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엔씨와 SK에코플랜트가 완공한 차나칼레 대교 건설 협력업체의 하소연

DL이엔씨와 SK에코플랜트가 4년에 걸친 공사 끝에 올해 3월에 개통된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튀르키예의 차나칼레 대교[사진=DL이엔씨]

【뉴스퀘스트=신동권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 지난주 한 TV 뉴스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다. 필자가 공정위와 공정거래조정원에 근무하면서 이와 유사한 경우를 여러번 경험해 본 터라 더욱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튀르키예에는 올 3월 DL이엔씨와 SK에코플랜트가 4년에 걸친 공사 끝에 올해 3월에 개통된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 차나칼레 대교가 있는데, 이는 한국과 튀르키예가 함께 만들어낸 세계적인 교량이고 3월 개통식에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했을 정도로 큰 공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영광속에 감춰진 그늘이라고 할까? 이 건설에 참여했던 국내 협력업체가 일하고도 돈을 못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협력업체 대표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에 끝났어야 하는 공사가 연장되면서 다리가 개통한 뒤인 이달까지 작업을 계속했는데, 이때 일한 돈 160억 원가량을 못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공사에서 돈을 못받거나 불공정행위를 당한 경우에는 참 답답한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공사가 이루어진 국가의 법률에 따른 구제수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는 역외적용에 대한 규정이 있다. 즉 제3조(국외행위에 대한 적용에서 “이 법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소위 “영향이론(effect theory)”을 입법화 한 것이라고 한다.

역외 적용은 부당 공동행위(담합)의 경우에 적용된 사례가 많이 있고, 대법원은 영향의 해석에 있어서 “직접적이고, 상당하며 합리적으로 예측가능한 범위”라고 기준을 제시한 바가 있다. 즉 이와 같은 기준에 해당하면 외국에서 이루어진 외국회사의 행위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결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사례가 있지만,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하여 위와 같은 역외적용을 해본 사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지만 국내시장에서의 영향을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 같은 유형의 경우는 더욱 어려운 점이 있다.

보도 내용을 보아 튀르키예 정부가 발주한 공사를 DL이엔씨와 SK에코플랜트가 해당업체에게 하도급을 준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렇다면 거래 형태가 하도급의 형태를 띠고 국내법 기준으로 본다면 하도급이 적용되는 것이다. 하도급법은 공정거래법의 특별법이다.

하도급법 규정을 한번 살펴보자. 위 사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원사업자 요건이다. 하도급법은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중소기업자가 아닌 경우, 중소기업자 중에서는 연간매출액 또는 시공능력평가액이 수급사업자보다 많은 경우를 원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중소기업간에서는 매출액(시공능력평가액)이 상대적으로 큰 경우에 적용이 된다.

말하자면 대기업, 중소기업의 기준이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르게 되어 있으므로 외국사업자인 경우에는 하도급법을 적용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따라서 원사업자가 한국회사라 하더라도 해외법인을 만들어 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국내회사끼리의 하도급계약이라도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없게 된다.

하도급법이 공정거래법의 특별법이어서 그 적용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위의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결과는 누가 봐도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공사라 하더라도 국내에 본사를 둔 회사끼리의 하도급거래에 대해서는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신동권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차원에서 국내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해서 공사를 했을 때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해 주어야 할 것이다.

앞서 소개한 TV보도에서 협력업체 대표가 “거기 건설에 참여해 일원이 된다는 게 영광스러웠죠. 지금 상황은 전 토사구팽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몇 년전 ‘사랑의 불시착’이란 드라마에서 남북간의 극비 로맨스가 화제가 된 것처럼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불공정거래행위에도 국경이 없는 것인가?  해외공사까지 대기업들이 이런 불공정한 행위를 해야 하는지 왠지 모르게 씁쓸해 지는 주말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