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지난 24일 ‘쌍용자동차 투쟁 승리를 위한 범국민 대회ㅅ’가 치러지고, 광화문 광장에서 문화제가 진행되었다. 범국민대회는 광교까지 행진 후 자발적으로 해산해으며, 대회에 참가했던 노동자, 시민 중 일부가 문화제에 합류하고자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길목 곳곳에 차벽을 치고 이동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을 막아섰다. 청계천 광장 근교에서부터 문화제 장소인 광화문 일대에 이르기까지 경찰의 통행 방해는 극에 달했으며,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급기야 최루액까지 뿌리는 위법행위를 했다. 통행권을 방해하는 근거를 묻자 경찰은 묵언수행을 하듯 입을 다물었고, 현장 지휘관들은 상부의 명령 때문이라는 말만 계속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도로교통법은 말할 것도 없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이나 경범죄처벌법 등 어떤 법률에 의해서 통행권이 방해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시종일관 묵묵부답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경찰의 이 같은 행위는 현행법 일체는 물론이려니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일체의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다. 문제는 이러한 위법행위를 한 당사자가 법 집행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이 저질렀다는 사실이다. “법을 집행하고 있다”는 한 경찰관의 말은 그래서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였다. 수많은 병력을 동원해 길목을 막고, 행사장 일대에 차벽을 쳐놓는 행위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임은 이미 2011년 6월 헌법재판소가 확인한 바 있다. 더불어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차벽설치를 자제하라고 오래전부터 권고해왔다. 그러나 경찰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일체를 무시한 초법적 존재를 자임하면서 기본권을 파괴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간 일관되게 경찰의 수사권 독립 등의 정책을 수립했고 공약으로 제시해왔다.

이러한 입장은 법 집행기관으로서 경찰에 대한 일련의 신뢰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위법행위를 하면서 자신들의 위법행위 자체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찰의 태도를 볼 때마다, 이러한 신뢰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법도 안 지키는 경찰에게 무슨 독립적 권한을 줄 수 있겠는가. 지난 2011년 11월 미국의 전직 경찰 서장이었던 레이 루이스는 정복을 입은 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에 참여했다. 비록 전직이라고는 하나, 서장 정복을 입은 채 시위진압 경관에게 체포되던 그의 모습은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가 손에 들고 나왔던 팻말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뉴욕 경찰은 월가의 용병이 되지 말라(NYPD don’t be Wall Street Mercenaries)!” 우리 국민도 한국 경찰에게 똑같은 말을 전한다. 경찰은 자본과 정권의 용병이 되지 말라고 말이다.

경찰은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정한 선서를 경찰도 했을 터이다. 스스로 선서한 의무를 폐기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가 아니라 정권에 대한 봉사자로 복무하는 한, 경찰의 권위는 결계처럼 버티고 서있는 차벽을 넘어서지 못하게 된다. 정치권도 경찰의 이같은 위법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해선 안된다. 향후 고소고발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경찰의 위법행위가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현장에 경찰을 배치하고 위력을 행사할 때는 어떤 법률의 몇 조 몇 항에 근거하는지 정도는 교육을 시키고 내보내기 바란다. 법률적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고사하고, 자기 자신의 소속과 지위 및 성명조차 밝히지 못하는 경찰관들의 수준이 나라의 ‘국격’을 대변한다는 것이 수치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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