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준비위원장

지난 2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을 선언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6월부터 노동조합 가입을 추진해 온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준비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직원들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43년전 전태일 열사가 외쳤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요구를 2013년 지금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위영일 지회 준비위원장과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만든 의의는 무엇인가.

“삼성재벌은 국민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경제를 자신들이 책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에 근로기준법에 못 미치는 대우를 받고 있다. 우리는 삼성공화국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려고 외치는 것이다.” 

“우리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려고 하자 삼성전자서비스는 온갖 탄압과 겁을 주고 있다. 이것은 삼성 측의 오산이다. 이 싸움은 단순히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의와 불의의 싸움이며 선과 악의 싸움이다. 삼성은 자기 입으로 ‘삼성공화국’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안에 또 하나의 나라가 있다. 조선왕조 시대로 치면 우리는 ‘역적’이다. 진정한 ‘의적’이다. ”

- 현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직 대상 노동자들의 규모는 얼마인가.

“삼성전자서비스 98개 사업체 중 6247명 내외근 엔지니어와 접수, 자재부문 파견노동자 3천5백여명 등 총 1만여명이 조직대상이다. 아직 조합원수는 밝힐 수 없다.”

“서로 소통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삼성전자가 만든 ‘갤럭시’ 스마트폰을 이용해 네이버 ‘밴드’(스마트폰용 카페)에 가입해 있다. 회원수가 1000명이 넘었는데 ‘밴드’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네이버에 별도로 얘기해서 5000명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이렇게 삼성 안에서 삼성으로 싸운다고 생각한다.”

- 삼성전자와 업체와 관계는 어떠한가.

“1998년 삼성전자에서 삼성전자서비스가 분사했다. 그 때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월급을 줄 때 업체사장과 우리 노동자들을 따로 분리해서 줬다. 그런데 이것이 도급법에 문제가 된다고 보았는지 2012년부터 통합수수료라고 해서 업체사장에게 한꺼번에 주는 것으로 바꿨다. 삼성전자서비스 도급계약서에 보면 각 항목별로 아주 세세하게 지시하고 있다. 업체 사장이 알아서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가 노사협의회 의장일 때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말했더니 업체 사장 하는 말이 “그렇게 하면 경영난 온다”고 하더라. 업체사장은 별도의 수입을 낼 구조가 없다. 전적으로 우리가 벌어들인 돈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 삼성전자서비스 쪽에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현재 노조 가입 자체를 막기 어렵다고 보는 것 같다. 전국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사측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녹취, 사진촬영 등 채증하고 있다. 복수노조를 만들어 대항마를 만들 가능성은 있다.”

-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유는 무엇이며 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한국노총 관계자와 가입을 논의했는데 한국노총은 새누리당과 삼성 등 재벌들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기 때문인지 오히려 그 쪽에서 민주노총 가입을 권유하더라.”

“우리 노동자들은 반노조 성향이다. 노조는 ‘빨갱이’라고 생각을 많이 해 왔다. 제가 노사협의회 의장을 할 때도 저보고 ‘빨갱이’라고 하더라. 노조에 적대적인 이상한 집단을 만드는 게 삼성이다. 그래서 처음에 금속노조에 가입할 거라고 하니까 ‘그 강성노조?’, ‘그 골 때리는 데?’ 하는 반응이었다. 직접 금속노조와 만나다 보니 ‘강성’이란 강력하게 우리 삶을 바꾸려는 것이라는 의미임을 알았다.”

- 삼성과 투쟁에 두려움은 없는가?

“소비자들과 접하다 보면 이유없는 욕설과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회사는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고 시말서를 쓰게 하는 등 더 ‘깬다’. 이러니 3개월을 넘기지 못 하고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다. 최저임금에 감정노동,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이런 상황을 견디면서 10년 이상 일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그 이유는 기술자라는 자부심이다. 기술자에 대한 대우가 언젠가 좋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왔던 것이다. 또 나이가 많아 더 이상 갈 데가 없어 계속 남아 있기도 한다.”

이제 삼성에 대한 두려움은 희망을 향해 튀어 나왔다.

글=금속노조 박정미 선전국장  edit@ilabor.org
사진제공=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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