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트롯' 시즌2냐 '불타는 트롯맨'이냐
서혜진 PD TV 조선 떠나 MBN으로

TV조선의 '미스터 트롯' 시즌 2 광고 영상 [사진=미스터트롯 광고영상 캡쳐]

【뉴스퀘스트=오광수 대중문화 전문기자 】 최근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그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대전이 예고됐다.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을 히트시키면서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서혜진 사단이 TV조선을 떠나면서 TV조선 '미스터 트롯' 시즌 2와 MBN '불타는 트롯맨'이 맞붙게 됐다.

'미스터 트롯'을 성공시킨 서혜진 전 제작본부장은 지난 7월 TV조선을 퇴사하고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서혜진 사단으로 불리던 노윤 작가와 PD들도 줄줄이 퇴사하여 합류했다. TV조선의 일등 공신인 서혜진 전 제작본부장의 퇴사 이면에는 연봉 등 '합리적 대우'를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가 가장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TV조선은 '미스터 트롯'의 시즌2 제작을 예고하고 '제2의 임영웅'을 모집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화제성만큼이나 프로그램의 규모도 대폭 커졌다. 시즌1의 우승상금이 1억 원이었으나 무려 5배가 늘어난 5억 원을 내걸었다. 인기 작곡가의 데뷔곡을 제공하는 특전도 주어진다. 나이 제한도 완화되어 45세 미만에서 50세 미만으로 늘어났다.

TV조선의 울타리를 벗어난 크레아스튜디오의 서혜진 대표는 MBN과 손잡았다. '미스터 트롯' 시즌 2와 비슷한 시기에 '불타는 트롯맨'을 제작하기로 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미스터 트롯'과 똑같이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미스터 트롯'에는 시즌1의 MC였던 김성주와 '미스 트롯' 우승자 송가인이 출연을 확정지었다. '불타는 트롯맨'에는 붐, 나태주, 허찬미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그러나 양 방송사의 자존심을 내건 치열한 싸움이 예고되면서 정작 고민에 빠진 이들은 따로 있었다. 바로 '미스터 트롯'으로 일약 스타가 된 TOP7이 그들이다. 임영웅과 김호중을 비롯하여 영탁과 정동원, 이찬원 등은 '키워준 방송사냐'와 '키워준 PD냐'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어느 한 편을 선택하는 일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2의 임영웅을 꿈꾸는 무명의 신인들도 과연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 결정에는 트로트 프로그램의 성공이 방송사의 역량이었는지, PD 개인의 역량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제작진의 역량이나 출연진들이 양쪽으로 나뉘면서 시너지 효과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로트업계에서도 모처럼 트로트 바람이 불어와서 기대가 컸는데 이러한 경쟁이 자칫 시청자들이나 팬들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 '불타는 트롯맨'은 11월 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스터 트롯' 시즌 2도 12월 방송을 예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 방송사의 신경전은 벌써부터 치열하다.

최근 몇 년 사이 대중음악계를 휩쓴 이슈는 '트로트 바람'이었다. 대세가 된 아이돌 음악은 K-POP을 대표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가수들은 발라드와 리듬앤블루스, 힙합 장르를 넘나들면서 음악 시장을 형성해왔다.

대중음악의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에게 트로트는 어른들이나 듣는 노래로 취급돼 왔다. 실제로 트로트는 변방의 어디쯤서 맥을 못 춘 채 사망 선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측을 비웃듯이 지난 수년 사이 트로트는 대중음악의 대세 장르가 됐다. 지상파 방송에 오디션 프로그램 시장으로 내주고 지켜보기만 하던 종합편성 채널이 트로트 오디션을 들고나와서 대성공을 거뒀다.

그 중심에 2019년 시작된 TV조선의 '내일은 미스 트롯'(이하 미스 트롯)과 '내일은 미스터 트롯(이하 미스터 트롯)이었다. 특히 '미스터 트롯'은 종합편성 채널 사상 최초로 35.7%라는 전인미답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소위 '대박' 프로그램이 됐다.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트로트 가수 송가인과 임영웅, 김호중 등은 순식간에 거대한 팬덤을 몰고 다니는 대세 가수가 됐다. 이들이 만들어 낸 온갖 신기록들은 새삼스럽게 거론하지 않아도 차고 넘친다.

특히 아이돌 중심의 음악 시장으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면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던 중장년들이 트로트 신인들에게 열광하면서 무시하지 못할 셰력을 형성했다. 더군다나 중장년 팬들은 아이돌그룹의 팬들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기에 소위 '덕질'을 통한 구매력도 대단했다.

그러나 예상치 않은 트로트 오디션의 성공은 시장에 공급과잉을 불러왔다. 종합편성 채널은 물론 지상파까지 합세하여 트로트 오디션, 트로트 예능, 트로트 대형쇼 등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스타가 된 가수들을 출연시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MBC의 '트로트의 민족', KBS2는 '트롯 전국체전'이 각각 방영됐다. SBS는 '트롯신이 떴다'를 방영했으나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오광수 대중문화 전문기자

급기야는 나훈아 등 슈퍼스타의 전유물이던 추석특집쇼에 송가인과 김호중이 등장했지만 기대보다는 시청률이 저조했다. 특히 종합편성 채널인 MBN이 잇따라 굵직한 트로트 프로그램을 편성하면서 TV조선에 맞불을 놓았다.

이쯤 되니 넘치는 트로트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피로가 누적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TV조선이 방송한 '미스트롯2' 역시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전작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프로그램에서 배출된 트로트 스타들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작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었다. 양 방송사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트로트 열풍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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