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51)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은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199년 2월 14일 보이저 1호가 촬영했다.

이 사진에서 지구의 크기는 0.12화소에 불과하며, 아주 작은 점으로 보인다. 촬영 당시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61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만약 100억 킬로 더 이상 떨어져 있었다면 지구의 모습은 아마 찾기 조차도 어려운 티끌의 크기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창백한 푸른 점’…칼 세이건이 환경 오염 방치하는 인간에 던지는 一喝

같은 이름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은 천체물리학자이자 저술가인 미국의 칼 세이건이 이 사진을 보고 감명을 받아 저술한 책이다.

칼 세이건은 보이저 우주탐사 계획의 계획의 화상 팀을 맡았고 이 사진도 세이건의 주도로 촬영되었다.

그는 이 저서에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런 의도로 그는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릴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결국 지구를 포함한 6개 행성들을 찍을 수 있었다. 이렇게 찍은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의 행성 사진들은 ‘가족 사진들’이라고 불린다.

다만 수성은 너무 밝은 태양빛에 묻혀 버렸고, 화성은 카메라에 반사된 태양광 때문에 촬영할 수 없었다. 지구 사진은 이들 중 하나이다.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에서 사진에 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너무나 가슴 뭉클하게 하면서 인간의 한없는 왜소(矮小)함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저 점을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저 곳이 우리의 집이며, 우리 자신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그리고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 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가, 수렵과 채집을 했던 모든 사람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런 문명을 파괴한 사람들, 왕과 미천한 농부들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 윤리도덕을 가르친 선생님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슈퍼스타’나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이, 성자나 죄인들이 모두 바로 태양빛에 걸려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보잘것없는 크기의 지구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인간의 千態萬象

“우주라는 광대한 스타디움에서 지구는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합니다. 인류역사 속의 무수한 장군과 황제들이 저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그것도 아주 잠깐 동안 차지하는 영광과 승리를 누리기 위해 죽였던 사람들이 흘린 피의 강물을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저 작은 픽셀의 한 쪽 구석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픽셀의 다른 쪽에 있는, 겉모습이 거의 분간도 안되는 사람들에게 저지른 셀 수 없는 만행을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잦은 오해가 있었는지, 얼마나 서로를 죽이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런 그들의 증오가 얼마나 강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위대한 척하는 우리의 몸짓,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믿음,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창백한 파란 불빛 하나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해도 우리를 구원해줄 도움이 외부에서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는 생명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를 할 수 있는 행성은 없습니다. 잠깐 방문을 할 수 있는 행성은 있겠지만, 정착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좋든 싫든 인류는 당분간 지구에서 버텨야 합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인류가 느끼는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멀리서 보여주는 이 사진입니다. 제에게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창백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강조입니다”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을 통해 인간이 유일하게 사는 지구를 위해 오만한 마음을 접고, 오래 보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오만한 인간의 우주葬, 겸손한 인간의 퇴비葬 

인간의 역사에는 사랑하고 미워하는 애증(愛憎)의 그림자가 널리 깔려 있다. 그리고 오만과 겸손이 그 뒤를 따른다.

죽어서도 우주여행의 꿈을 이루고 싶기 때문일까? 최근 우주 공간에 유해 뿌리는 우주장(宇宙葬)이 유행의 고개를 쳐들고 있다. 1997년 첫 시행 후 지금까지 320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4월 24구의 유해(遺骸)를 실은 공중 발사형 로켓이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상공 11km에서 발사되었다.

세계 최초의 이 "우주장(宇宙葬, space funeral, space burial)"에 참가한 24구의 유해 가운데는 우주를 무대로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편 미국의 SF드라마 ‘스타트렉’의 창시자로 1991년 타계한 진 로든버리(Jean Roddenberry)도 포함됐다.

우주장을 시작한 것은 텍사스 주 휴스턴에 거점을 두고 있는 민간 우주 수송 서비스 업체인 셀레스티스(Celestis)라는 회사다.

이 우주장은 죽은 사람의 유해 몇 그램을 발사체의 특수한 캡슐에 넣어 우주공간에 뿌리는 것을 말한다. 사람을 화장해 그 유해를 바다나 하늘에 뿌리는 불교식 장래 방식인 ‘산골장(散骨葬)’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주장이 현재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우주 쓰레기 문제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최근 캘리포니아는 죽은 사람의 시체를 거름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인간 퇴비(human composting)’로 알려진 매장 방법을 허용할 방침이다. 지난 20일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27년부터 이러한 ‘퇴비장’을 허용하기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인간의 유해를 강철 용기에 담아 목재 칩, 알파파 및 기타 생분해성 물질에 묻힌 후 30~45일 동안 자연적으로 생분해 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야말로 흙에서 낳아 흙으로 돌아가는 장례다.

‘창백한 푸른점’에 살고 있는 인간의 욕심과 어우러진 오만은 끝이 없다.

따지면 죽으면 다 썩을 부질없는 우리의 육신이다. 화장을 해서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배출하는 거 보다 차라리 퇴비장으로 영양 많은 기름진 흙과 거름이 되어 자연에 봉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동안 살면서 수많은 오염을 배출하면서 지구를 더럽힌 전생(前生)의 업보(業報)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길이 아닐까? 그것이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충고다.

밀려오는 가을의 기운에 괜스레 쓸쓸하고 슬퍼지는 지금이다. 집 뒤로 뻗어 있는 서울 성북의 북악산 나뭇잎이 단풍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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