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의 사상 첫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인해 한미간 기준금리가 또 다시 역전되면서 국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또 다시 인상되면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초저금리를 적용받던 대출자(변동금리)들은 올해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6억원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직장인 A씨(경기도 거주)는 "올초 3.94%였던 대출 금리가 현재 5.20%까지 상승했다"며 "한달에 내는 이자만 50만원(연 600만원)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A씨가 한달에 은행에 납부해야할 월 이자는 260만원으로 원금까지 합하면 320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직장인의 한달 월급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는 "앞으로 금리는 더 오른다고 하는데, 원금 상환까지 겹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참고로 지난해 10월 0.75%에 머물렀던 국내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1.00%로 0.25%포인트 인상됐고, 이후 올해 1월 1.25%에서 4월 1.50%, 5월 1.75%, 7월 2.25%, 8월 2.50%로 급격히 인상됐다.
여기에 한국은행(한은)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이자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은이 다음달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시장의 예상대로 다음달 금통위에서 최소 0.50%포인트 추가 인상한다면 국내 기준금리는 3.00%에 이르게 된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 직후 "0.25%포인트(p)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다음달 금통위 회의에서 '빅스텝' 단행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 수 개월간 드린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에는 전제조건이 있다"며 "포워드가이던스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오늘 새벽 파월 의장이 얘기했듯 4%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진 것이다. 우리(한은)는 4%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자부담이 늘면서 가뜩이나 악화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방은 물론 강남을 비롯한 서울과 수도권 전 지역에서 집값 하락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매수 심리가 급격히 쪼그라들며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와 같은 금리 인상 기조 속 집값 하락 현상이 계속된다면 '하우스푸어'(House Poor·내 집 빈곤층·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출에 따른 과다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고를 겪는 가구)' 및 '깡통주택'(주택담보대출과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집의 실제 매매가에 가깝거나 더 높은 경우)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중산층 붕괴로 인한 국가 경제 전체가 커다란 소용돌이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전날 수도권 및 세종을 제외한 지방 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규제지역에서 풀리게 되면 대출 여건이 완화돼 집값의 급격한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투기과열지구는 43곳에서 39곳으로, 현재 101곳인 조정대상지역은 총 60곳으로 각각 줄어든다.
조정대상 해제 지역을 보면 경기도 안성·평택·양주·파주·동두천시 등 수도권 5곳과 부산 해운대·수영·연제구 등 부산 전 지역, 대구 수성구, 광주, 대전, 울산, 충북, 청주, 충남 천안·공주·논산, 전북 전주 완산·덕진, 경북 포항남구, 경남 창운 성산구 등이다.
인천 중구·동·미추홀·연수·남동·부평·계양·서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유지된다.
한편,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2.5%와 3%~3.25%로 최대 0.75%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다.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경우 국내 유입됐던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이탈 및 환율 급등으로 인해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원·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번 금리 역전으로 원화약세 현상이 더 가파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