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식중독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사람은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는데 여기에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식중독이다.

특히 여름철에 심한 편이긴 하지만 지구 온난화와 난방 효과로 인해 이젠 식중독의 위험이 상존하는 셈이다.

앞으로 식사를 할 때 와인을 함께 마셔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와인이 식중독을 막아줄 수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2002년 스페인의 한 대규모 연회에서 오염된 감자 샐러드와 참치를 먹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모넬라균으로 인한 식중독 사태가 벌어졌다.

이의 역학관계를 조사한 스페인의 보건 당국자들이 전염병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맥주, 와인 또는 증류주를 많이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질병의 발병율이 가장 낮았다고 한다.

이보다 앞선 스페인의 대규모 살모넬라균에 의한 질병의 발병에 대한 많은 다른 연구들에서도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한 소비자가 발병율이 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페인의 연구에 따르면 음식의 원재료에는 다양한 세균이나 독이 있는데 와인 반잔 정도의 양만 있어도 사람들이 세균에 오염된 음식에 노출될 때 살모넬라균이나 대장균과 같은 세균으로 인한 식중독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식중독균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할 때 와인을 함께 마시면 이 균들이 죽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위의 연구들의 경우 평소에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 이야기인지 연회에서 와인을 실제로 마신 사람들 이야기인지가 궁금해진다.

아마 평소에 와인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니 연회에서도 당연히 와인을 마셨을 것이고 그래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음식을 먹으면서 와인을 마신다는 이야기는 와인이라는 각종 질병 예방용 영양제와 식중독균 살균제를 함께 복용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 아닌가?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약 한 잔의 와인을 마신 사람들은 위염, 위궤양 및 위암의 주요 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박테리아에 감염될 위험이 11% 감소했다고도 한다.

겨우 11%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100명중 11명이라면 의미가 있고 그게 더구나 본인이라면 더 의미있는 것 아니겠는가? 일부러 매일 해당 균에 효과있는 요구르트를 찾아 마시는 것이 사람인데...

1992년 연구에서 미국 보건 당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굴 매개 A형 간염 발병의 경우 알코올 농도가 10% 이상인 알코올 음료의 경우 질병의 중증도를 예방하거나 감소시킨다고도 한다.

이 연구는 뉴욕타임지에 게재된 것인데 이 글을 쓴 칼럼니스트는 이 효과는 위장에서 위산 분비를 강력하게 자극하는 알코올의 능력과 관련이 있을 수 있고, 포도에는 항균 특성이 있기 때문에 와인이 특히 효과적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사실 와인애호가들은 굴하면 샤블리를 떠올린다.

샤블리 지역이 아주 오랜 옛날에는 바닷속이었기에 지금도 굴이나 조개 껍질들이 발견되기에 샤블리의 샤르도네가 유유상종의 풍미를 준다.

보르도에서도 소비뇽 블랑을 주베이스로 세미용을 블렌딩한 화이트 와인을 레몬즙을 살살 뿌려가면서 굴을 먹으면 그 역시 환상이다.

스페인의 빌바오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 지역의 굴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있는데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다. 여기서 세계 유명 굴산지의 굴을 화이트 와인과 마시면 낮술이라도 마냥 좋다.

인류가 오랜 역사를 통해 신토불이식으로 스스로 개척해온 먹거리의 궁합이자 생존의 방식인 것이니 과학 기술 발달에 따라 귀납법적으로 발견된 것이라고나 할까?

여기서 우리는 알코올이 살균작용을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높은 산도도 살균작용을 한다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가 굴을 먹을 때 레몬이나 식초를 뿌려 먹거나 초장에 찍어 먹는 이유가 산도가 중요하고 이것이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산성분이 살균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때 중국집에서 단무지와 양파에 식초를 뿌려 먹으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필자는 지금도 중국집에서 단무지와 양파에 습관처럼 식초를 뿌린다.

처음엔 위생관념 때문에 뿌렸지만 지금은 산도를 즐기기 위해서 뿌린다. 

중국 음식 대부분이 좀 달기 때문에 맛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도 뿌린다.

● 프라호바 밸리 페테아스카 알바
● 프라호바 밸리 페테아스카 알바

알코올과 산성분의 결합 효과에 대해서는 미국 미생물학회(American Society of Microbiology) 저널에 게재되고 식품과학저널(Journal of Food Science)에 게재된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것이 식중독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 통념에서 출발했는데 와인, 특히 화이트 와인은 미국 오레곤 주립 대학(Oregon State University)의 식품 과학자들의 실험에서 대장균과 살모넬라균을 죽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알코올과 산도의 조합이 박테리아의 번식을 방지한다는 것을 발견한 이 연구원들은 와인으로 항균 스프레이 같은 소독제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간의 위장에는 이미 위액의 형태로 효과적인 박테리아 킬러가 있지만 병원체가 충분한 양이 만들어지게 되거나 상당량을 섭취하게 되면 질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대셀(Mark Daeschel)교수와 2명의 연구 조교는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것이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려는 연구를 했다.

