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는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개정안이 6개나 소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다. 이 개정안들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채무자대리인’제도의 도입이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채무자측 입장에서 민생을 위해서 이를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줄기차게 존재했다. 지난 회기에도 이를 도입하는 개정안이 제출됐는데, 이번 회기에 다시 제출되었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는 여야간 의견 차이로 통과되지 못했으나 올해에는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소극적으로는 채무자가 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 채권추심자는 채무자를 직접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는 채권추심자의 채무자에 대한 ‘직접접촉을 금지’함으로써 채권추심자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며 적극적으로는 채권추심자에 대해 채무자가 대리인을 세워 채권추심을 대응하게 해주는 제도이다. 미국에서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있어 채무자가 대리인을 세우는 경우 본인에 대한 직접접촉이 금지된다. 일본에서도 채권자 대리인으로서 변호사와 변호사단체를 인정하고 있다.
 
이번 국회의 회기 내에 어떤 모양으로든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간 의견차이는 ‘채무자대리인제도’의 도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누구를 채무자의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게 할 것인가’와 ‘언제나 채무자 대리인을 선임하게 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누구를 채무자 대리인으로 세워야 하는가에 대해 여당은 ‘변호사’를 채무자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하고, 야당은 변호사뿐 만 아니라 ‘시민단체’에게도 채무자 대리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영교 의원 등 22인이 제안한 개정안에서는 ‘비영리민간단체’나 ‘사회적기업’에 채무자 대리권을 주는 것으로 돼 있다.
 
채무자 대리권을 변호사 이외의 다른 단체에 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채권추심대응은 일반 법률사무에 해당하므로 이를 다른 단체가 대리하는 경우 변호사법위반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채무자를 대리하는 것은 단지 직접접촉금지라는 소극적인 의미 뿐 아니라 ‘채권추심대응’을 의미하므로 시민단체 등에 채권추심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리가 없다.
 
언제나 채무자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우리 대법원은 채권자가 직접 추심을 하는 경우에 채무자가 대리인을 내세우는 것은 일반법감정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채권자가 직접 채권추심을 하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대리인을 선임할 수 없게 예외규정을 둘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가을에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며 이 제도가 도입되면 변호사는 채무자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 변호사들이 채무자 대리인으로 일할 능력이 있는지, 채권추심에 대한 대응능력이 있는지가 문제다.
 
대한변협은 전문변호사제도를 운영중이고 채권추심을 전문분야로 등록한 변호사가 몇 명 존재한다. 이상권 변호사는 채권추심전문변호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채무자들을 위한 종합적인 채권추심 대응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추심을 전문분야로 등록한 변호사들조차도 채권추심자체에는 전문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원들이 채권추심을 하도록 채권추심을 전문분야로 등록한 경우 직원에게 전문성이 있고 변호사에게는 없다. 이런 변호사가 채무자 대리를 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들은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대한변협은 채권추심 전문변호사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대한변협에서 운영하는 전문변호사제도에 전문분야로 등록하는 경우는 크게 송무와 일반법률사무로 나눌 수 있다. 채권추심은 송무가 아닌 일반법률사무를 전문분야로 등록하는 경우로 이 경우 변호사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전문변호사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일반법률사무의 경우 변호사는 라이선스만 걸고 직원들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문변호사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므로, 채권추심을 변호사가 직접하며 전문성을 갖춘 경우만을 전문변호사로 등록하도록 심사요건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전문변호사제도를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변호사가 송무가 아니라 일반법률사무를 하는 경우 변호사는 라이선스만 제공하고 직원들이 전문가인 영역이 많이 존재하며 채권추심도 그러하다. 이런 식의 변호사업계의 관행은 전문변호사제도를 무너뜨리는 것이며, 변호사업계의 직역상실을 낳았을 뿐이다. 변호사들이 직역을 확대하고 직역의 실질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전문성을 가져서는 안 되고 변호사가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대한변협은 전문변호사제도마저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변호사의 실질적인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문변호사제도를 운영하여, 실제로 채권추심에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들을 채권추심을 전문분야로 등록하게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채권추심전문변호사에게 채무자 대리권을 주어야 한다. 채무자 대리권은 적극적으로는 채권추심에 대응서비스이다. 그러므로 실제 채권추심에 대응할 능력이 있는가 여부는 변호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채권추심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 채권추심을 전문분야로 등록한 변호사들에게 채무자 대리권을 주어야 실질적인 대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은 분명하다. 일본의 경우 변호사단체에 채무자 대리권을 주고 있는데, ‘채권추심전문변호사회’와 같이 채무자 대리인으로 일할 수 있는 단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코 앞에 닥쳐오고 있다. 변호사업계는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통해 채권추심업계에 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대한변협이 운영하는 전문변호사제도를 실질화할 수 있는 기회이며, 변호사 대량 배출사회에서 일반법률사무에 대해 변호사의 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요, 껍데기가 되어 가는 ‘전문변호사제도’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주는 기회를 잃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상권 변호사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