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열대우림이 불타고 있는 가운데 소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다.[사진=그린피스제공/연합뉴스]

【뉴스퀘스트=CSR연구소】

△햄버거 하나를 먹을 때마다 아마존 열대우림 1.5평이 사라진다

축산분야의 환경적 영향은 대기, 토양, 수질, 온실가스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산림파괴와 사막화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 있다. 막대한 양의 자원을 소모하고 상당한 양의 폐기물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축산분야의 물 사용량은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사용하는 양보다 8% 이상 많으며 이 중 대부분은 가축이 먹는 사료작물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또한, 밀집 사육공간에서는 농장 기계 청소, 동물에 물을 뿌리는 작업, 생산구역을 씻어내는 작업 등 다양한 용도로 상당량의 물을 소비할 수밖에 없다.

공장식 축산시설은 고체, 액체 및 기체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축산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가축의 배설물, 항생제 및 호르몬제, 사료작물 재배를 위한 화학비료 및 살충제 등이다. 공장식 축산을 통해 나오는 분뇨는 항생제와 농약 등 화학합성물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유기농업을 위한 축산분뇨로는 사용할 수 없다.

축산분야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는 전 지구 배출량의 6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 게다가 축산 악취는 ‘농촌의 층간소음’이라고도 불릴 만큼 농장 주변 주민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문제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축사를 점오염원으로 명시하고 있다(「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제2조. “점오염원(點汚染源)이란 폐수배출시설, 하수발생시설, 축사 등으로서 관로ㆍ수로 등을 통하여 일정한 지점으로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배출원을 말한다”).

공장식 축산은 산림벌채와 산불을 유발한다, 열대우림들이 불에 타고 있다.[사진=픽사베이]

공장식 축산은 산림 벌채와 산불을 유발한다. 그린피스는 “지금도 계속되는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는 브라질 농장주들이 소를 키울 공간을 확보하고 대두와 같은 동물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숲에 불을 질러 개간하는 화전 개간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세계 차원으로 확장하면, 공장식 축산은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에 큰 책임이 있다. “햄버거 하나를 먹을 때마다 아마존 열대우림 1.5평이 사라진다”는 건 유명한 얘기다. 중남미의 농장주가 소를 키울 공간을 확보하고 동물 사료로 쓰이는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숲을 불태운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공장식 축산은 전 세계 산림 벌채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때로는 인권 침해와 토지 강탈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린피스 브라질 사무소의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의 콩 생산업체가 제이라제이라(아마존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최전방에서 활동하는 토착 원주민 공동체) 원주민들을 억류, 납치, 총살했다.

축산업은 전 세계 곡물 수확량의 3분의 1을 소비한다. 축산지와 가축의 사료로 쓰이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면적을 합하면 지구상 가용 토지 면적의 30%가 된다. 탄소를 흡수해 줄 숲은 계속해서 사라져 가는 와중에 축산업은 탄소 배출에도 한몫한다.

그린피스 추산에 따르면 축산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 가운데 18~20% 정도다. 다른 통계로도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서 축산업의 기여는 18%나 됐다(2009년 동물보호단체 Compassion in World Farming의 보고서, FAO에 의해 인용).

2006년 FAO는 축산업에 관련된 보고서를 발간해 축산업을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고, 또 다른 기관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2007년 보고서는 탄소 배출에서 축산업의 비중이 10~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았다.

2013년에는 FAO가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추산하기를, 연간 탄소 배출량의 14.5%가 사료 생산, 장내 발효(트림과 방귀), 분뇨 처리 등 가축을 기르는 일과 연관되어있다. 또한,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각각의 전체 배출량 중 5%, 44%, 53%가 축산업으로부터 발생한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각각 이산화탄소의 21배, 310배 영향력을 가진 강력한 온실가스다.

2021년에는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무려 87%가 축산업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가 등장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Climate Healers의 보고서다. 보고서는 현재 사용되는 환산법이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잘못 계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메탄의 지구온난화지수(GWP, Global Warming Potential)는 일반적으로 21(이산화탄소의 21배 온실효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메탄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할 때 그 기간을 100년으로 둔 결과다. 그런데 극심한 기후변화가 앞으로 11년 이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IPCC의 예측을 고려해서 기간을 10년으로 줄여 새로 계산하면 메탄의 지구온난화지수는 130이 된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지구온난화지수는 이산화탄소의 평균수명인 100년을 기준으로 삼았다(GWP100). 그런데 대기 중 온실가스의 평균수명은 제각각이며 그중 특히 메탄은 가장 짧아 약 10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메탄의 단기간 영향력은 GWP100으로는 제대로 측정이 안 된다.

