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부터 자율주행·로보틱스·AAM까지...새 성장동력 장착
"이제는 'IT 모빌리티'로 도약"...소프트웨어에 18조원 투자 결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미국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당시 현대차는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결합된 메타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했다. [사진=현대차그룹]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상상 속 미래 모습을 빠르게 현실화해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

지난 2020년 10월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며 한 말이다.

2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지휘 아래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차부터 자율주행·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AAM)까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면서, '자동차 제조기업'이라는 아버지 시대의 타이틀을 벗어던진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영국의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인 롤스로이스와 AAM 기체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워렌 이스트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 [사진=현대차그룹]

◇ 이동수단의 의미 재정립...'어떻게 이동할 것인가'에 초점

정 회장은 지난 2년간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자동차 산업이 이동수단을 만든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일상에 변화를 주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된 경험을 선보이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가장 주력한 분야는 전동화다. 정 회장은 "전기차 시대에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한다"며 전용 플랫폼인 E-GMP 개발을 주도했다.

E-GMP는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에 속속 탑재되며 세상에 나왔다. 현대차 아이오닉5·6, 기아 EV6, 제네시스 GV60가 대표적인 예다. 2024년에는 아이오닉7도 출시한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의 활약은 눈부시다.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하며 쟁쟁한 경쟁사를 따돌렸다.

2030년까지 연간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세계 시장에서 12%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25년 미국 전기차 공장을 완공하면 경쟁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 회장은 미래 먹거리 '삼각체제'도 완성했다.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독립법인 슈퍼널을 설립했고,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요인을 모색하고 있다.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UAM과 인접한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항공모빌리티(RAM)에도 뛰어들었다.

총 명칭은 미래항공모빌리티(AAM)로, 올 7월에는 롤스로이스와 AAM 기체 개발 업무협약을 맺고 배터리 추진시스템 등을 연구하기로 약속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4월 정 회장을 '파괴적 혁신가'(The World's Greatest Auto Disruptor)로 선정하며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과 미래를 향한 담대한 비전 아래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재정립하고, 인류에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 2022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첫 공개된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6.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오른쪽)과 박지성 전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퀘스트]

◇ 이제는 소프트웨어 대전환...정의선호, 'IT 모빌리티'로 항해

정 회장은 또다른 체질 변화에 나선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판매하는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하겠다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기와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 제품군 또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발해 하나의 계정만으로 AAM과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로보택시, 로봇 등과 연동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는 모빌리티 기기들이 하나의 도시 운영체계 아래에서 서로 연결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자율주행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이러한 과정에 그룹이 투자하는 금액은 18조원. 그룹은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소프트웨어는 정 회장이 취임 이후 계속 강조해온 기술이기도 하다.

올해 초 정 회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그룹이 추구하는 미래 최첨단 상품의 경쟁력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며 임직원들에게 "고객과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우리 모두의 여정에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전기차를 비롯해 여러 신사업을 사전에 준비해온 것처럼,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향후 '후발주자'가 아닌 '선두주자' 타이틀을 얻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측은 "우수한 하드웨어 기술 위에 우리만의 최적화된 전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하고, 적용 영역을 확대해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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