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값 내리고 식료품 공급 안정됐지만 인플레이션 진정 안돼
“헤드라인 인플레보다 근원 인플레가 물가 상승 일으켜”
서머스, “내가 연준의 책임자라면 1% 금리인상 택할 것”
머스크, “계속적인 금리인상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 경고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미국 노동부의 8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충격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특히 이제까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안이한 통화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는 비난이 강하게 일고 있다.

그동안 많은 경제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인플레이션 원인이 식품가격과 휘발유 가격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유가가 하락하고 식품과 같은 생필품 공급망 차질이 개선되면 인플레이션은 저절로 하락해 잡힐 것으로 전망했다.

로렌스(래리) 서머스 전 재무 장관은 "8월 CPI는 미국이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에 빠졌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연준은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1%의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휘발유와 식품가격 안정돼도 인플레 진정되지 않아

그러나 8월 CPI 수치를 열어본 결과 전문가들의 이러한 전망이 사실과 다르며 물가 상승이 더 광범위하게 나타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8월 CPI를 견인한 것은 식품 가격만이 아니라 그 외 주택 임대료, 의료서비스 등의 가격 상승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는 미국이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에 빠졌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연준은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1%의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4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3일(미국시간) 서머스는 1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오늘 CPI 지표는 미국이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버드 총장을 지낸 경제학자 서머스는 8월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연준은 전면적인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헤드라인 물가상승률(headline inflation, total inflation)이 8.3%, 여기에서 중요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core inflation)이 6.3% 급등했다.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상승률 모두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여 지금까지의 긴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서머스, “내가 연준의 책임자라면 1% 금리 인상을 택할 것”

서머스는 트위터를 통해 "연준이 9월 0.75% 금리인상 계획은 나에게 한동안 자명해 보였다"며 “9월에 금리인상을 1%~0.5%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나는 1%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 파생상품 거래업체인 CME그룹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1% 금리 인상 확률을 28%, 0.75% 인상 확률을 72%로 점치고 있다.

서머스는 이어 "이달 근원 인플레이션이 분기보다 높고, 이번 분기가 지난 분기보다 높다. 또한 이전 기간에 비해 상반기에 더 높으며, 지난해가 그 이전 시기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13일 미국 노동부 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CPI는 전년 8월 대비 8.3% 올랐으며 전달 7월에 비해 0.1% 상승했다.

서머스는 연준은 다음 주 열리는 9월 회의에서 더 급격한 인상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4%까지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의 범위는 2.25%~2.5%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만약 1% 금리 인상을 시도한다면 1990년대 초 연준이 통화 정책 수립을 위해 은행간 단기 금리(overnight interest rates)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금리가 될 전망이다.

노무라의 애널리스트들도 연준이 '임금-물가의 비상’과 '점점 고정되지 않는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이유로 들면서 금리를 ‘풀 포인트(full point)’인 1%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연준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다른 투자자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경우 디플레이션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너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머스크, “계속적인 금리인상 디플레이션을 부를 것” 경고

'채권 왕(Bond King)'으로 불리는 더블라인 캐피털(DoubleLine Capital)의 제프리 건들라크(Jeffrey Gundlach)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0.25%포인트만 인상하면 경제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4분의 3포인트(0.75%) 인상이 가장 유력한 전망이라고 말했다.

건들라크는 이어 "디플레이션 위험은 지난 2년 전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조기 완화 정책"을 피하고 싶어하며 "이 프로젝트에 강력하게 전념하고 있으며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앞서 12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너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물가가 고꾸라질 수 있다며 "연준의 대폭적인 금리 인상은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준은 4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제로에 가까웠던 기준금리를 2.25~2.5%까지 끌어올렸다며 “높은 금리는 총수요를 줄여 가격상승 압력을 완화시키지만, 과도한 금리 인상은 기업이익을 잠식하고 성장 둔화와 실업률 증가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머스크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 자동차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약 한 달 후 머스크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으며 미국 경제가 약 18개월간 완만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 CPI 지표에 대해 "오늘 나온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오늘 인플레이션 우려로 급락한 주식시장이 반드시 경제 전반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