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태그리스(Tagless) 속옷으로 기존 속옷 불편함 창의적으로 해결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속옷은 얼핏 생각하면 4차 산업과 별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정보통신기술(ICT)과 맞물릴 경우 4차 산업의 아이템이 충분히 될 수 있다.

한마디로 혁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설사 속옷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유니콘으로 불릴 수 있다는 말이 되지 아닐까 싶다.

중국에 당연히 이런 유니콘들이 존재한다. 아마도 2016년에 출범한 자오네이(蕉內. 영문명 바나나인Bananain)를 대표적으로 꼽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혁신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내의업계의 중국판 캘빈 클라인으로 불린다면 확실히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 본사를 둔 싼리런(三立人)과기유한공사 산하 브랜드인 자오네이는 각각 산업 및 패션 분야에서 30여 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의 장충위(臧崇羽)와 리쩌천(李澤辰) 두 창업자가 합작해 설립했다.

대표적 제품으로는 설립 초창기에 자체 개발해 출시한 독창적인 ‘태그리스(Tagless) 속옷’이 단연 손꼽힌다. 기존 속옷의 불편함을 창의적으로 해결한다는 이른바 ‘체감(體感)기술을 채택, 업계에 혁신 돌풍을 대대적으로 일으킨 제품으로 지금도 베스트셀러로 손꼽힌다.

설립 이후 지난 5년 동안 연 평균 100% 이상의 성장을 실현하면서 2021년 연간 거래액(GMV. 전자상거래 분야의 총 매출액) 20억 위안(元. 404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는 것은 확실히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중국 2위의 전자상거래 업체 톈마오(天猫)에서 내의 분야 브랜드 파워 랭킹 2위를 차지한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보인다. 회원이 조만간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따라서 하나 놀랄 일도 아니라고 해야 한다.

자오네이의 위용은 각종 수치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우선 기업 가치를 꼽아야 한다. 2021년 말을 기준으로 200억 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내의 업계에서는 단연 압도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자오네이는 ‘2021년 글로벌 유니콘’ 랭킹에 진입한 중국 유니콘 기업 301개 중에서 106위에 자리할 수 있게 됐다.

상하이 황푸(黃浦)구 화이하이중루(淮海中路)에 최근 문을 연 자오네이의 오프라인 매장. 젊은이들의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자오네이가 고작 설립 6년 만에 중국판 캘빈 클라인을 목표로 한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다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편안함을 기치로 내건 이른바 ‘노 사이즈, 노 감촉, 노 와이어’ 전략이 먹혔다는 사실을 먼저 거론해야 할 것 같다.

과거 중국의 기성세대 여성들은 속옷을 선택할 때 남성의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자의 반, 타의 반 남성들의 ‘성적인 취향’을 의식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의 MZ 세대들을 비롯한 젊은 여성들은 180도 다르다. 남성들의 시각을 결단코 거부한다. 자오네이는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노 사이즈, 노 감촉, 노 와이어’ 전략은 바로 이런 ‘발상의 전환’의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는 나름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베이징의 20대 직장 여성 자오잉민(趙英敏) 씨의 말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과거 ‘노 와이어’ 내의는 크게 인기가 없었다. 중국 내 유명 속옷 브랜드들이 수년 전 ‘노 와이어’ 제품을 라인 시장에서 거둬들인 것은 다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노 와이어’ 속옷의 인기가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는 톈마오의 라이벌인 타오바오(淘寶)에서도 ‘노 와이어’ 속옷 판매량이 일반 제품의 그것을 크게 앞질렀다. 기존 브랜드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때는 이미 자오네이가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고 있었다. 땅을 쳐도 소용이 없었다. 반면 자오네이는 휘파람을 불었다. 지금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MZ 세대를 필두로 한 젊은 층을 타깃으로 정한 후 집중 공략한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솔직히 말하면 속옷 제조에는 상당한 수준의 하이테크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해야 한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을 수밖에 없다.

속옷 시장이 지구촌 어디라 할 것 없이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경쟁이 치열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오네이가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된 것은 역시 MZ 세대들의 마음을 뒤흔들게 만드는 절묘한 아이템에 혁신적인 마케팅을 연결시켰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광고. 유명 배우 저우둥위(周冬雨)를 모델로 기용, 상당한 히트를 치고 있다.[사진=징지르바오]

자오네이의 혁신 정신은 속옷에 태그 대신 라벨을 직접 프린트하는 특유의 전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자오네이는 거의 대부분 제품에 속옷의 사이즈를 비롯해 면 함유량, 세탁 정보 등을 담은 라벨을 외부에 인쇄해 넣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 제품으로 ‘500E 라벨리스 팬티’를 꼽을 수 있다. 이 제품은 일단 피부 친화적인 원단으로 만든 것이 눈에 두드러진다. 더불어 무 감촉 커팅, 태그리스 라벨 등의 기술이 총동원돼 있는 것도 과거 제품들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히트할 수밖에 없었다.

각종 콘텐츠 IP와의 활발한 협업 전략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이를 통해 자오네이는 스펀지밥을 비롯해 미니언즈, 비비캣 등 다양한 콘텐츠 IP와 협업, ‘젊음, 공익, 친환경’ 등을 컨셉으로 한 제품들을 출시할 수 있었다.

자오네이는 온라인을 통해 성장했으나 오프라인 시장 역시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다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맹위를 떨치던 2020년 말에 본사가 있는 선전에 전국 최초의 플래그십 매장을 연 것은 바로 이런 야심을 잘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상하이(上海)시를 비롯해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장쑤(江蘇)성 난징(南京), 산시(陝西)성 시(西安) 등의 대도시에 추가로 매장을 속속 개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최소한 31개 성시(省市) 및 자치구의 주요 도시들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가능하면 폐점하는 다른 브랜드들과는 달리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업이 병행이 돼야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자오네이도 궁극적으로는 상하이나 선전, 또는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승승장구에 비춰볼 경우 큰 문제가 없다면 수년 내에 이 목표는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자오네이가 진정한 중국판 캘빈 클라인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해도 좋지 않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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