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물보호연합과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장식 축산과 감금틀 사육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환경운동가들은 공산품을 찍어내는 듯한 ‘공장식 축산업’이 환경파괴와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며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점과 비판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공장식 축산업이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데 있어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수백배 더 유해하게 작용하는 메탄가스, 아산화질소 등을 더 많이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한대로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1.5C 더 상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전 세계 축사를 지금보다 25% 이상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도 ‘축산업의 긴 그림자’ 보고서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3%가 교통수단에서, 18%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며 “동물성 식량 수요 증가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가속화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또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50년간 새로 발생한 인간 감염병의 75%가 동물에게서 왔다”고 지적했다.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은 이뿐만 아니다. 사람들은 수많은 가축을 키우기 위한 사료 생산과 축산지 개발을 위해 전 세계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실제 인간은 고기를 얻기 위해서 지난 약 50년간 전 세계 열대우림의 3분의 2를 파괴했으며 가축 방목지와 가축 사료 재배를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사라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장식 축산업은 환경적 문제와 함께 윤리적 문제로도 지탄받고 있다.A4 용지보다도 작은 닭장에 닭을 가둬서 키우는 등의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동물복지를 뒤로 하고 더 싸고 더 많은 고기와 부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만 고안됐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공장식 축산업이 기후위기를 앞당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생산 공장으로서 코로나19 등 인간 감염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뉴스퀘스트는 CSR연구소와 함께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위해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문제점과 비윤리적 동물학대 실태를 고발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퀘스트=CSR연구소】

△동물이 가축이 돼 우리들 밥상에 오른다는 것.

2007년 5월 경기도 어느 기초지자체 시민들이 군부대 이전을 반대하며 벌인 ‘돼지 거열형 퍼포먼스’를 기억하는가. 사지가 찢겨나간 생후 2개월 새끼돼지의 참담한 모습은 큰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잔인하고 몰상식한 행위였다는 단순한 비판과 함께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인간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만 보는 인식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식탁엔 공장식 축산으로 길러 도축한 고기가 올라온다. 평생을 A4 종이 한 장보다 작은 면적의 배터리 케이지 안에서 보내는 닭이 낳은 달걀을 먹는다. 공장식 축산으로 도축된 돼지고기를 구워 먹으며 ‘돼지 거열형 퍼포먼스’가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는 게 어쩐지 낯이 뜨겁다.

동물은 사회에서 목소리가 없는 존재다. 돼지 거열형 사건에 분노했듯이 우리는 동물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정작 동물에 대해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존중해야 하는지 깊이 있는 고민이 부족하다. 지속가능하지 않을뿐더러 동물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전무한 현재의 공장식 축산을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인간의 식탁에 올라가기 위해 도축된 돼지[사진=픽사베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공장식 축산의 폐해

공장식 축산은 최소 비용으로 달걀, 우유, 고기 등 축산물의 생산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동물을 한정된 공간에서 대규모로 밀집 사육하는 축산의 형태이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동물 사육 및 축산물 생산 공정을 기계화ㆍ자동화하였기에 공장식 축산이라 불린다. 동물을 철저하게 상품 취급한다는 점에서 농장 대신 공장이란 표현이 쓰인다.

우리나라는 높은 인구밀도와 농지 부족으로 농업에서 집약적 생산구조를 취했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축산물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농지 부족에도 불구하고 축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육밀도의 급격한 증가가 자리한다.

한국 축산업에선 산업화한 축산체계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2006년 이래 축산업은 한국의 농업 총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쌀을 넘어서며 사실상 가장 중요한 ‘식량 산업’이 되었다. 한국인의 육류 소비는 1인당 1970년 5.2kg에서 2020년 무려 54.3kg으로 증가하였다.

수요급증과 맞물려 소규모 축산농가 대신에 대형화하고 기업화한 공장식 축산이 자리 잡았다. 2021년 국내에서 닭 10억3564만 마리, 오리 4928만 마리, 소 93만 마리, 돼지 1838만 마리 등 약 11억424만 마리의 동물이 식용으로 도축되었으며, 대부분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되었다.

유사한 농업조건 또는 경제 수준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 밀집성이 큰 한국의 축산현장에서는 재활용 또는 재순환하지 않는 축산폐기물이 넘쳐나서 수질오염의 원천이 되고 있다.