만약 와인이 위액의 도움 없이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면 와인이 주방의 조리대에서 도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살균하는 스프레이로 개발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두 가지 박테리아만 테스트했지만 와인이 포도상구균과 같이 이 두가지 세균 보다 내성이 약한 다른 균들은 당연히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8개의 백(Bag)형태의 "인공 위장(胃腸)”을 만들어 인간의 위장 내부 조건을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갓 섭취한 식사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아기들이 먹는 이유식을 사용해서 실험을 했다.

이중 4개의 백에는 합성 위액(위액과 같이 만든 액)이 포함되어 있었고 4개에는 포함되지 않게 구분했다.

그리고 대학내의 와이너리에서 키우고 있던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품종으로 주스와 와인을 만들어 이들을 각각의 백에 넣었다.

● 프라호바 밸리 피노 그리지오
● 프라호바 밸리 피노 그리지오

대장균 및 살모넬라 균주를 8개의 백에 넣기 전에 24시간 동안 섭씨 33.9℃에서 배양한 후 이것들을 실험용 백에 넣고 이 백을 37℃로 가열했다.

연구자들은 최대 3시간(통상 위장의 내용물이 이동하는 시간) 동안 혹은 모든 박테리아가 죽을 때까지 일정 간격을 두고 박테리아의 수준을 측정하는 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자들은 위산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두 박테리아가 포도 주스에서 최대 2주 동안 생존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2주간씩이나… 재미있는 것은 박테리나 세균은 코로나처럼 2주간이 주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합성 위액이 없는 와인 속에서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은 1시간 이상 살지 못했다.

샤르도네(알코올 함량 13.6%)와인에서는 44분 만에 대장균이, 14분 만에 살모넬라균이 죽었고 피노 누아(알코올 함량 15.3%)와인에서는 각각 60분과 30분만에 죽었다.

와인은 살균작용 뿐 아니라 두 세균의 번식도 막았는데 이것은 와인이 박테리아들이 질병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양에 도달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리는 와인의 산과 알코올이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약화시켜서 박테리아의 장을 밖으로 쏟아내게 만들어 버려서 박테리아가 지속적으로 생존, 번식하지 못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 부두레아스카 클라식 푸메 블랑
● 부두레아스카 클라식 푸메 블랑

연구 결과를 보면 샤르도네가 더 강한 살균작용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산도가 샤르도네가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걸 확인하기 위해 다시 산도와 알코올을 조절한 음료를 만들어 실험했다.

산도가 높은 무알코올 와인과 산도가 낮은 와인을 사용하여 실험을 반복했는데, 산도가 높은 무알코올 와인이 말산과 타르타르산 수치가 낮은 와인을 사용했을 때 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산도(말산(Marlic acid)과 타르타르산)가 낮은 와인은 최장 이틀까지 균이 살아있었는데 무알코올이지만 산도가 높은 경우 최장 하루 이내에 균이 죽었다.

그러나 무알코올과 산의 수치를 낮춘 와인들 중 어느 것도 1시간 내에 모든 박테리아를 죽인 일반 와인만큼 빠르게 작동하지 않았기에 대셀(Daeschel) 박사는 산도와 알코올 만이 변수가 아니라 일반 와인의 구성요소인 낮은 PH, 즉 높은 산도와 알코올, 와인을 양조할 때 사용한 이산화황, 그리고 박테리아가 생존하기에 부족한 영양소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이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하여 화이트 와인을 활용하여 알코올과 산도의 수준을 조절하여 천연 항균 스프레이가 개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존의 화학제품들로 된 항균제들은 독성이 있을 수 있고 주방기구나 가구에 손상을 줄 수 있지만 와인으로 만든 천연 항균 스프레이는 그렇지 않을 것이기에 기대가 된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손소독제가 여기 저기 많이 놓여있는데 이 손소독제의 주 성분은 알코올이다.

손에 짜서 바르면 처음에는 미끌거리는 듯하다가 바로 뽀송해지는 이유가 알코올이 주성분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로마군이 유럽 정복에 나섰을 때 와인을 물에 타서 마셨던 이유도 물이 바뀌었을 때 생기는 위장병 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고 당시에도 이미 소독제로도 사용되었던 것을 봐도 와인이 소독작용과 살균작용이 있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작동 원리를 알게 된 것이다.

마시기에도 부족한 와인을 가지고 굳이 천연 항균 소독제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고 그러면 가격이 너무 비싸지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시장가치가 떨어지는 와인들도 많이 있다. 혹은 과잉생산되어 판매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저렴한 천연 항균 소독제의 개발은 가능할 것 같다. 

(참고자료 : 와인스펙테이터 2002년 11월 일자, 헬스닷컴 2001년 9얼 2일 https://www.health.com/nutrition/6-reasons-why-a-little-glass-of-wine-each-day-may-do-you-good))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