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무역수지 적자·러시아發 경기 침체 등...달러 추가 상승에 무게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142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통화 긴축 정책,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최고 수준인 1570원을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이 가까운 시일내에 바뀌기 힘든 만큼 당분간 달러 강세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연말께 환율 상단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8원 내린 1421.5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달러는 영국 파운드화 급락과 아시아 통화 약세에 따라 강세를 보였으나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 아래에서 움직이며 숨 고르기에 나선 모습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26일(현지시간) 전장대비 0.99% 상승한 114.085에 마감했다. 이는 2002년 이후 2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인덱스는 27일 다시 하락 전환하면서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 22분 기준 현재 113.61선에서 거래중이다.

달러 강세 현상의 주된 요인으로는 미국 통화 긴축 정책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이 꼽힌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경기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연준의 추가 긴축도 예정돼 있는 데다 겨울철 에너지 위기와 맞물린 유로존 경기침체 우려로 유로화 약세로 추가적인 달러화 강세가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강달러 영향으로 원화가 약세인 구간인 상황에서 조기에 관련 요인을 바꾸기 어렵다면 원·달러 환율 우상향 흐름을 열어둘 수 밖에 없을 듯 하다”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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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께 환율 상단 “1450원선 근처” vs “1500원선까지 상단 열어놔야”

증시 전문가 사이에서 향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다만, 원·달러 환율의 상단이 연말께 1450원선을 넘어설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하나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까지 오를 것이라며 연말께 환율 상단을 1445원에 달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규연·서예빈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수급 구도 조정은 완충 역할을 해줄 것"이라면서도 "향후 연준의 금리 인상 폭 감안 시 (내년 1분기께) 환율 상단은 1460원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해 흐름을 되돌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흥국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준영 흥국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도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하락의 여지가 남아있다. 이에 따라 여전히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한 미국 연준의 피봇(입장 선회)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급등하는 만큼 1500원선까지 환율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올해 11월, 12월 두 차례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남아있는 데다 대내외적인 리스크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4.5%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단기금리 간에 결정되는 부분이라고 봤을 때 미국의 앞으로 올릴 금리 인상분이 환율에 아직 다 반영되지 않았다. 그만큼 원화가 약세인 쪽으로 조금 더 진행될 부분이 있다. 상단을 1450원에서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나라 무역과 수출 등이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악화된다면 환율 레벨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 1450원을 넘어 그 위로도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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