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로는 전세계 유니콘 기업 랭킹 2위

【뉴스퀘스트=전순기 통신원】 금세기 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금융 산업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후진적이었다고 해도 좋았다. 달러 임시장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한 탓에 외국인들이 1년 내내 환차익을 상당히 봤다는 사실을 우선 거론하면 진짜 그랬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여기에 인민폐 위안(元)화가 세상 그 어느 지폐보다 더럽고 지저분했다는, 본질에서 다소 벗어난 진실까지 더할 경우 금융 산업은 크게 희망이 없었다고 해도 괜찮았다. 전국 곳곳의 은행 창구에서 달러를 환전할 때 은행원들이 위안화를 마치 포커 칠 때 카드 던지듯 한 것은 절대 괜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전벽해라는 말이 있듯 전혀 희망이 없을 것 같았던 중국의 금융 산업은 지금 완전히 구태를 벗었다고 단언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4차 산업의 발흥으로 핀테크(금융기술)가 급성장하면서 그야말로 ‘일신, 우일신(日新, 又日新)’, 즉 날마다 발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싶다.

현재 중국의 금융 산업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게 만든 주역인 이 핀테크 기업들은 많다. 그러나 가장 첫 손가락으로 꼽아야 하는 기업은 누가 뭐래도 단연 하나밖에 없다고 해야 한다. 바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마이(螞蟻. 영문명 앤트) 그룹이 아닌가 싶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선 기업 가치를 보면 수긍이 갈 수 있다. 100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니콘과 데카콘을 가볍게 넘어서는 이른바 헥토콘 기업에 속한다. 2021년 ‘후룬(胡潤)리포트’가 발표한 전 세계 유니콘 기업 랭킹에서 더우인(抖音. 영문명 바이트댄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은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

마이 그룹은 알리바바가 지난 2004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에 설립한 기업으로 은행, 모바일 및 전자 결제 등 모기업의 금융 위주 사업을 전담한다고 보면 된다. 다소 독특한 이름에는 “한 마리로는 힘이 없는 수많은 개미들이 모이면 굉장한 경쟁력을 발휘한다.”는 심모원려한 뜻이 숨어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자신들은 뭉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기업 이름에서부터 자임했다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그러나 회사 규모는 이름과는 달리 엄청나다고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수가 어마어마하다. 전 세계에 거의 2만 명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저장성 항저우에 소재한 마이 그룹 본사의 내부 모습. 로고가 상당히인상적이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매출 역시 전 세계 유니콘 기업 랭킹 2위답다고 할 수 있다. 2021년을 기준으로 730억 위안(元. 14조60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000억 위안 이상을 기록한 2020년에 비하면 40% 가까이 하락했으나 당국의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군기잡기 식의 파상적인 최근의 규제 조치들을 감안할 경우 실망스러운 실적은 절대 아니라고 해야 한다. 언제인가 당국의 규제가 어느 정도 풀린다면 보란 듯 이전의 실적을 회복한 후 바로 사상 최고의 매출액을 달성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주요 상품과 서비스는 기업의 크기만큼이나 다양하다. 제3자 결제 플랫폼인 즈푸바오(支付寶. 영문명 알리페이)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텅쉰(騰訊. 영문명 텐센트) 산하의 웨이신(微信. 영문명 위챗)과 함께 중국 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원래 즈푸바오는 기업과 개인에게 단순하게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발전을 거듭, 14억 명 중국인들의 생활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월간활성이용자(MAU)가 무려 8억5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인당 월 평균 사용 시간도 약 2시간에 이른다.

당연히 이 플랫폼은 알리바바의 독창적인 상품이 아니었다. 알리바바가 2003년 이베이를 모방해 만든 C2C(소비자간 상거래)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와 비슷한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페이팔의 짝퉁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짝퉁들의 위력은 대단했다. 어쨌거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이처럼 신용결제 시스템이 구축되자 전 중국의 영세 자영업자들은 타오바오에 경쟁적으로 밀려와 입점했다. 졸지에 알리바바는 의도치 않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지푸바오는 굴지의 글로벌 결제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미 뉴욕시 타임스퀘어 광장의 마이 그룹 광고. 글로벌 핀테크기업다운 공격적 광고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제공=징지르바오.

지푸바오는 이후 중국 전체 핀테크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우후죽순 격으로 다양한 제3자 결제 서비스 회사들이 탄생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단말기 지불 및 모바일과 인터넷 결제 등은 보편화될 수밖에 없었다.

2015년 출시된 소액대출 서비스인 화베이(花唄)와 제베이(借唄)도 거론해야 한다. 화베이는 대출한도가 500 위안에서부터 5만 위안으로 상품 구매 시에도 사용 가능하다. 가상 신용카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지푸바오 신용 포인트 600점 이상이면 신청이 가능한 제베이는 대출액이 1000 위안에서 30만 위안에 이른다. 대출 기한은 최장 12개월로 하루 대출 이자가 0.045%에 이른다.

인터넷 은행 역시 빼먹으면 섭섭하다고 해야 한다. 2015년 6월 출범한 중국 최초의 민영 온라인 은행으로 최초의 오프라인 지점 없는 은행으로 유명하다. 영세 및 중소기업 등 사용자 수가 5000만 명에 이른다.

이외에 잔액 증식 및 자금 관리 서비스인 위어바오(餘額寶)는 통장 개념으로 보면 된다. 오프라인 은행의 통장 기능을 거의 모두 보유하고 있다. 2013년 6월 출시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아무래도 온라인과 친하기 어려운 노년층의 큰 사랑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이 그룹의 성공 요인은 말할 것도 없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역시 시대를 앞서 가는 혜안이 아닌가 싶다. 2017년부터 도입된 플랫폼 개방 정책에 힘입은 바도 크다. 자신들만의 비즈니스 스타일을 적용해 글로벌 핀테크 생태계를 구축한 것 역시 성공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나 주홍글씨 등의 현안들도 많다. 대표 상품인 화베이와 제베이가 젊은 층의 과소비와 충동 소비를 조장한다는 사회적인 비난이 역시 가장 해결이 시급한 괴로운 부분이 아닌가 보인다.

또 금융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 미보장, 허위 홍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의 전과도 뼈아프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여기에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 조치들이 당장 끝날 것 같지 않은 현실 괴롭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이 어려움들을 어떻게든 극복한다면 마이 그룹은 다시 이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2020년에 실패한 상장에도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핀테크 기업으로 우뚝 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가총액이 현 기업 가치의 두 배가 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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