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윈도우 미디어프로그램, 메신저 끼워팔기가 대표적 사례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 러빙 어덜트[사진=넷플릭스 예고편 캡쳐]

【뉴스퀘스트=신동권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 어제 모처럼 넷플릭스(Netflix)에서 ‘러빙 어덜트’란 네덜란드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남편의 불륜을 소재로 한 공포 스릴러 영화였지만 폭력적이거나 크게 자극적인 장면 없이 내용자체(?)가 공포스러운 영화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영화치고는 나름 여운을 주는 영화였다. 어쨌든 오늘 소개할 내용은 영화의 주제에 대한 것은 아니라 그 중 한 장면이다.

영화 초반부에 불륜 남편 크리스티안의 아내이자 여주인공인 레오노라가 세차장에 세차쿠폰을 사러 가는데, 세차장 점원은 세차쿠폰만 단독으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차카드를 사야 세차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오노라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세차쿠폰만 구매하려고 점원과 협상을 하지만 요지부동인 점원의 태도 때문에 결국은 비싼 가격의 세차충전카드를 사고야 만다. 세차 때문에 원치않던 세차카드까지 사게 된 것이다.

어쨋던 영화속의 세차카드는 그 후 남편도 사용하게 되고 이는 남편의 범죄행각을 아내에게 들키게 하는 복선(foreshadowing)으로 사용이 된다.

비유하자면 세차장은 세차쿠폰에 세차충전카드를 끼워서 판매한 것이고 이것이 정상적인 상거래였다면 레오노라가 굳이 황당한 표정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레오노라가 느낀 감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뭔가 불공정하다는 느낌 아니었을까?

공정거래법에서는 이러한 유사한 행위를 끼워팔기라고 규정하는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 또한 불공정거래행위에서 거래강제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규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정하지 못한 행위로 규제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끼워팔기 행위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은 뜸한 얘기지만 예식장을 대여하면서 음식을 끼워서 팔거나, 장례식장에서 수의 등 장례용품을 끼워파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문제되던 시절도 있었다. 은행에서 대출을 하면서 예금을 강제로 들게 하는 이른바 ‘꺽기’에 대해서도 제재한 사례가 있었다.

뭐니 뭐니해도 우리나라에서 끼워팔기가 문제가 된 중요한 사건은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이었다. 독점사업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PC운영체제에 윈도우 미디어프로그램, 메신저를 끼워서 판 행위가 문제되었다.

공정위는 각각 별개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그 구입을 강제하여 결과적으로 종된 상품시장(미디어프로그램, 메신저)에서의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과징금과 함께 경쟁제품을 탑재하게 하고 분리된 버전을 공급하게 하는 등 시정조치를 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수용하고 사건이 종료되었다.

끼워팔기는 특히 IT분야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전통적 산업보다는 기술적 결합이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018년 7월 EU 집행위원회는 Google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하여 역대 최고금액인 총 43억 4,000만 유로(약 5조 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는데, 법 위반 사실은 구글앱스토어 라이선스 조건으로 자사 2개앱의 선탑재요구(끼워팔기) 등이었다.

끼워팔기는 그 외관만으로 불법으로 볼 수 없다. 앞에서 소개한 영화의 세차장직원의 행위도 레오노라의 기분을 언짢게 했지만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끼워팔기가 성립하려면 몇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로는 주된상품과 종된상품이 별개의 상품이어야 한다. 예를들어 프린터와 잉크, 자동차와 타이어는 누가봐도 별개의 상품이 아니다. 하나로 결합된 상품인 것이다.

‘골프존 거래강제행위 사건’에서도 2017년 법원은 스크린골프의 센서, 스윙플레이트, 영상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프로젝트’, ‘스크린’, 그리고 이러한 장비를 제어·실행하는 ‘컴퓨터’등은 빔프로젝트와 별개의 종된상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끼워팔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의 마이크로소프트 사례에서 윈도우와 미디어플레이어, 메신저는 별개의 상품이며, 위의 영화에서 세차쿠폰와 세차카드는 일반적으로 별개의 상품으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둘째 주상품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경우 시장지배력,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에도 어느정도의 시장력은 필요하다. 시장력이 전혀없다면 굳이 그 상품을 살 필요도 없고 종된 시장의 경쟁제한도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영화속의 장면이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특히 광할한 국토를 가진 나라에서) 만약 다른 세차장이 지리적으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어서 대체가 어려운 경우라면 문제의 소지도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세차장의 지리적 위치를 이용하여 세차카드까지 끼워파는 것이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에 따는 독점을 ‘상황적 독점’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끼워팔기가 되려면 종된 상품에 대한 유상성이 요구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예식장에서 예식장과 음식을 끼워파는 행위가 문제되자 예식장을 무료로 하고 음식값만 받는 관행이 생기기도 하였다.

신동권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끼워팔기(Tying)와 유사한 용어로 결합판매(Bundling)라는 것이 있다. 주로 통신시장에서 결합판매행위가 많이 이루어 지는데,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휴대전화, 방송, 보험상품 등 별도로 판매되던 복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묶어 할인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결합판매행위는 허용되는 행위이지만 이용자의 이익 및 공정경쟁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결합판매는 금지되며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의 ‘결합판매의 금지행위 세부 유형 및 심사기준’에서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일반적인 끼워팔기는 공정위가, 방송, 통신시장에서의 결합판매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관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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