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1분 전 상황 보는 심정

징집된 예비군에 경례하는 러시아 군인[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징집된 예비군에게 러시아 군인이 경례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 러ㆍ우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독일로 향하는 해저 가스관을 파괴하고 점령지인 동부와 남부지역을 강제로 합병하는 선거를 하였다.

그 수일 전에는 30만 명 동원령을 선포하여 예비군을 전선에 투입하는 일에 착수하였다. 통상적으로 동원령은 전쟁이전에 발령하여 국가 체제를 전시로 전환하게 되는데 전쟁 진행 중에 동원령을 발령한 이번 조치는 대단히 특이하다.

러시아는 2014년도에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할 때처럼 이번 일도 손쉽게 마무리 될 것으로 생각하여 철저한 준비없이 시작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다가 예기치 못한 저항에 부딪히고 손실이 급증하자 상황 타개를 위해 서둘러 동원령을 발령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맹수는 아무리 약한 먹이 감을 쫓을 때라도 온 몸의 힘을 모으고 최선을 다해 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푸틴이 이렇게 어설프게 전쟁을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개전한지 7개월이 된 시점에 동원을 결정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러한 푸틴의 조치들에 대해 “지금까지는 전쟁이 아니었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됨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러우전쟁을 바라보며 과연 국가에서 ‘동원’이란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동원이란 전쟁 또는 천재지변이 발생하여 갑자기 평시 체제로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인적, 물적 수요가 발생했을 시 국가가 강제적으로 필요한 민간자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취하는 특별조치를 말한다. 이러한 동원은 군 작전에 필요로 하는 병력 뿐 아니라 장비, 물자 등 국가의 전 자산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동원된 병력이나 근로자들이 사용해야 할 건물과 같은 부동산, 차량, 비행기, 열차, 선박과 같은 수송수단, 그들이 사용할 옷, 장구, 탄약, 수리부속품, 먹고 마시는 양곡과 물, 부상자를 치료할 의약품, 심지어 담배와 같은 기호 식품, 통신 주파수, 소프트웨어 등등 우리가 평소에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는 모든 역량이 필요시 동원되는 대상이다.

정부의 각 부서는 자신들의 소관 동원 대상을 상세히 파악하고 매년 최신화 시켜 언제든지 국가 동원령이 발령되면 매뉴얼에 따라 그 자산을 동원하여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국방부는 병력 동원 책임을 수행하는 주무부서인데 국방부 장관은 이 임무 수행을 위하여 전시에 필요한 병력의 수요를 판단하고 시기별로 동원할 대상 인원을 사전에 지정하여 훈련을 시키는 등 전시임무수행을 위한 예비전력 관리를 한다. 병무청과 함께 지역이나 각 직장에 있는 예비군부대에서 하는 역할이 이런 것이다.

이렇듯이 식량류는 농림축산식품부, 부동산, 선박, 항공, 차량 등 수송 장비는 국토교통부, 전기, 산업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의료와 병원은 보건복지부, 정보통신관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의 모든 부서가 하나도 빠짐없이 소관 자원을 필요시 동원할 수 있도록 임무가 배분되어 있다.

이러한 동원 대상은 대부분 민간 소유이기 때문에 일단 동원령이 하달되어 국가의 필요에 의해 징발이 된다고 하더라도 사전이든 사후이든 정부의 보상은 필수적이다.

동원된 예비군에게는 전시수당과 함께 해당 계급에 준한 급여를 주어야 하고 부동산과 건물 등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탄약, 군 장비, 물자의 생산 시설에 대해서도 전액 보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동원은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푸틴이 이번에 시행한 30만 명 동원을 대입해 보면 러시아는 당장 동원에 따른 수십조 원의 국가재정 부담이 생기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준비 안 된 개전으로 어려움을 겪더니만 이번에는 어설프게 동원령을 발령하였다.

이로 인해 민심이 이탈하고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전비와 재정 압박은 푸틴의 리더십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푸틴의 카드는 무엇일까?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여러 가지 면에서 핵무기 사용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점령지를 러시아의 영토로 선언하는 절차를 적당히 밟고, 반발하는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 회복을 위해 공격할 때 자국 영토를 공격했다고 트집 잡으며 핵무기를 투발하려는 명분을 만드는 수순이라면?

그리고 이번에 동원된 예비군은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혼란과 무질서를 통제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운용되는 것이라면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단지 핵무기 사용 시 상응한 보복을 할 것이라는 미국과 서방의 경고만으로는 멈출 수 없는 ‘운명의 날(Doomsday)’ 1분전 상황을 바라보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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