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자더니 대야 총공세로…문재인에 “의원직 사퇴”

[트루스토리] 최서준 기자 =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다. 요즘처럼 즐거운 때도 없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로 벼랑 끝으로 내몰렸는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태로 해방된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이때다 싶은지’ 이석기 의원과 민주당을 싸잡아 대야 정치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석기 의원의 국회 입성을 도왔다는 이른바 ‘야권연대 책임론’으로 공격의 포문을 열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참여정부 원죄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2002년 민혁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석기 의원을 노무현 시절인 2003년 8·15특사 때 그를 가석방시켰다는 것이다.

3일 오전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선 문 의원의 ‘의원직 사퇴’까지 거론됐다. 사실상 대야 정치공세를 본격화 한 것이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파괴까지 외치면서 선거를 치렀던 당, 이런 사람들을 특별사면해 국회의원까지 만들어준 장본인이 문재인 의원”이라며 “문 의원은 (어제 본회의에서) 여기에 더해 (회기결정 안건에) 기권했다. 문 의원은 바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황영철 의원은 “기권표를 행사한 것은 이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본인 심중이 나타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SBS 라디오에 출연, “표를 얻기 위해서 철학, 가치, 심지어 이념도 따지지 않고 묻지마 연대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민주당의 해체를 주장했다.

이날 발언은 ‘이석기 사태를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는 지도부의 당초 입장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석기 의원 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달 29일 황우여 대표는 강원 홍천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사법 활동에 지장이 없게 신중한 태도로 지켜보면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고, 최경환 원내대표도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신중, 냉정한 자세로 사태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달라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일단은 민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제스쳐로 보인다. 민주당은 종북세력으로 규정받는 통합진보당과 그 중심으로 지목된 이석기 의원의 국회 입성에 ‘실질적인’ 역할을 한 사실에 대해 자숙하고, 국회로 일단 들어오라는 주문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10월 재·보선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월 선거에선 민주당, 안철수 세력, 정의당 등 범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핵심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여당으로선 야권연대가 ‘종북세력 결집’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애시당초 후보 단일화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수 있다.

그런 새누리당의 바람은 위험수위에 가까운 어투로 드러난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정기일을 안건으로 올렸는데 국회의원이 회기의 건을 기권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을 초등학생 수준으로 격하시킨 것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호재라도 만난 듯 이번 공안사건을 정쟁에 이용해서는 결코 안되며 국정원과 검찰 등 국가권력도 공안정국 조성의 기회로 삼으려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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