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초 인터넷은행, 650여개 도시 3500만여 명에게 약 6억 건 대출 서비스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도 사업을 하려면 은행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돈 빌리기가 영 쉽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이 국영인 은행의 문턱이 상당히 높은 탓이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방법은 있다. 이들을 위한 인터넷 은행들이 꽤 많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주인공이 바로 이름에서부터 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은행이라는 뉘앙스를 물씬 풍기는 웨이중(微衆)은행이 아닐까 싶다.

광둥성 선전시에 소재한 웨이중은행의 본사 모습.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사진=웨이중은행 홈페이지]

영어로는 위뱅크(Webank)인 이 은행은 한국으로 치면 카카오뱅크 등과 비슷하나 역사는 훨씬 더 길다. 지난 2014년 12월에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서 중국 최초의 인터넷 은행으로 설립됐다.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로 유명한 텅쉰(騰訊. 텐센트)을 비롯한 다수 기업들의 주도 하에 고고의 성을 울렸다. 현재는 발전을 거듭, 중국의 20여개 민영은행 중에서 자산규모 당당 1위를 자랑할 정도로 성장했다.

웨이중은행은 진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인터넷 은행답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점포가 단 하나도 없다. 그러나 돈 빌리기는 아주 쉽다. 온라인 신청을 할 경우 빠르면 1분 내로도 빌릴 수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는 정말 단비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에서도 웨이중은행의 위상은 잘 드러난다. 우선 시장 가치가 대단하다. 무려 2000억 위안(4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은행 설립을 주도한 텅쉰에 버금간다.

매출액 역시 간단치 않다. 2021년을 기준으로 300억 위안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에는 4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순이익도 상당하다. 지난해의 경우 70억 위안을 기록했다. 올해는 100억 위안 돌파가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은행의 특성상 직원은 많지 않다. 1500여 명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취급하는 상품은 아주 다양하다. 2015년 출시한 대출 상품인 웨이리다이(微粒貸)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 위챗)이나 QQ(텅쉰의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할 경우 20만 위안까지 최단 1분 내로 빌리는 것이 가능하다. 비밀번호 설정과 간단한 신분 인증만 하면 된다. 담보도 필요 없다. 중도 상환할 경우 수수료도 면제된다.

당연히 인기 만점일 수밖에 없다. 2022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전국 31개 성시(省市) 및 자치구의 650여 개 도시 3500만여 명의 사용자들에게 약 6억 건의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 대출액은 5조 위안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웨이예다이(微業貸)도 거론해야 한다. 2017년 출시한 서비스로 주로 법인기업, 중소기업, 영세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 대출 한도는 500만 위안이나 최단 1분 내로 빌릴 수 있다.

역시 담보가 없다. 수수료 등도 면제된다. 2021년 기준으로 60만여 개 기업에 대출을 제공 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총 대출 규모는 5500억 위안 정도로 알려져 있다.

웨이처다이(微車貸)는 발상이 기발하다. 자동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 대출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연리 7% 정도에 차 가격의 50%까지 빌려준다. 2015년에 중고차 전자거래상 여우신(優信)과 합작, 출시했다.

샤오어화첸(小鵝花錢)은 2019년에 출시된 소액 소비 신용 대출로 유명하다. 한도는 5만 위안에 불과하나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에게는 정말 요긴하다고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신위안리(新源里)의 요식업자 천청구이(陳成貴)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식당을 운영하다 보면 작은 돈이라도 급하게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중국의 은행들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가.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담보가 없으면 문턱 근처에도 못 간다. 과거에는 그래서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웨이중은행의 신용 대출을 이용하게 되면서부터 어려움이 해소됐다. 진짜 고맙게 생각한다.”

웨이중은행의 성공 요인은 부지기수라고 해야 한다. 가장 먼저 거론해야 하는 것은 역시 텅쉰이 최대 주주라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배경이 든든하다는 말이 된다.

텅쉰이 보유한 수십억 건의 빅데이터도 거론하지 않으면 섭섭하다. 실제로 웨이중은행은 이 데이터를 적절하게 활용, 이용자 수를 급속도로 늘릴 수 있었다. 2022년 상반기에 4억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웨이중은행의 광고. 문턱이 낮은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사진=웨이중은행 홈페이지]

연구 개발에 대한 막대한 투자도 한몫을 했다고 봐야 한다. 이는 웨이중은행의 특허가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250여 개에 이르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연구개발비 액수가 올해에만 30억 위안 가까울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

젊은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 기존 온오프라인 은행들과의 협력전략 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적과의 동침’이라고 불러도 좋을 기존 은행들과의 제휴는 거의 신의 한 수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업계에서 웨이중은행이 금융업계의 중개인으로 불리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당연히 웨이중은행도 극복해야 할 현안들이 많다. 정부 규제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빅테크들에 대한 길들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분간 끝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웨이중은행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업계의 치열한 경쟁도 거론해야 할 것 같다. 현재 웨이중은행의 위상은 막강하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인 알리바바 계열의 왕상(網上)은행을 비롯해 쑤닝(蘇寧)은행 등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적절하게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뒤집기를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외에 자기자본 비율의 지속적 하락에 따른 자금난, 무점포 경영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 사례 증가 등 역시 앞으로 극복해야 할 어려움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어려움들을 극복할 경우 웨이중은행의 앞길은 밝다. 수년 내 홍콩 증시 상장도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상장이 예상대로 이뤄질 경우 시가총액 1조 위안의 거대 인터넷 은행으로 우뚝 설 가능성도 높다. 세계 최대 인터넷 은행의 탄생이 머지않았다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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