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52)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10월은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끄는 노벨상의 계절이다. 총 6개 분야에 주어지는 노벨상 수상자 선정이 막을 내렸다.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던 올해 노벨상 시즌은 10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노벨상 가운데 늘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노벨 평화상이다. 문학상과 더불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끄는 노벨 평화상은 노벨상을 창시한 알프레드 노벨이 가장 소중하게 여긴 상이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기후변화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택해 

올해 노벨평화상의 영예는 인권 증진에 노력한 벨라루스의 활동가와 시민단체 2곳에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기후 재앙보다 인권을 택했다. 현시점에서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외면하지 않고 기후 재앙보다 더 많은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노벨위원회는 평화와 민주주의를 제고한 노력을 높이 평가해 벨라루스 인권운동가인 알레스 비알리아츠키(Ales Bialiatski),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Memorial),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를 202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시민사회를 대표한다"며 "이들은 수년간 권력을 비판하고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할 권리를 증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올해 60세의 비알리아츠키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레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철권 통치에 맞서 활동해 왔으며 작년 7월부터 투옥된 상태다.

벨라루스는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발판 역할을 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다. 

노벨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노벨평화상은 그동안 지구촌의 평화 트렌드를 앞장서 제시하고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해왔다.

세계적인 이슈로 등장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심각한 기후변화 등이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노벨상위원회는 기후변화보다 전쟁을 택했다.

선정에서 수상식까지 노벨상 가운데 유일하게 노벨평화상은 스웨덴이 아니라 노르웨이에서 진행된다. 이는 노벨상 제정 당시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한 국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렇게 큰 의미는 없다.

노벨상 최고의 덕목은 평화에 있다

우리나라도 어엿한 노벨상 수상 국가다. 그것도 노벨상을 제정한 노벨이 진정으로 가장 소중히 생각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나라다. 2000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40여년에 걸친 긴 투쟁 역정과 6·15 남북 공동선언을 이끌어내어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한 공로로 평화상 부문에서 세계 81번째로 수상했다.

그러나 이 자랑스러운 과거는 퇴색되고 왜곡되어왔다. 소위 북한에 ‘퍼주기’ 대가로 얻은 그야말로 ‘돈으로 산’ 노벨상이라는 근거 없는 공작에 시달려왔다.

뿐만이 아니다. 노르웨이 정부에 뇌물을 주어 돈으로 노벨평화상을 샀다는 주장으로 국제적으로 망신살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우리나라가 노벨상 수상 국가라는 것을 아는 학생들도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 노벨 물리학상이나 생리의학상처럼 과학상을 받았다면 달라졌을까? 노벨 과학상이 평화상보다 더 중요하고 더 긍지 있는 상일까? 아니다.

과학의 진보가 중요하다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결코 인류 최고의 덕목으로 우리에게 안녕과 질서를 제시하는 평화의 윗자리에서 군림할 수는 없다.

살인적인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해 수억 달러를 벌어들여 돈방석에 앉은 ‘무기 장사꾼’ 노벨이 말년에 노벨상을 제정한 것은 바로 전쟁과 살육이 없는 평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평화의 가치와 맞바꿀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도 없다.

우리의 한반도가 최악의 전쟁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자칫 조그마한 불똥만 튀어도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형국이다. 더구나 우리의 선택의 입지 또한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에게는 노벨 평화상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느껴지는 지금이다. “전쟁을 일으키기 쉽지는 평화를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전쟁 장사꾼’ 노벨은 전생에 짊어진 업보(業報)를 노벨상을 통해서라도 달래고 싶었다. 노벨 평화상이 노벨 과학상보다 훨씬 소중한 이유다.

“눈에는 눈으로 대적한다면 세상은 장님은 되고 말 것이다.” 간디가 남긴 어록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어수선하고 불안하다. 일본까지 끌어들인 국제 정국은 더욱 불안하다.

한미(韓美) 공조만으로는 그 힘이 부족해 일본을 끌어들인 것일까? 이제 한반도가 전쟁의 각축장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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