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최의근·이소령 교수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연구결과 발표
20~39세 153만 7836명 대상 누적 음주량과 심방세동 위험 연관성 측정
나이에 상관없이 과한 술은 자제해야

4년 동안 누적 알코올 섭취량에 따른 심방세동의 위험성 관련 그래프. [사진=서울대병원]
4년 동안 누적 알코올 섭취량에 따른 심방세동의 위험성 관련 그래프. [사진=서울대병원]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 조치가 풀리면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20~39세 젊은 성인도 중등도 이상의 음주를 지속할 경우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4년간 주종에 관계없이 매주 28잔 이상 중증 음주를 지속한 사람은 비음주자에 비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최대 47% 높은 것으로 확인돼 주의가 요구된다.

심방세동은 심방에서 발생하는 빠른 맥의 형태로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부정맥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두근거림, 흉부 불편감을 호소하며 심한 경우 어지러움과 호흡곤란을 동반한다. 심지어 심방 내 혈전이 생겨 뇌혈관이나 신장 혈관 등을 막게 되면 뇌졸중과 혈전색전증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8일 서울대병원 최의근·이소령 교수팀(한민주 임상강사)과 숭실대 한경도 교수팀은 20~39세, 153만7836명을 대상으로 누적 음주량과 심방세동 위험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진행됐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해당 질환은 노인 인구의 약 10%에서 발생하는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지만, 젊은 사람에게는 드물게 발병한다. 

문제는 젊은 사람에게 심방세동이 발병할 경우 항부정맥제와 전극도자절제술을 포함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더 나쁘다는 점이다.

특히 뇌졸중, 심부전 등 여러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는 부정맥 질환인 만큼 젊은 성인도 심방세동의 위험인자 파악과 적극적인 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게 서울대병원 측 설명이다.

음주는 교감신경 항진 및 아드레날린 과분비, 심장 내 전기신호 전도계의 변화 등 다양한 기전에 의해 심방세동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젊은 성인의 습관성 음주와 심방세동 위험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계획을 수립했다. 젊은 성인의 과음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지만,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직 없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총 4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20~39세의 젊은 성인 153만 7836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연도별 음주량에 따라 △비음주 △경도 음주(주당 105g 미만·14잔 미만) △중등도 음주(주당 105~210g·14~28잔) △중증 음주(주당 210g 초과·28잔 초과)으로 구분한 후 4년 동안 누적 음주량을 점수화했다.

연구진은 주종에 관계없이 1잔의 알코올 함량은 7.5g으로 정의했으며, 평균 6년 동안 이들의 심방세동 발생을 추적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4년 동안 중등도 이상(주당 105g 이상·14잔 이상)의 음주를 지속한 사람은 비음주자 및 경도 음주자에 비해 심방세동 위험이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년 연속 중증(주당 210g 초과·28잔 초과) 음주를 지속한 사람의 경우 비음주자보다 심방세동 위험이 47% 더 높았다.

순환기내과 최의근 교수, 이소령 교수, 한민주 임상강사, 숭실대 한경도 교수(왼쪽부터). [사진=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의근 교수, 이소령 교수, 한민주 임상강사, 숭실대 한경도 교수(왼쪽부터). [사진=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순환기내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젊은 성인도 중등도 이상 음주를 지속할 경우 심방세동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젊은 성인에게 금주 및 절주를 확실히 권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한경도 교수(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는 “임상시험으로는 윤리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음주 관련 연구를 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포함돼 있는 수검자 설문을 활용하여 성공적으로 수행한 연구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소령 교수(순환기내과)는 “젊은 성인은 음주의 부작용으로 심방세동이라는 생소한 부정맥을 떠올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심방세동은 한 번 발병하면 치료가 쉽지 않고, 특히 젊은 환자는 뇌졸중, 심부전 등 합병증의 위험을 긴 여생 동안 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심방세동에 대한 경각심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저명 학술지 ‘JAMA Network Open’ 9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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