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나는 애써 정원을 가꾸지 않는다.내게 마당은 그곳에 잠입하여 스스로 자라는 식물을 관찰하는 공간일 뿐이다. 나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 친구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찾아왔는지를 곰곰 생각하면서 말이다.원예학을 전공한 후배 J는 나와 달리 마당과 정원을 살뜰히 가꾼다. 그에게 마당은 다양한 재배식물을 기르는 실험실이다.아끼는 구근(球根)이라며 후배는 지난봄에 내 마당에 ‘글로리오사’라는 식물의 뿌리를 잔뜩 심어두고 갔다.글로리오사는 백합과와 유사한 콜키쿰과에 속하는 글로리오사속 원예재배식물을 통칭해서 부르는 이름이다.이들을 과거에는 백합과로 구분하였으나 최근 식물 DNA 해독법은 콜키쿰과로 구분한다. 글로리오사라는 이름은 두 단어로 이루어진 학명의 첫 번째 단어를 딴 것이다. '우리 인간을 말하는 학명은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이다. 그중 첫 번째 단어 ‘Homo’는 유인원류를 통칭하는 명사다.이 호모 가운데 다른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