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 리베이트 다른 정상적 경쟁수단이 결여될 때 발생

쌍벌제 등 처벌 강화에도 제약,의료기기업계의 리베이트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신동권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2년에 ‘연가시’라는 재난 바이러스 영화가 크게 흥행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너무 새로운 소재였고 충격적으로 느낀 탓인지 최근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그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르는 경험을 하였다.

큰 줄거리와 관계없이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이 주인공의 직업이다. 즉 영화속 주인공은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인데, 그가 하는 행동이 의사들에게 시종일관 시중을 드는 일이었다. 골프접대, 현금지급 등 불법 리베이트 장면도 등장한다. 심지어 ‘병원장 가족의 놀이공원 도우미’ 역할까지 담당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는 제약회사들이 제작지원을 했다고 한다. 재난영화이니 만큼 제약회사들은 이런 내용은 별 염두에 두지 않았던지, 리베이트를 업계 관행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에 제약회사의 대형병원에 대한 불법 리베이트 사건을 처리해 본 경험이 있다. 당시 불법 리베이트 문제는 공정위 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범 정부적인 문제로 인식되어 관련 기관의 참여하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내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이 가동되기도 하였다.

그 간의 노력으로 제약분야의 리베이트 관행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은밀한 방법으로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 탓인지 최근 9월 7일 국민권익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국민권익위, “제약·의료기기 분야 불법 리베이트에 제동 걸린다”

- 불법 리베이트 처분내용 기관간 공유, 건강기능식품 리베이트 제공 금지 규정 신설 등 제도개선 권고 -

권익위는 제약·의료기기 분야에서 리베이트는 고질적인 문제로 이를 근절하기 위해 2010년부터 리베이트 쌍벌제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그 이후에도 불법 리베이트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을 하고,

공정위에서 시정명령·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경우 그 처분내용을 복지부·식약처에 통보하도록 하고, 복지부는 리베이트 관련 수사 결과를 공정위에 통보하도록 권고했다. 말하자면 부처간 협력을 강화하라는 권고인 셈이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부당한 고객유인’이란 이름으로 규제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당한 이익을 제공해서 고객을 유인하는 경우와 위계에 의해 고객을 유인하는 경우 등이 있다.

전자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후자는 자신의 상품이나 용역을 우량, 유리한 것으로, 경쟁사업자의 것을 불량, 불리한 것으로 오인시켜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신에게로 유인하는 것을 말한다.

전자와 관련하여 그 동안 실무에서 주로 문제되었던 것은 제약업체의 종합병원에 대한 약품채택비, 처방사례비 등 경비지원, 정유사의 주유소에 대한 영업활동지원금, 주류제조업체의 주류도매상에 대한 판매장려금, 상품권 지원, 현금제공 등 다양하다.

후자의 사례로 2019년 대법원은 출고가를 높여 놓고 각종 혜택을 통해 고객들이 마치 저렴하게 휴대폰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처럼 한 행위를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러한 행위를 규제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경쟁법적 시각에서의 경쟁제한성 보다는 ‘경쟁수단이 불공정하다’는 데 있다. 즉 가격과 품질에 의한 정상적인 경쟁이 아니라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거나 고객을 속이는 방법으로 경쟁을 하는 것이다.

제약업체가 종합병원에 대해 약품채택비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경우 결국 그러한 경비가 제약회사의 약가에 반영되어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으로 의약품을 구매 하게 되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부작용도 낳는다.

신동권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부당 고객유인 행위 관련하여 업계 자율적으로 사업자와 사업자단체가 부당한 고객유인을 스스로 방지하기 위하여 공정위의 승인을 받아 공정경쟁규약을 제정할 수 있다. 제약협회에서도 공정경쟁규약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지난 2021, 12. 에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심사 요청한 ‘건강기능식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을 공정위가 승인한 것 등이 그 예이다.

어쨋던 불법적 리베이트는 다른 정상적인 경쟁수단이 결여될 때 발생하기 쉽다. 시장경제는 경쟁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은밀한 거래’는 건전한 시장경제를 뿌리부터 흔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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