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약 개발에 사용될 분자결합 연구 업적 인정받아
기능적 화학인 '클릭 화학'의 기초를 마련
최연소 수상자는 마리 퀴리의 사위…35세에 아내와 공동 수상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올해 노벨상 화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캐롤린 R. 베르토지(Carolyn R. Bertozzi), 덴마크의 모르텐 멜달(Morten Meldal), 그리고 미국의 K. 배리 샤플리스(K. Barry Sharpless)가 선정됐다.

4일(현지시간) AP 통신은 미국과 덴마크의 세 명의 과학자들은 더 나은 약을 설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분자를 함께 스냅 하는(snapping molecules together)” 분자결합 연구 방법을 개발한 공로로 올해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세명의 화학자는 암 약물을 만들고 DNA를 매핑하며, 특정 목적에 맞춘 맞춤형 물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클릭 화학(click chemistry)’과 ‘생체 직교 반응(bioorthogonal reactions)’에 대한 연구에 매달려 왔다.

Nobel Prize Committee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더 나은 약을 설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분자결합 연구 방법 개발에 기여한 3명의 화학자에게 돌아갔다. (왼쪽부터) 미국의 캐롤린 R. 베르토지, 덴마크의 모르텐 멜달, 그리고 미국의 K. 배리 샤플리스. [사진=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특정 목적에 맞춘 맞춤형 약물 개발에 사용되는 ‘클릭 화학’ 개척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이 3명의 화학자에 대해 '생체직교 클릭 화학'(click bioorthogonal chemistry) 분야에서의 공로를 인정해 노벨 화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멜달 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스크립스 리서치(Scripps Research)의 샤플리스 교수가 분자 구성단위들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 기능적 화학인 '클릭 화학'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두 과학자는 독립적으로 서로 쉽게 충돌할 수 있지만 다른 분자와는 충돌하지 않는 그러한 후보들을 발견하여 의약품과 폴리머의 제조에 응용하는 방법을 고안하는데 성공했다.

노벨위원회는 또한 캘리포니아의 스탠포드 대학의 버토지 교수는 "클릭 화학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 반응을 미생물 같은 살아있는 생명체 내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화학자들은 오랫동안 더 복잡하고 특별한 기능을 가진 새로운 화학물질을 합성하기 위해 새로운 화학반응들을 연구해왔다. 이런 반응은 신약 개발 등에 특히 중요하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어려움이 있다.

생물 직교 반응 이용해 표적 암치료제 개발 중

노벨위원회는 이어 "올해 화학상은 지나치게 복잡한 물질이 아니라 쉽고 간단한 물질을 가지고 신물질을 합성하는 기술에 대한 것"이라며 "이 과학자들이 개발한 반응을 이용하면 특정 기능을 가진 분자들을 단순한 경로를 통해 합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이 개발한 반응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세포를 탐구하고 생물학적 과정을 추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며 “과학자들은 생물직교 반응을 활용해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표적 암 치료제를 개선하고 있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화학상에 이어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3일에는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진화유전학자 스반테 페보(스웨덴)가, 4일에는 물리학상 수상자로 알랭 아스페(프랑스), 존 F. 클라우저(미국), 안톤 차일링거(오스트리아) 등 3명이 각각 선정되었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 물리, 화학, 경제, 문학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상식이 축소되거나 온라인 행사로 대체됐던 2020년과 2021년 수상자까지 이번에 함께 자리할 예정이다.

노벨 화학상 메달. [사진=phys.org]

최연소 화학상 수상자, 마리 퀴리의 사위 프레데릭 졸리오… 35세에 아내와 공동 수상

한편 1901년 노벨상 제정과 함께 수여되기 시작한 노벨 화학상은 세계 화학계에서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상이다.

알프레드 노벨은 그의 유언장에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을 하거나, 가장 중요한 화학 물질을 발견 또는 개선하거나, 생리학이나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해 인류의 이익에 공헌한 사람”에게 노벨 과학상을 수여하라는 내용을 남겼다.

노벨 화학상의 수상자는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에서 선출된 위원회에서 선정하는데, 위원회는 심사 대상자 중 중요한 화학적 발견이나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수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노벨 화학상의 경우도 다른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업적의 중요성을 알기까지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뒤늦게 수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상자의 평균 연령에 있어 고령자 비율이 높다.

노벨 화학상은 2021년까지 총 113차례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다만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6년, 1917년을 비롯해 1919년, 1924년, 1933년,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1941년, 1942년 등 모두 8차례는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노벨 화학상은 노벨상 초기에는 단독 수상이 많았으나, 1990년대 이후 공동 수상이 늘어났다.

2021년까지 노벨 화학상 단독 수상자가 나온 경우는 모두 63차례이고, 2명이 받은 경우는 25차례, 3명이 받은 경우는 25차례다.

공동수상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113차례에 걸쳐 노벨 화학상을 받은 과학자는 모두 188명에 이른다. 그러나 영국의 생화학자 프레데릭 생어가 1958년과 1980년 두 차례 노벨 화학상을 받아 실제 수상자 수로 보면 187명이다.

역대 수상자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이는 프랑스의 노벨 물리학자 마리 퀴리의 사위 프레데릭 졸리오로, 그가 아내 이렌 졸리오 퀴리와 공동 수상할 당시 나이는 35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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