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감염률 크게 둔화
백신접종, 동성애자들의 행동변화, 일반 시민들의 경각심 크게 작용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원숭이두창 발생 3개월여 만에 이에 대한 대응을 주도해 온 미국 보건 당국자들의 입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낙관적인 어조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일찍 도착하여 빠르게 퍼진 일부 주요 도시, 특히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감염률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미국만이 아니라 글로벌 확산세가 꺾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주요 진원지에서도 감소세가 관측된다.

University of Minesota
원숭이두창이 발생 3개월 만에 그 기세가 꺽이기 시작했다. WHO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도 확산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University of Minesota]

8월 중순 이후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도 확산세 꺾여

이에 앞서 2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4주 연속으로 증가하던 발병 건수가 전주에 비해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6월까지만 해도 3000명 정도였던 감염자 수는 급속도로 확산했다. WHO는 7월 23일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이어 미국 정부도 지난 4일 원숭이두창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연방 관리들은 원숭이두창이 코너를 돌았다고 발표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일부 지역의 경기 둔화는 유망한 신호임에 틀림이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셸 왈렌스키(Rochelle Walensky) 소장은 26일 언론과의 회견에서 “원숭이두창의 감염자 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더 낮아졌다”고 밝혔다.

“우리는 피해 감소 메시지와 함께 백신이 효과가 있기를 정말로 희망한다”고 왈렌스키 소장은 말했다.

CDC가 25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보고된 사례 수는 8월 중순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난 2주 동안 신규 사례의 7일 평균이 약 25% 감소했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데이터 보고의 지연으로 발병의 불완전한 그림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자 수가 실제로 최고조에 달했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경고했다.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원숭이두창의 감소와 함께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모두 7월 말부터 일일 환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를 포함한 몇몇 다른 국가에서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에서는 새로운 감염자 40%나 줄어

미국에서 원숭이두창 발병의 진원지 중 하나인 뉴욕에서는 지난 한 달 동안 새로운 감염자 수가 40% 감소했다. 샌프란시스코 보건당국자들도 신규 환자 발생률이 감소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보건담당관인 수잔 필립(Susan Philip) 박사는 "난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다. 그러나 하향 곡선을 유지하고 사례가 계속 감소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이러한 그림은 로스앤젤레스, 휴스턴, 시카고와 같은 다른 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카고의 공중 보건부 의료 담당 책임자인 자나 커니스(Janna Kerins) 박사는 지난 몇 주 동안 평균 환자 수, 그리고 환자가 두 배로 증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은 주요 지표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원숭이두창 감염사례는 90%가 성적 접촉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CDC는 동성애자들을 비롯해 성소수자(LGBTQIA+)의 행동 변화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커니스 박사는 “우리가 이 전염병이 정말로 종식되고 있다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발병률이 감소하고 있는 이러한 변화는 이번 주에 발표된 모델링을 통해 알 수 있다.

원숭이두창 발병을 모델링하고 있는 조지아 주립대학의 제라르도 초웰-푸엔테(Gerardo Chowell-Puente) 역학 및 생물 통계학 교수는 “우리는 상당한 둔화의 징후를 보고 있으며, 우리의 예측에 따르면 적어도 향후 4주 동안 올바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규모와 다양성을 고려할 때, 발병률이 미국 각 지역에서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

90%가 성적 접촉…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들의 행동변화가 큰 몫

그러나 전염병 전문가들은 이러한 둔화는 주로 게이, 양성애자 및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들 사이에 행동을 바꾸려는 노력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코넬대학교 의과대학 카타르 캠퍼스(Weill Cornell Medicine)의 코넬 전염병 예방 및 대응 센터(Cornell Center for Pandemic Prevention and Response)의 책임자인 제이 바르마(Jay Varma) 박사는 "이 질병에 대해 연구하는 공중 보건 종사자 대부분은 이러한 원숭이두창의 감소의 대부분이 동성애자들의 행동의 변화 때문이라고 꽤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에서 원숭이두창 감염 94% 이상이 성적 활동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26일 CDC 관계자들은 게이와 퀴어 커뮤니티가 원숭이두창 메시지에 대응하여 그들의 성적 행동을 수정하고 있다는 새로운 데이터를 강조했다.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50%가 "원숭이두창으로 인해 성관계 파트너의 수, 일회성 성적인 만남, 또는 데이트 앱의 사용을 줄였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CDC가 발표한 모델링 연구는 “일회성 성적 파트너와의 관계의 40% 감소는 원숭이두창의 확산을 지연시키고 감염자의 비율을 최대 30%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원숭이두창 대응 부조정관인 데메트르 다스칼라키스(Demetre Daskalakis) 박사는 금요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것은 성소수자(LGBTQIA+)들이 실제로 위험을 줄이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UCLA 의과대학의 제프리 클라우스너(Jeffrey Klausner) 공중보건학 교수는 “바이러스가 유럽처럼 미국에서 느려지고 있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클라우스너는 "대부분의 도시들의 경우 그 사레가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그 감소는 상승만큼 빠르거나 가파르지 않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클라우스너는 “원숭이두창은 대부분 비교적 작은 규모의 성관계 네트워크 안에 머무르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증가하고, 감염에 대한 면역력이 증가하며, 고위험군들의 행동이 변화함에 따라 바이러스가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WHO는 7월 23일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이어 미국 정부도 지난 4일 원숭이두창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진=WHO]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해

그러나 일부 다른 전문가들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발병 궤적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

수년동안 원숭이두창을 연구해온 UCLA의 역학자인 앤 리모인(Anne Rimoin) 교수는 "약간의 감소를 보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러나 만약 하향 추세가 성적 행동의 변화와 예방접종 때문이라면, 얼마나 오랫동안 행동 변화가 지속될 수 있는지, 그리고 예방접종이 실제로 감염을 예방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보건 당국은 감염자가 발생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원숭이두창 확산을 늦추기 위한 예방조치를 계속 취할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

백악관의 다스칼라키스 부조정관은 이날 "분명히 말하자면 원숭이두창 노출 위험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조언은 영원히가 아니라 현재이며, 이 질병의 발생을 통제하기 위해 긴급히 백신 공급을 느려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공중 보건 및 지역사회 대응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원숭이두창 백신이 감염과 전염을 얼마나 잘 보호하고 있는지, 그 효과를 보여주는 강력한 실제 데이터는 없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백신 부족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사를 맞도록 하는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코네 의과대학의 바르마 박사는 "우리가 백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실험실 데이터는 그것이 인간에게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의학적인 차원에서 볼 때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보기 전까지는 결코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WHO는 올해 들어 최근까지 전 세계 원숭이두창 발병 건수는 97개국에서 4만1천600건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발병 사례 가운데 사망자는 12명이다.

미국 50개 주에서 보고된 사례는 대략 1만7000 건으로, 세계 전체 사례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었던 원숭이두창은 지난 5월부터 아프리카가 아닌 지역에서 발병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감염되면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급성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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