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서태석 기자 = 지난 28일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관계자 10여 명을 내란 음모 혐의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하고 3명을 체포했다.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國憲)을 문란시킬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죄(형법 87조)’를 말한다. 이 의원 등에 적용된 ‘내란음모죄’는 내란죄를 범할 목적으로 음모했을 경우 적용한다. 공안기관의 내란음모죄 적용은 과거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이 가장 최근의 사건이다. 내란음모 혐의는 정치적으로 남용된 선례가 있었던 만큼,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혐의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반드시 갖춰져 있어야 한다.
 
국정원 주장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5월 이 의원이 속한 RO(Revolution Organization)이 서울시내 위치한 교육관에서 이 의원이 ‘남북 간 전쟁이 발발할 경우 총기를 확보해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는 방안’을 모의했다고 파악하고 있으며, 해당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국정원은 수사 내용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으며, 검찰 역시 영장발부만 했을 뿐 혐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국정원은 이번 ‘내란죄 수사’에 대해 3년간의 수사라며, 오랜 기간 내사를 펼쳐왔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있는 조처 등을 요구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9월 정기국회에서 국정원 개혁을 위한 대수술이 예고된 시점에서 공개수사를 벌인 것이다. 따라서 국정원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공안탄압’ 가능성과 함께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정국을 타개하려는 ‘위기국면 전환용 카드’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국정원의 개혁 이유를 ‘셀프증명’ 한 물타기용 압수수색은 유감”이라며 “시기와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도 논평을 통해 “국정원이 국회까지 들어와 현역 의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이는 현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진보연대·통합진보당·정의당 등 2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은 ‘국정원 내란음모조작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가칭)’을 결성하고 국정원의 내란음모죄 수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란’은 국가기반을 뒤흔들 만큼 중차대한 사건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진실규명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정원이 제시하고 있는 ‘국토참절, 국헌문란, 폭동’에 대한 근거는 이석기 의원의 녹취록이 있다는 것일 뿐, 아직 국민 앞에 제대로 내놓은 것이 없다. 국기문란, 헌법파괴라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당사자이자, 개혁 대상자인 국정원이 3년 동안 내사를 벌이던 사건을 미묘한 시점에 발표·공개수사로 전환한 것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때문에 국정원 사건의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을 잠재우고, 국정원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현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 국정원이 이 의원을 둘러싼 내란죄 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국면전환용 기획수사’라는 비판과 더불어 국정원 개혁을 향한 국민적 철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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