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초 차량용 인공지능형 반도체인 ‘저니(Journey)1.0’ 발표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인공지능(AI) 기술을 필요로 하는 4차 산업 업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거의 대부분 업종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가장 필요로 하는 업종은 역시 자율주행차를 포함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쪽이 아닌가 싶다.

중국에서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디핑셴지치런(地平線機器人. Horizon Robotics. 이하 디핑셴)이라고 해도 좋다. 단연 발군의 최고봉으로 손꼽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의 전언이다.

2015년 설립된 이후 임베디드 인공지능 핵심 기술 및 시스템급 솔류션 제공 사업에서는 경쟁 상대가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그야말로 무한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를 필두로 CCTV, IoT(사물인터넷) 등에 사용되는 AI 칩 및 맞춤형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로 하는 최첨단 기술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해 ‘2021년 글로벌 유니콘’ 순위에서 36위를 기록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지금과 같은 발전을 거듭할 경우 자율주행 솔류션 공급 분야에서는 최대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핑셴은 역사가 그다지 길지 않다. 지난 2015년 설립돼 현재 업력이 고작 8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출범 때부터 주목받는 유망주였던 탓에 투자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몰린 것으로 유명하다. 세콰이어 캐피털 차이나를 비롯해 가오링쯔번(高瓴資本), 셴싱쯔번(線上資本) 등이 이들 주역으로 당시 하나 같이 디핑셴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주목을 받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이후에도 디핑셴은 거침이 없었다. 2017년에는 인텔 캐피털 주도로 1억 달러의 시리즈 A라운드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2년 후에는 총 6억 달러의 B라운드 자금 유치도 성사시켰다. 이때 SK그룹의 중국 법인인 SK차이나와 SK하이닉스도 참여했다. 이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의 대 사건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12월부터 7개월에 걸쳐 이어진 C라운드에서는 총 7억 달러를 상회하는 자금 조달을 완료하는 기염도 토했다. 한마디로 투자 기관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우위안쯔번(五源資本) 주도로 진행된 이때의 펀딩에는 진르쯔번(今日資本)을 비롯해 가오링쯔번, KTB네트워크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이같은 지대한 관심은 말할 것도 없이 기업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재 약 400억 위안(元. 8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이징시 하이뎬(海淀)구 펑하오둥루(豊豪東路)에 소재한 디핑셴지치론의 본사 전경. 스마트 모빌리티 AI 분야의 중국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투자자들이 디핑셴에 너무 과도할 정도로 집착하는 이유는 당연히 하나 둘이 아니다. 가장 먼저 제품 및 사업 레이아웃의 전문화를 꼽을 수 있다. 디핑셴은 지난 2016년 설립 2년 만에 중국에서는 최초로 차량용 인공지능형 반도체인 ‘저니(Journey)1.0’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일거에 스마트 드라이빙 분야에 진입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저니5.0’까지 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고객사를 상대로 칩을 공급 중에도 있다.

‘저니’는 자율주행 및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위한 인공지능 프로세서라고 보면 된다. 자동차가 보행자를 비롯, 자동차, 교통 신호등, 차선, 표지판 및 여타 유형의 목표물을 실시간으로 자동 인식하면서 모니터링하게끔 설계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장 최근에 나온 ’저니5.0’은 미국 자동차엔지니어링 협희가 규정한 자율주행 기준 난도 ‘레벨 4’에 적용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돼 있다. 때문에 실행 속도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칩 ‘라이브 오린’을 넘어서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디핑셴은 칩과 함께 차량 내외를 연결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소프트웨어도 만들고 있다. 이게 바로 매트릭스 슈퍼드라이브(Matrix SuperDrive)이다. 2018년 자율주행 레벨 3, 4를 타깃으로 ‘1.0’이 처음 개발됐다. 이어 2020년에 ‘2.0’이 출시됐다.

최근 열린 디핑셴지치런의 제품 전시회. 연구, 개발 능력이 극강인기업답게 전시회를 자주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제공=징지르바오.

디핑셴은 비즈니스를 다각화하고 있기도 하다. 2021년에 독일 컨티넨탈과의 합작을 통해 자율주행 분야 합작 법인을 세운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자동차 AI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면서 상용화를 본격 추진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외에 2021년 10월에 상하이(上海)자동차(SAIC)의 소프트웨어 분야 자회사인 SAIC Z-ONE과의 제휴를 통해 차세대 자동차 아키텍처 및 지능형 운전 컴퓨팅 솔루션의 공동 개발에 나선 것도 나름 평가해줄 만하다.

시장 동향에 신속히 대응하는 순발력과 뛰어난 연구개발 능력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이는 디핑셴이 중국 최초의 제품 출시 기록을 다수 보유한 사실을 상기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기세로 볼 때 앞으로도 최초라는 기록을 많이 남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의 정보통신기술(ICT) 평론가 저우잉(周穎)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디핑셴의 순발력이나 연구개발 능력은 거의 본능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경쟁 기업들이 카피라도 하고 싶어 하는 DNA로 손꼽힌다. 다수의 최초 제품 출시 기록은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평소 연구,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열정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위카이(余凯) 창업자의 경쟁력도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명문 난징(南京)대학을 졸업한 후 독일 뮌헨대학에서 AI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12년부터 3년여 동안 바이두(百度)의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 책임자로 일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때 딥러닝을 비롯해 로봇, 자율주행, 휴먼인터랙티브, 3D 비전 등과 관련한 자신의 연구, 개발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창업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디핑셴은 아직 상장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투자 기관들이 몰린 과거 사실에 비춰볼 때 마음만 먹으면 수년 내에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시가총액은 현 기업 가치의 두 배 이상인 1000억 위안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데카콘 기업 반열에 올라서게도 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더불어 경쟁 기업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극강 연구, 개발 능력까지 보유해야 한다.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디핑셴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스마트 모빌리티 AI 분야의 최고봉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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