항생제 오남용이 주로 축산에서 이뤄져 한국인의 항생제 내성률은 OECD 국가의 5~7배에 이른다. 농장 내 만성화한 가축 질병에 더해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대규모 동물 전염병이 점점 빈발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후 1997년까지 여러 번 개정하면서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유기동물보호소를 설치하는 등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 법의 관심은 반려동물(애완동물)에 머문다.

산업동물(가축)의 사육자(축산업자)나 관련 업체 종사자(수송ㆍ도축ㆍ판매 업자 등)가 동물 학대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음에 따라 동물보호법에도 별다른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은 축산동물 복지에 관한 기본원칙을 제시하는데,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준수 사항이다. 그러나 실제로 법을 준수하는 농장은 극히 드물고, 감시하는 체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복지농장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농가는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과 수익저하에 대한 두려움으로 동물복지농장의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 외부비용 간과한 채 극단적 효율 추구해온 결과 

집약형 축산, 밀집형 축산, 또는 밀집형가축사육시설(CAFO, Concentrated animal feeding operation)이라고도 불리는 공장식 축산을 향한 문제 제기는 동물 학대, 기후 위기 및 환경 오염, 국민 건강과 보건 등 다양한 각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날 가축의 삶은 본래의 모습에서 매우 멀어져 있다. 축산동물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개량되고 분화하여 산업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가장 적합한 형태가 되었으며 동시에 생산성 제고를 위해 인위적으로 조작된 환경에 노출된다.

닭은 원래 자연 상태에서는 1년에 6~12개의 알을 낳았으나, 현재는 1년에 300개까지도 낳는다. 더 많은 고기, 더 많은 달걀, 더 많은 우유를 위해 축산시스템을 최적화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더 많은 비극을 만들고 더 큰 폐해로 빠르게 다가가고 있는 것에 가깝다.

그린피스는 "공장식 출산이 효율적으로 식략을 생산하는 방법이라고 기업들이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현재 지구상 토지의 4분의 1 이상이 가축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 이땅은 사람들이 먹을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땅이며 1키로그램의 닭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3.2키로그램의 사료가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스톨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고 살아야 하는 돼지들, 스톨안에 있는 돼지는 몸을 돌리지 못하고 죽을때까지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사진=서텨스톡]

△ 높아진 '반려동물' 인식과 대비되는 비윤리적 축산환경 

공장식 축산은 동물의 고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공장식 축산의 대명사는 스톨(stall)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 스톨(Stall)은 돼지를 사육할 때 사용되는 매우 좁은 우리를 말하는데, 주로 임신한 돼지를 가두어두는 폭 70cm, 높이 120cm, 길이 190cm 정도의 케이지를 가리킨다. 스톨은 돼지의 몸 크기에 꼭 맞아서, 스톨 안에 있는 돼지는 몸을 돌리지 못하고 늘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어미돼지를 이런 스톨에 가두는 이유는 좁은 공간에서 최대한 높은 생산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임신이 가능한 암컷 돼지는 스톨 안에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새끼들이 젖을 뗀 후 일주일이 지나면 바로 다시 임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톨 안에서 돼지는 3~4년 동안 임신과 출산을 6~7회 반복하고 도축 당한다. 돼지의 수명은 자연 상태에서는 15년가량이다. 공장식 축산에서 돼지는 스톨이라는 관()에서 평생을 지내는 셈이다.

비좁은 철창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면서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돼지는 정면에 보이는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는 이상 행동을 보인다. 이 때문에 스톨 사육을 위해 돼지의 이빨과 꼬리를 새끼 때 미리 자른다. 2020년 우리나라는 임신한 돼지의 스톨 사육을 교배 후 6주 이내로 제한하고 그 후에는 다른 개체와 어울릴 수 있는 군사 공간을 제공할 것을 의무화했지만, 이마저 즉시 적용은 신규 농가에 한해서이고 기존 농가는 10년 적용 유예를 받았다.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는 달걀을 얻기 위한 공장식 축산에서 닭을 키우는 공간이다. 감금식 밀집 사육 시설로,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개체를 사육하기 위해 만들어진 매우 비좁은 철제 우리라는 점에서 스톨과 유사하다.