게다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나날이 고조돼 당장 10년, 20년 뒤를 걱정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 GWP100은 맞지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게 20년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영향력을 산출하는 지구온난화지수 방식인 GWP20이다. GWP20으로라면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86배나 강한 온실가스가 된다.

소의 방귀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86배나 강한 온실가스가 된다.[삽화=셔터스톡]

Climate Healers는 이를 더 당겨서 GWP10을 적용해 메탄의 온실가스 강도를 130이라고 주장했으니, 아주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닌 셈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메탄이 실제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되고 있으며 이는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이 보고서가 내놓은 87%라는 값은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의 51%라고 주장한 세계적 환경연구소 월드워치의 2009년 11·12월 보고서보다도 훨씬 더 나아간 주장이다.

환경부가 2021년 1월에 공표한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1990~2018)’에서 우리나라의 산업별·세부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변화 추이를 볼 수 있는데, 축산 분야에 해당하는 장내 발효와 가축분뇨처리 부문의 2018년 배출량이 1990년 대비 각각 51%,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육류 소비 증가로 인한 가축 사육 두수 증가에 따른 현상으로 보았다. 한정된 땅에 가축이 늘어나 공장식 축산형태가 보편화함에 따라 국내 축산 관련 탄소 배출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비대해진 축산업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소위 ‘방귀세’라고 하는, 일종의 탄소세 아이디어가 제안되었다. 실제로 에스토니아는 2008년 방귀세를 도입했고 이외에 아일랜드는 소 한 마리당 18달러, 덴마크는 소 한 마리당 110달러의 방귀세를 부과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축산업의 탄소 배출량 증가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기후변화는 다시 축산업을 위협하는 되먹임 고리다. 현재의 축산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축산업계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치명적인 자충수가 된다는 뜻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이 가축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전 세계적으로 일찍부터 있었기 때문에 고온의 사육환경이 가축의 건강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2000년대 초반 이후 지속해서 수행되었다.

젖소의 우유 생산량, 닭과 돼지의 체중 증가율, 달걀 생산량 등 다방면으로 이루어진 많은 연구의 결과를 종합해서 보건대 기온상승이 축산업 생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2021년 8월 IPCC 보고에 의하면 지구표면의 세계 평균기온은 이르면 7~8년, 늦어도 앞으로 20년 이내에 19세기 후반 대비 1.5℃ 상승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지구온도 1.5℃ 상승은 전 세계 기후 전문가들이 동의한 ‘온난화 마지노선’이다.

지구온도가 지금보다 1.5도 더 오르면 해수면의 상승으로 전세계적으로 10억명이 삶의 터전을 잃게된다.[삽화=셔터스톡]

1.5℃ 오르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40cm 상승해 남태평양 섬들을 비롯한 저지대 해안 도시들을 수몰시켜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산호초의 70% 이상이 죽고,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아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돼 온난화가 더욱 가속된다.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서는 21세기 말 한반도 연평균 기온을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더라도 2℃ 이상, 온실가스 배출 저감 없이 현재 추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4℃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축산업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기온이 상승하는 차원의 문제 이상이다. 기후변화는 폭우와 한파 등 기상재해의 빈도 및 규모, 그리고 전염병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상고온으로 인한 폐사나 생산성 저하와 더불어 시설 침수, 감염병의 창궐, 사료 수급 장애 등의 다양한 문제가 빈발할 것이다. 기후위기가 극단으로 치닫는다면 축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다변화하고 심각한 위험요소에 대응해야만 하는 상황에 부딪힐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공장식 축산을 위한 산림 및 야생 지역의 파괴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그린피스는 새롭게 나타난 전염병의 75%가 동물로부터 유래된 질병이라며 “산림 벌채과 화재는 야생동물과 인간 사이의 접촉을 확대하고, 동물에서 인간으로 치명적 바이러스가 전파할 환경을 만든다. 따라서 더 많은 산림이 파괴될수록 새로운 전염병 출현의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손채은(연세대) 김나현(서울여대), ESG연구소 이윤진 연구위원 안치용 소장 】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