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정부가 지난 4일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이버 위기상황을 대비해 공공(국가정보원)ㆍ민간(한국인터넷진흥원 등)ㆍ군(국군기무사령부) 등으로 흩어져 있던 사이버위협 대응체계를 일원화해 관련 정보를 종합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실무총괄지휘를 국정원이 맡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정보기관이 공공의 사이버 안전을 책임지는 현재의 구조도 정상적이지 않다. 더구나 국정원이 인터넷 활동을 통해 국정원법이 금하고 있는 정치 관여는 물론, 각종 선거에까지 적극 개입했음이 드러났다.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과도한 권한을 축소해야 할 정부가 국정원에게 아예 민간부문의 사이버 관련 정보들까지 종합ㆍ분석할 수 있는 권한을 쥐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정원 권한 강화와 남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괜한 기우가 아니다. 지난 4월9일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률안’과 어제 발표된 정부의 대책을 종합해 보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나 인터넷 데이터 센터, 포털사이트 운용 민간사업자들은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또는 징후가 있더라도 국정원에 통보해야 하고, 국정원장의 판단에 따라 민간업체들이 갖고 있는 개인들의 정보들도 합법적으로 들여다 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맡는다고는 하지만, 실무를 총괄지휘하며 사실상 컨트롤타워를 맡게 될 국정원이 민간부문으로부터 얻은 사이버 정보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하는지 감시ㆍ통제할 방법이 없다.

서상기 위원장과 정부는 “국정원이 직접 민간부문을 조사까지 하는 것은 아니”며 “국정원의 실무총괄 기능 역시 평상시가 아닌 사이버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작동하기 때문에 사이버사찰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국정원이 합법적인 테두리에서만 활동하리라 볼 수는 없다. 사이버공간의 위기상황은 매우 일상적이며 심지어 조작도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몇 차례의 사이버 공격을 빌미로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국정원을 감시ㆍ통제해야 할 국회 정보위원회의 서상기 위원장은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국정원의 국기문란 범죄를 줄곧 감싸왔다. 그러나 국정원은 가뜩이나 보안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비밀정보기관이다.

사실상 국회와 시민사회의 감시와 통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국정원에서 반민주적 국기문란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국민은 국정원을 해체하거나 또는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시민사회와 국회에서는 국정원을 해외통일정보만을 다루는 기관으로 정비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정원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을 즉각 철회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설령 사이버안보 총괄기구가 필요하더라도 국정원에 이를 맡길 이유는 없으며 맡겨서도 안 된다.
 
지금은 무엇보다 국정원의 국기문란 범죄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박근혜 대통령이 밝히고, 다시는 국정원이 범죄기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권이 안보 논리를 앞세우며 국가정보기관의 권한을 강화하고, 그 권한의 남용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이 짓밟히는 가슴 아픈 역사는 군사독재시대의 시계 속에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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