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안치용 ESG연구소장】 연재를 시작하면서...

연못에 수련이 자라고 있다. 수련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하루에도 2배씩 그 면적을 넓혀나간다. 만약 수련이 자라는 것을 그대로 놔둬 연몰을 완전히 뒤덮어 버리면 연못속의 다른 생물을 모두 질식해 죽는다.

29일째 수련이 연못의 절반을 뒤덮어 점령했다. 연못이 전부 수련으로 덮히기까지 앞으로 며칠이나 남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단 하루다”.

위의 이야기는 '로마클럽'이 지난 1972년 ‘성장의 한계’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로마클럽은 서구의 일종의 싱크탱크로 지구의 미래를 일찍부터 우려했다.

50년 전에 발간된 이 보고서의 원제는 '성장의 한계, 인류의 위기 관한 로마클럽 프로젝트' 이다. 반세기 전에 시행된 한 과학적 시뮬레이션은 50년이 지난 지금, 당시 예측한 추세가 현실과 거의 맞아 들어가고 있다. 기후변화 등 위기가 본겨화하고 있음을 이제는 누구나 동의하는 상황이다.

주요쟁점은 29일째라는 게 너무 비관적 진단이 아니냐는 것과 만일 29일째라면 인류에게 되돌릴 기회가 있느냐는 것으로 좁혀진다. 비관적인 이들은 우리에게 앞으로 10년 가량이 되돌릴 시간으로 남아있을 뿐이라고 경고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지구온난화 대처에 실패해 역으로 얼음나라로 변한 미래의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적 설정이긴 하지만 그런 디스토피아가 절대 불가능 한 것으 아닐 것이다.

반면 에코모더니스트라고도 하는 기술낙관론자들은 과학기술로 언제든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지금이 '29일째'라고 해도 한나절만에 연못의 절반을 덮은 수련을 걷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사회체제와 국제 정치를 감안할 때 인류와 지구에에게 닥친 이같은 위기와 재앙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넋놓고 있을 수 없다면 소극적이지만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만일 요즘 전세계에서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ESG를 할수 있는 무엇으로 내놓는다면 부족할까? 요즘의 엄중한 상황에 비춰 ESG라는 방법론이 너무 유약해 보이고 더구나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더 강력하고 확실한 방법론이 없지는 않겠지만 다만 구호를 외치는 것과 현실을 바꾸는 것은 완전히 별개라는 게 문제다. ESG 자본주의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한다는 이런 발상은 인류가 만들어 놓은 지금 체제에서 그나마 수용될 수 있는 생각일 것이기에 그래도 해보자고 감히 주장한다.

ESG 방법론이 더 나은 미래를 열어줄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인류가 할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전세계적으로 이심전심으로 합의한 게 ESG인 만큼 그 길을 가는 수 밖에 달리 길이 없어 보인다. ESG가 지금으로선 인류의 의지인 셈이다. 이때 ESG는 할 수 있는 최대가 아니라 최소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사람의 웃는 얼굴과 비슷해 웃는 돌고래로 불리는 희귀종 민물 돌고래 '이라와디' 돌고래가 2022년 2월 멸종했다는 소식을 외신을 통해 접했다. 몸길이 2.6미터, 몸무게 110키로그램이 나가는 수컷인 마지막 이라와디 돌고래는 25살로 생애를 마감했다.

불행히도 우리는 앞으로 이 보다도 훨씬 더 비극적인 소식을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이다. 수백년 동안 축적된 오류를 1-2년안에 바로 잡을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각자가 더 나은 사람, 모든 조직이 더 나은 조직이 되어가야 한다는 원론적 접근밖에는 다른 해법이 없어 보인다.

언행이 일치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구글의 모토는 '올바른 일을 하라(Do the right thing)'이다. 구글이 모토를 제대로 실천하기 바라며 마찬가지로 많은 국가 기관 조직 사람이 올바른 일을 하길 기원한다.

코로나 19 펜데믹을 넘어서면서 우리가 앞으로 처할 대내외 여건은 최악일 것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혹자는 지난 50년 동안 한번도 보지도 겪지도 못한 엄청난 위기가 덮쳐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다고 해도 손 놓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올바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위기 이후 지구와 인류의 미래는 설령 잠깐 위기를 넘어섰다고 해도 더 암담할 것이다. 지난 50년 보다 다가올 50년 아니 100년 500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의 정상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발밑의 돌멩이를 넘는 것이다. 그것도 무수한 돌멩이를 꾸역꾸역 넘어가야 한다. 정상을 곧바로 넘는 길은 없다. 실족하는 것도 산에 걸려서가 아니라 돌멩이에 걸려서 넘어진다.

안치용 ESG연구소장

정상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돌멩이를 하나씩 넘는 것 말고는 어떤 큰일도 해낼 수 없다. 만일 오늘이 29일째라면 눈앞의 수련을 걷어내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을까?

그래서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이제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살리기 위해 실천적 화두로 떠오른 ESG의 기원과 그 작동의 사회 메커니즘, 그리고 전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어떻게 ESG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등을 알기쉽게 풀어내면서 ESG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동참도 이끌어낼 작정이다.


필자 안치용은 경향신문에서 22년간 경제, 산업, 문화, 국제부 기자로 일했다. 연세대 문과대학을 졸업하고 나이들어 경희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ESG 연구소장으로 ESG와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있다.  ESG코리아 철학대표,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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