-%EC%8A%A4%ED%85%8C%EC%9D%B4%EC%8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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