전쟁에서 대포를 정렬하듯이 같은 케이지를 여러 개 병렬한다고 하여 포열을 뜻하는 배터리(battery)에 비유한다. 일반적으로 케이지 한 개의 크기는 가로 50cm, 세로 50cm, 높이 30cm이고 축산법 시행령에 따라 최대 9단까지 쌓아서 사용할 수 있다.

한 케이지에 산란계(産卵鷄) 6~8마리를 사육하며, 보통 한 마리당 사육 면적이 A4 복사용지의 5분의 4 남짓할 정도로 과밀한 사육 형태다. 좁은 공간에서 닭의 활동량을 최소화해 사료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배터리 케이지의 이점으로 꼽힌다.

배터리 케이지 안의 닭은 스톨 안의 돼지처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를 공격하기 때문에, 돼지의 이빨을 잘라내듯이 닭의 부리 또한 잘라낸다. 새의 부리는 딱딱해서 언뜻 사람의 손톱발톱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손톱이 아니라 손에 더 가깝다. 부리에는 신경과 혈관이 밀집돼 있어서 부리를 자르면 닭은 심한 고통을 느끼고 먹이나 물을 섭취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배터리 케이지에 갇힌 닭이 겪는 고통은 이뿐만이 아니다. ‘홰를 친다라고 표현하는 닭 특유의 퍼덕거리는 날갯짓을 비좁은 케이지 안에서는 할 수 없고, 횃대에 오르지도 못하기 때문에 닭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뿐 아니라 운동 부족으로 골다공증을 앓는다.

산란계의 폐사 원인 중 골다공증이 차지하는 비율은 15~35%나 된다. 케이지의 공간을 넓혀주는 것만으로도 산란계의 다리 건강을 향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비좁은 케이지는 닭에게 치명적이다.

배터리 케이지 안의 닭은 스톨안의 돼지처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를 공격하기 때문에, 돼지의 이빨을 잘라내듯 닭의 부리 또한 잘라낸다.부리는 손발톱이 아니라 닭의 손에 가까워 부리를 자르면 닭은 심한 고통을 느끼고 먹이나 물을 섭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사진=셔터스톡]

닭은 본래 흙에 몸을 문질러 모래 목욕을 하는 습성이 있는데, 철창 안에 갇힌 닭들은 모래 목욕으로 기생충과 벌레를 털어낼 수 없다. 배터리 케이지를 쓰는 양계장에서는 고질적인 진드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반사로 닭에게 살충제를 직접 뿌린다. 2017년 살충제 달걀 파동은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했다.

20189월부터 산란계 및 종계 케이지의 적정사육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대략 A4용지 0.8배 넓이에서 1.2배 넓이로) 상향 조정한 축산법 시행령 개정안이 신축 계사에 적용되고 있지만, 기존 농장은 2025831일까지 적용을 유예받았다. 앞으로 당분간 배터리 케이지 형태의 극단적 밀집 사육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금지되었지만, 강제환우(강제털갈이)라고 부르는 가학적인 기법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이었다. 이는 닭에게 일시적으로 물과 사료 급여를 중지하고 계사 내 조명을 24시간 내리 켜두었다가 갑자기 끄는 등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줘서 달걀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2015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발간한 <닭 기르기 100100답집>에 안내된 내용을 보면, 폐사율이 2~3% 이상 발생할 때는 급수를 재개하되 강제환우 개시 전과 비교해 체중이 20~30% 감소하는 시점까지 대략 4~7일 닭들을 절식할 것을 정부 기관에서 공공연히 권했음을 알 수 있다. 강제환우는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따라 금지되었으며 이를 어긴 농가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극단적 밀집 사육이 이뤄지는 닭이나 돼지에 비하면 소는 그나마 덜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자란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끼를 낳고 불과 3주가 지나면 다시 인공수정으로 임신하는 젖소는 세 번 정도의 임신과 출산 기간에 우유와 송아지를 생산하는 기계 취급을 받다가 사람으로 치면 20대의 나이에 도축된다.

지나치게 잦은 출산과 끊임없는 우유 생산 등의 영향으로 쉽게 질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현대의 젖소는 품종개량과 유전자 조작으로 유방이 비대해져 실제 송아지에게 필요한 우유의 10배 이상을 생산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어미 소와 격리돼 분유를 먹고 자란다【손채은(연세대), 김나현(서울여대), ESG연구소 이윤진 연구위원, 안치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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