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진료비 확인 및 구체적인 상담 가능
실제 사용자 후기 볼 수 있지만, 신뢰성에 대해서는 의문점
대한의사협회 “박리다매식 질 낮은 의료로 환자 피해 발생할 수 있어” 지적

병원비 진료비 부담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연합뉴스]
병원비 진료비 부담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병원별 진료비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이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확산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비급여 진료비 관련 애플리케이션 사용 후기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어 의협 측 주장이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소개하고, 사용 후기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항목을 뜻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 병원이 자체적으로 금액을 정하기 때문에 병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비급여 항목이라도 인력, 시설, 장비 및 시술 난이도 등에 따라 의료기관마다 금액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예로 라식‧라섹 수술과 같은 시력교정술은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데 병원마다 다른 비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병의원들은 비급여 항목을 싸게 책정한 후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비급여 진료비를 고지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이달 초 정부가 ‘제2차 경제 규제혁신 방안’ 중 하나로 해당 분야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비급여 가격을 홈페이지에 표시해야 하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희망 의료기관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에도 비급여 가격 고지가 가능하도록 해 의료기관 편의 증진 및 소비자 정보 제공 향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의료기관과 소비자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 당국의 방침이다.

문제는 현행 의료법상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의료법 제56조 의료광고의 금지 항목을 보면 환자에 관한 치료 경험담 등 소비자로 하여금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는 할 수 없다.

또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방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의 광고 역시 의료법에 어긋난다.

박수현 의협 대변인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정확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광고를 통해 환자들을 유인할 위험성을 반복적으로 지적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온라인 플랫폼들은 명확한 정의와 기준이 미비한 상태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객관적 정보 제공과 광고의 구분 없이 환자 유치의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온라인 플랫폼을 보면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비롯해 각종 할인행사, 시술 전후 사진 등이 그대로 공개돼 있다. 환자 유인 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추가로 병원별 이용후기에 대한 글도 확인할 수 있다. 이용 영수증 첨부 등이 조치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칭찬하는 내용’만 담겨있어 신뢰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박수현 대변인은 “셔틀버스 제공도 금지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환자 유인 행위가 유독 온라인 플랫폼에만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자극적인 내용으로 특정 병원을 홍보하는 행위는 꼭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비급여 공개자료에 대해 상업용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영리적 목적의 환자 유인‧알선 및 불법광고 등에 활용되는 경우 의료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비 접수 수납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연합뉴스]
의료비 접수 수납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꽤 좋은 편이다.

비급여 진료 관련 애플리케이션의 별점 평가(5점 만점)는 대부분 4점을 넘겼으며,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A씨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비교하는 것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담 받고, 싼 가격으로 진료 받는 게 낫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의협 측은 애플리케이션에 의존해 자극적인 문구와 사진에 현혹되지 말고, 본인에게 꼭 필요한 수술만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번 정부 방안에 대해 저렴한 진료비만을 유일한 가치로 삼아 질 낮은 박리다매식 진료 범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적절한 질적 수준의 유지와 건전한 의료 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의료 발전 방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수현 대변인은 “박리다매를 취하는 일부 병의원은 충분히 환자를 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진료를 대충하는 경향이 있다”며 “부작용‧치료실패‧약물중독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여러 군데 병원을 방문하고 본인에게 적합한 수술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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