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지난 7월2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는 RTV가 방영한 <백년전쟁> 시리즈(‘두 얼굴의 이승만’, ‘프레이저 리포트-누가 한국경제를 성장시켰는가’)에 대해 어처구니없게도 ‘관계자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박근혜 정부의 편향된 이념적 독단을 기준으로 정치심의를 자행한 것이다.

<백년전쟁>에서 다룬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과 행적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고, 그에 대한 평가 역시 합리적 기반 위에 반듯하게 서 있었다. 시민방송 RTV는 시민액세스 채널로서 마땅히 방송할 만한 프로그램을 편성-방영한 것이다. 시민방송 RTV 측은 방통심위가 지적한 객관성 공정성 명예훼손 위반 적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12일 재심의를 청구한다고 한다. 상식적이고 당연한 재심의 청구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백년전쟁>은 시민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다수의 역사학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해 만든 영상물이다. 비판적인 관점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백년전쟁>은 시민방송 RTV에 방영되기 이전부터 유튜브 등 인터넷 공간에서 수 만건의 조회수를 올렸다. 공중파가 이승만, 백선엽 등을 미화하고, 역사왜곡을 하는 상황에 신물이 난 시청자들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두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린 <백년전쟁>에 호응도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RTV 방영 후 <백년전쟁>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여당 추천 방통심위 위원들은 <백년전쟁>이 다룬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반론이나 반박은 제기하지 못한 채 본인의 정치적 지향과 감정에 매몰된 심의를 진행했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대한민국 정통성 전면으로 부정하고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저주의 역사관을 심어주는 해악 프로그램(엄광석)”, “음란물만 문제가 아니고 역사를 객관적으로 조명하지 않은 것도 유해한 프로그램(박성희)”이라고 근거없는 헐뜯기에 나섰다. 또 권혁부 위원은 “이 다큐를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는 일관되게 건국의 정통성을 부인해왔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고 한미FTA를 반대한 단체”라며 <백년전쟁>을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의 활동을 문제 삼으며 정치적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등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게다가 <백년전쟁>의 사실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참석한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에게는 “천편일률적으로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얘기만 하는 편협한 사람으로부터 진술을 들을 필요가 있냐”며 거부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어떻게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진술조차 못하게 하는지 심의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이 의심스러울 뿐이다.

뿐만 아니라 감정적 심의를 제지해야할 박만 위원장까지도 “초대 대통령이 우리에게 준 가장 소중한 자유민주주의 혜택을 받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우리 경제의 붐을 일으킨 결정적 역할을 해 다수의 국민으로부터는 물론이고 외국으로부터도 추앙받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등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합리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전직 대통령을 건들였다’는 이유로 RTV <백년전쟁>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행위는 독재를 미화 및 비호하는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것이다. 또한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야만적인 통제와 검열일 뿐이다. 방통심위 위원들의 이 같은 도 넘은 행위는 ‘정권에 대한 충성경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심의’를 무기삼아 박근혜 정권이 불편해하는 목소리를 베어내는 방통심위라면 존재할 이유가 무엇인가.

퍼블릭액세스 채널은 시민들이 하고 싶은 주장과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송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민주적 여론형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규정한 방송법의 취지에 맞게 다양한 사회적 의제, 주류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 등 다종다양한 의견들이 소통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먼저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재심의를 통해 해당프로그램에 대한 ‘중징계’는 조건없이 즉각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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